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우수(雨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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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함원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입력 2018-02-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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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함원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立春大吉 平昌多慶(입춘대길 평창다경)의 입춘첩을 써붙인 게 어제 같은데, 이후 보름이 지나 19일 오늘은 우수(雨水)다.

雨水는 '빗물'이다. 겨우내 얼어 있던 눈이 올라오는 지열(地熱)에 녹아서 비와 물이 된다. 눈이 아닌 비가 내리는 시절이다.

중국인들은 입춘에서 우수까지 15일을 셋으로 구분했다. 초후(初候)에는 수달이 얼었던 강물이 풀려 물 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 늘어놓고, 중후(中候)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말후(末候)에는 초목이 싹을 틔운다고 했다.

우수가 지나면 하루가 다르게 봄기운이 완연하다. 

부지런한 농부는 삽질 한 번 낫질 한 번으로 몸을 풀고 씨앗을 얼른 파종하고 싶어 하나, 농시(農時)는 때에 맞아야 한다. 부지런해야겠지만 기다려야 한다.

올해는 우선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쳐야겠고, 이어서는 10년 만에 다시 기회를 잡은 남북대화를 인내와 지혜를 갖고 성공시켜야 한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이루고 그 바탕 위에서 민족의 공존 번영과 평화의 기틀을 확고하게 마련해야 한다.

"우수, 경칩에는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하지만 "우수에 풀렸던 대동강이 경칩에 다시 붙는다"는 말도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번영을 위해 7000만이 인내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당나라 시인 류장경(劉長卿)은 '細雨濕衣看不見(세우습의간불견)이요 閑花落地聽無聲(한화낙지청무성)이라'고 노래했다. '가랑비 옷 적셔도 보이지 않고, 고운 꽃 떨어져도 낙화성 들리지 않네'라는 뜻이다.

봄기운이 보이지 않고 소리도 들리지 않으면서 우리 곁으로 다가오듯,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우수와 함께 깃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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