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명성황후’ 배우 김소현 “역사적 논란? 그녀의 목소리 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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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등용 기자
입력 2018-02-2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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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이후 3년 만의 출연···‘명성황후’로 예그린어워드 여우주연상 수상

뮤지컬 배우 김소현이 최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지난 2015년 열린 뮤지컬 ‘명성황후’ 20주년 공연에서 주인공 명성황후를 완벽히 표현해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하기도 했던 배우 김소현이 올해 다시 한 번 그때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나선다.

최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김소현은 “2015년 공연 땐 매 순간 좋았던 것 같다. 역사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즐기고 감동 받기 위해 오는 게 아니라 그냥 와서 한마음이 되는 것 같아 배우로서 행복한 경험이었다. 덕분에 큰 상까지 받고 이번에 다시 하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15년 공연이 명성황후란 인물의 카리스마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엔 여성으로서의 명성황후에 방점을 뒀다. 장면마다 느꼈을 명성황후의 내면에 집중을 했는데, 관객과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난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는 게 김소현의 생각이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작품의 도입부부터 달라졌다. 2015년 공연이 결혼식을 기다리는 명성황후의 모습으로 시작됐다면, 이번 공연은 명성황후가 죽고 법정에서 일본 사람들이 재판 받는 모습으로 막을 연다. 아역들도 새롭게 들어왔는데, 성인 역으로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이 관건이다.

뮤지컬 ‘명성황후’를 얘기할 때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명성황후’를 연출한 윤 대표는 이 작품과 ‘영웅’으로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도 했다. ‘에너지란 쓰면 쓸수록 더 나온다’는 윤 대표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는 김소현은 “진짜 그렇더라. 마지막에 칼 맞고 죽는 장면에서 에너지를 다 쏟아, 남은 더 큰 장면이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노래를 부르면서 극으로 치달으니 객석에서 합창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번 공연엔 남편인 배우 손준호도 함께한다. 과거 ‘팬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도 함께 출연해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두 사람은 이번엔 명성황후와 고종이란 부부 역으로 만나게 됐다. 실제 부부이기도 한 두 사람의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소현은 “웬만하면 뮤지컬에선 같이 하는 걸 자제하려고 했는데 윤 대표님이 강력하게 권해서 하고 있다”면서 “서로 책임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시너지가 생겨 좋은 것 같다. 작품의 균형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 대해 대화도 많이 하고 같이 연습하고 있다. 일반 공연을 보지 않았던 분들도 저희가 함께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웃었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실제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김소현의 환경은 명성황후란 인물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는 “공연 마지막에 처음으로 객석에서 자신의 마음을 노래하는 장면이 있는데 마치 명성황후가 하고 싶었던 얘기 같아서 연기자로서 울컥하기도 했고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명성황후의 비극적인 죽음과 별개로 일부에선 민씨 일가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세도정치의 부활, 러시아와 청나라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사대주의(事大主義)적 외교에 대해 역사적 평가가 분분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뮤지컬 ‘명성황후’가 명성황후를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소현은 “개인적으로 조사를 하면서 연기하는 입장에서 봤을 땐 명성황후에 대해 너무 안 좋은 쪽으로만 알려지지 않았나 싶다. 당시 외국 공사나 선교사들이 쓴 개인 일기를 보면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르게 쓰여 있다. 그런 부분들이 다 파헤쳐질 순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그녀의 목소리를 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명성황후 역에는 김소현과 함께 배우 최현주가 캐스팅됐다. 김소현은 “둘 다 미혼이었을 때 만나 기혼이 됐고, 남편도 같이 뮤지컬을 하고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배우로서 많은 걸 연기하지만 경험에서 비롯된 연기는 차이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주년 무대에 서기도 했고, 자신에게 큰 상을 안겨주기도 했던 ‘명성황후’는 김소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는 “한 역할을 가장 오랫동안 한 작품이자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새로운 스펙트럼인 사극을 통해 배우로서 우리 역사를 얘기한다는 게 소중했다. 윤 대표님이 할 수 있는 때까지 하라고 해서 책임감도 느낀다”고 답했다.
 

뮤지컬 배우 김소현 인터뷰[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김소현이 극 중 가장 사랑하는 장면은 ‘어두운 밤을 비춰다오’란 부분이다. 명성황후가 죽기 전 자기 현실을 되돌아보며 보통 사람으로 태어나 남편과 아이와 평범하게 살지 못한 걸 슬퍼하는 내용이다. 김소현은 “실존했던 사람의 이야기이다 보니 더 와 닿더라. 그 사람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싶었다. 가사 하나하나가 울컥하게 해서 공연 때도 힘들다. 감정을 누르면서 노래를 하는데 너무 고음이라 괴롭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본인들에겐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역사지만 일본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명성황후’ 관람을 위해 한국을 찾는다고 한다. 김소현은 “일본 관객들은 ‘명성황후’에 대해 ‘공연일 뿐이고 있었던 역사’란 반응이다. 공연하는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도 와서 같이 웃어주고 울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이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기보다 그냥 느꼈으면 좋겠다. 아무 준비 없이 극의 전체적인 흐름만 봐도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창법은 오페라의 느낌이 많지만 국악을 기본으로 했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연은 오는 3월 6일부터 4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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