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평창의 그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권석림 전국부 부장
입력 2018-02-22 00:0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권석림 전국부장]

지난 9일 개막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93개국, 2925명의 선수가 강원도 평창·강릉·정선에서 15개 종목, 306개 메달을 놓고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1988 서울올림픽'에 이어 대한민국에서 30년 만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은 역대 최대 규모로 관심을 모았다.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평화올림픽을 표방한 평창올림픽이 남북단일팀, 북한 참가 등으로 흥행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열띤 홍보전을 벌였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도 오는 25일까지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위해 발 벗고 뛰었다. 서울시는 올림픽 입장권 4만2000장을 구매해 소외 계층 경기 관람을 지원했다. 부산광역시는 1억84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입장권 8363장을 구매해 16개 구·군에 저소득층 관람 지원용으로 배포했다.

인천광역시도 입장권 구입에 예산 1억4400만원을 썼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예산 1억원으로 입장권 1664장을 구매해 배포했다. 

이렇듯 각 지자체는 올림픽 흥행을 위해 아낌없이 힘을 보태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거액의 예산을 지원한 지자체와 지역 주민은 울상이다.

경기 고양시는 1억원의 예산으로 지난 15일 오전 9시 5분에 열린 한국-캐나다 컬링 여자예선전에 480명 규모의 단체 관람을 계획했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고양시에서 경기장인 강릉컬링센터까지는 230㎞, 차로 3시간이 넘게 걸리는 데다가 꼭두새벽 한파에 주민을 모아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울산광역시, 경남 창원시 등 야간·야외 경기를 예매한 지자체들 모두 사정은 비슷했다. 저녁 경기인 경우 야간에 내려와야 해 안전에 대한 목소리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지자체는 장거리 이동과정의 안전사고를 우려해 구매한 단체 관람을 추진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이러한 속내는 모른 채 평창동계올림픽 단체 무료 관람이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관광이란 의혹까지 받았다.

입장권 구매, 자원봉사자 파견 등 올림픽 흥행 성공에 힘을 보태고 있는 지자체가 ‘삼중고’를 겪고 있는 모양새가 안타깝다. 

경기장 주변 음식점은 ‘노쇼(no show·예약부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평창 횡계리 한 고깃집은 단체 4곳에서 올림픽 개막식 날인 지난 9일 저녁 220명을 예약 받았지만 이날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곳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주인도 "한 공공기관에서 110명 자리를 예약하고는 직전에 취소하는 바람에 다른 예약을 받을 수 없었다"고 푸념했다.

단체 노쇼의 원인은 공무원들이 윗사람 눈치 보느라 횟집과 고깃집을 예약한 후, 식사 시간 직전에 다른 곳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인의 전언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러한 현상은 막무가내 밀어내기식 정책이 부른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번 올림픽에 지자체·기관 등 단체구매가 4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위는 지난해 7월 전국 지자체에 티켓 구매(티켓당 8만원 이하)를 권유하는 공문을 보냈다. 저소득층, 자원봉사자 등 스포츠경기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에 올림픽 관람 기회 제공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중앙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조직위가 제한한 금액으로는 늦은 시간, 야외에서 열리는 비인기종목이 대부분이라는 점에 속앓이를 했을 것이란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비인기 종목 경기에 취약계층을 들러리 세우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강매로 나간 표는 안 오고, 인기 있는 경기엔 암표가 극성이다. 이쯤 되면 "취약계층이 올림픽 경기장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봉이냐"는 비아냥을 들어도 무슨 할 말이 있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