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혼란 부추기는 임플란트 업체 회계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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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18-02-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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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생활경제부 차장

업체들의 2017년 잠정실적 공시가 속속 나오고 있다. 기업의 지난 한 해 성과와 산업계 성장률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여서 업계 관계자나 투자자 모두 관심이 높다.

의료기기업체 가운데는 임플란트 회사의 실적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임플란트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임플란트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2014년 7월 만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시작했던 임플란트 시술비 지원은 65세 이상으로 대상 연령이 낮아지면서 임플란트 시술자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업계 실적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있다. 회계 처리 방식이 각각 달라서다. 보통 임플란트 업체는 치과와 3~4년간 필요한 물량을 일시에 공급하는 장기계약을 맺는다. 이를 통해 업체는 경쟁사 진입을 막고, 치과는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공급액이 상당하다 보니 치과는 한 번에 대금을 치르는 대신 은행 등 금융권과 계약을 맺고 업체에 매출채권을 발행한다. 업체는 금융사에서 발행된 매출채권만큼 현금을 받는다. 여기까지는 업체 간 차이가 없다.

문제는 다음부터다. 업계 1위인 오스템임플란트는 치과가 원하는 만큼 물량을 그때그때 공급하고 공급량에 해당하는 대금을 매출로, 나머지 물량은 선수금(부채)으로 분류한다. A치과와 1억원의 임플란트 공급 계약을 맺은 뒤 그달에 2000만원어치를 공급했다면, 2000만원만 매출로 인식하고 8000만원은 선수금으로 잡는 식이다. 다음 달 2000만원어치를 내보내면, 누적 매출은 4000만원으로 늘고 선수금은 6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반면 업계 2위인 덴티움을 비롯해 3위 업체 디오는 금융권에서 돈을 받는 동시에 계약 물량 대부분을 치과에 공급한다. 단번에 대규모 매출이 잡히는 것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2016년 기준 오스템임플란트의 매출액 대비 선수금 비율은 47.9% 수준이었지만 덴티움은 9.3%, 디오는 1.5%에 불과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보면 오스템임플란트 매출액은 996억원, 영업이익은 44억원으로 집계됐다. 덴티움은 이 기간 388억원의 매출과 10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디오 매출액은 247억원, 영업이익은 7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정반대인 것이다.

지난해 전체 매출도 다르지 않다. 오스템임플란트의 2017년 잠정 매출은 3978억원, 영업이익은 221억원을 기록했다. 덴티움의 매출은 1509억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404억원으로 오스템임플란트를 앞질렀다.

이런 관행은 2016년 10월 크게 논란이 됐다. 오스템임플란트가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오스템임플란트 측은 덴티움에 분식회계 의혹이 있다며 금융감독원에 이를 문의했다. 당시 덴티움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준비 중이었다.

금감원은 오스템임플란트 의견이 타당하다고 회신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 판단을 바탕으로 한국공인회계사회에 덴티움 감리를 요청했다. 한공회는 이듬해 초 덴티움이 과실로 반품충당금 부채를 과소계상했다고 결론 내렸다. 덴티움은 이 지적을 받아들여 2014년 말까지 반품충당금 90억원을 설정하고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이를 반영했다. 한공회는 그해 2월 추가 검토를 거쳐 과실 수준을 증권발행 제한 2개월과 감사인 지정 1년에 해당하는 2단계에서 ‘경고’ 수준인 4단계로 조정하고, 금감원 증권선물위원회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 덕에 덴티움은 지난해 3월 무사히 코스피에 입성했다.

덴티움 상장 후 표면적으론 회계방식 논란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하지만 업계에선 입씨름이 계속되고 있다. 투자자 판단에 혼란을 주고, 업체 간 갈등을 부추겨서다. 담당기관이 제각각인 회계 방식을 업계 관행이라며 내버려둬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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