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 며칠 동안 동네 사랑방에서는 한문깨나 하는 노인이 토정비결(土亭秘訣)을 뒤적이며 각자의 한 해 운세를 풀이하면, 방 안은 희비와 설렘·기대로 엇갈렸다. 지금이야 심심풀이로 보고 가볍게 넘기지만 예전에는 거의 절대적이었다.
주역(周易)을 바탕으로 한 토정비결은 144괘로 구성돼 있다. 즉, 5000만 한국인 운세가 144가지 중 하나인 셈이라, 같은 경우가 수없이 많다는 의미다. 쌍둥이도 운세가 다른데 실제 같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또 괘사가 포괄적이고 은유적이라 애매모호하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그런 걸 잘 알지도 못했고, 안다 해도 대수가 아니었다. 토정비결에 대한 신뢰가 워낙 높아 틈틈이 괘사를 의식하며 조심스레 행동할 뿐이었다.
그런 이유로 주역과 토정비결을 점서 아닌 수양지침서라고도 한다. 따라서 재미로 한 해 운세를 보고, 길흉을 떠나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것도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농가월령가에서도 “한 해 계책은 봄에 있으니(一年之計在春, 일년지계재춘) 범사(凡事)를 미리 하라”고 당부했다. 농경시절 얘기지만 요즘이라고 다를 바 없다. 그런 뜻에서 온라인이나 길거리에서 명절 기분으로 잠깐 점을 쳐보고, 마음을 다듬는 것도 괜찮은 봄맞이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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