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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은 집단 이기주의를 심판한다

유진영 법무법인 정향 파트너 변호사 입력 : 2018-02-19 15:04수정 : 2018-02-19 16:21
-유진영 법무법인 정향 파트너 변호사-

[유진영 법무법인 정향 파트너 변호사 ]


가까운 일본을 여행하다 보면 편의점은 항상 신선하면서도 놀라운 감동을 선사한다. 일상 생활용품뿐만 아니라 간단한 한끼 식사도 부족함이 없고, 급할 때 먹는 소화제와 진통제 등이 빠짐없이 구비돼 있다. 약의 종류도 매우 다양해, 위급하게 전문 약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약국에 가지 않아도 충분하다.

한국도 국민편의 증진을 위해 2012년 편의점 상비약 판매 제도가 도입되면서 13개 품목이 선정됐다. 도입 당시 약사회의 반발이 거셌지만 관련 단체 및 기관의 충분한 대화를 거쳐 합의안이 도출됐다.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따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답은 없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국민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안을 찾아낸 것이다.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적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다. 편의점의 상비약 매출은 매년 15% 이상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약국이 문을 닫는 주말과 야간의 매출은 더욱 높아서 주말 판매비중이 전체 매출의 약 40%, 평일 자정부터 오전 6시 비중은 20%를 차지한다. 아주 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밤에 아이가 열이 올라갈 때 비싼 응급실에 가기보다는 24시간 편의점에서 구입한 해열제를 먼저 먹이고 다음날 아침 일찍 병원에 가기 때문에 병원과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이제 한국은 보다 국민 편익을 높이기 위해 편의점 상비약 품목을 현재 13개에서 20개로 확대하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최근 김동연 경제 부총리가 편의점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문제를 기득권 이익집단 반발로 지연되는 대표적인 규제로 지목하면서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예상대로 약사회의 거센 반발이 터져 나왔다. 대한약사회 임원은 지난해 12월 자해소동을 벌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상비약 판매 품목을 확대하기는커녕 오히려 특정 해열진통제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약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치명적인 이상반응이 보고돼 안전성이 의심된다면,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보건복지부에서 조치를 취했을 텐데 그런 적은 없다.

약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안전성과 효용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 정도가 문제다. 세상에 완벽한 약은 없다. 약을 복용할 때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과 오랜 경험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된 약품을 엄선해서 판매하는 것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안전성에 대해 한국보다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24시간 편의점은 물론 드러그 스토어, 슈퍼마켓 등 일반 소매점에서 상비약을 판매하고 있다. 품목도 일본 2000여개, 미국 3만여개에 달한다.

약사회는 공공 심야약국 확대로 편의점을 대체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 시범사업이어서 편의점만큼의 접근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은 여전히 수출 위주 경제여서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내수, 특히 서비스 산업의 활성화가 필수 과제다. 수출뿐만 아니라 소비 활성화로 수요를 창출하며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정부도 서비스 산업 활성화를 위해 혁신적 규제 개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그 과정에서 집단 이기주의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특정 집단의 이익보다는 국민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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