​[평창] 여자 아이스하키 하나 된 27일간의 여정...단일팀으로 물든 평화의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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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8-02-2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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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7∼8위 순위 결정전 남북 단일팀 대 스웨덴 경기가 1대6 단일팀 패배로 끝난 뒤 단일팀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힘내라. 힘내라. 힘내라.”

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마지막 경기 분위기는 마치 올림픽 결승 같았다. 경기가 평일 오후에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6000석 규모의 관동하키센터는 매진을 기록했다. 관중들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한마음으로 남북 선수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하나된 남북 선수들은 몸을 날리는 투혼을 발휘하며 마지막 1초까지 최선을 다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새러 머리(캐나다) 감독이 이끄는 단일팀은 20일 강원도 강릉의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웨덴과 7∼8위전에서 한수진이 만회 골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1-6(1-2 0-1 0-3)으로 졌다.

B조 조별리그 3경기에 이어 5∼8위 순위 결정전 2경기에서 모두 패한 단일팀은 5전 전패로 평창동계올림픽을 마감했다. 세계 22위인 한국, 25위인 북한으로 이뤄진 단일팀은 스웨덴(5위), 스위스(6위), 일본(9위)을 상대로 투지 넘치는 경기를 보여줬지만 실력 차는 컸다.

경기 결과는 아쉬웠지만 단일팀이 준 감동의 울림은 컸다. ‘작은 기적’은 한 달 만에 이뤄졌다. 단일팀이 결정된 것은 지난 1월22일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남북 대표단이 모여서 합의에 이르렀다. 우리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해 총 35명으로 올림픽 사상 첫 남북단일팀 선수단이 구성됐다. 북한 선수 3명 이상을 23인 경기 엔트리에 넣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갑작스럽게 구성된 남북 단일팀은 정치 주요 쟁점이 됐고 찬반논쟁은 팽팽했다. 남북 단일팀 자체가 외부 영향에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머리 감독은 “선수를 고르는 것은 내 권한이다. 내가 원하는 선수만 경기에 뛰게 될 것이다”고 밝히며 중심을 잡아줬다. 지난 1월25일 진천선수촌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서먹했던 남과 북의 선수들은 함께 훈련하고 서로의 생일을 챙겨주며 조금씩 ‘마음의 벽’을 허물었다.

스웨덴과의 마지막 경기가 끝나자 남북 선수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북한 황충금은 한국 최지연에게 달려와 안겼다. 머리 감독과 북한의 박철호 감독을 비롯해 단일팀 선수들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단일팀 선수들은 아이스링크 가운데로 모여 원을 만든 후 평창올림픽에서의 마지막 구호를 외쳤다. "하나 둘 셋, 팀 코리아!"

머리 감독은 "힘든 일이었다. 북한 선수들에게 4년간 가르쳐야 할 시스템을 불과 10일 안에 가르쳐야 했다. 북한 선수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 보는 감독 밑에서 처음 보는 플레이를 해야 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짧은 시간에도 남북 선수들은 하나로 뭉쳐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정치적인 부담과 미디어의 높은 관심 속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하나의 팀을 이뤄냈다는 점은 내게도 대단히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팀 코리아는 분명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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