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앓이 시작된 中…스케일 다른 대륙의 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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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2-1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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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일간 이어지는 세계 최대 민족 대이동

  • 1년 벌어 춘제에 올인, 젊은층이 소비 주도

  • IT 발달로 풍속도 변화, 수뇌부는 민생 행보

지난 2009년 춘제를 맞아 기차표를 구매하려는 이들로 장사진이 펼쳐진 베이징 기차역의 모습(왼쪽)과 달리 올해는 온라인 예매 활성화 등으로 기차역이 한산하다.[사진=신화사]


최근 중국 베이징의 단골 음식점 주인이 기자에게 설(춘제·春節) 연휴 기간 중 한국에 잘 다녀오라며 명절 인사를 건넸다.

귀국하지 않고 베이징에 계속 머물 계획이라고 답하자 그는 눈을 크게 뜨고 의아한 듯 쳐다봤다. 한국의 설 연휴(15~18일)는 주말을 포함해 나흘에 불과하다고 전하니 "너무 짧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올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연휴는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 간이다. 공식적인 연휴와 별개로 고향을 오가는 행렬은 지난 1일부터 시작돼 다음달 12일까지 한 달 넘게 이어진다. 이를 춘윈(春運·설 특별 이동 기간)이라고 부른다.

중국 당국이 추산한 유동인구 수는 30억명에 육박한다. 한국의 귀성·귀경 인파보다 대략 100배 정도 많은 수치다. 우리와는 규모가 다른 중국의 설 명절 풍경을 들여다보자.

◇연인원 30억명, 153조원 소비 전망

1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등에 따르면 설을 나흘 앞둔 지난 12일부터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억명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앞서 이달 초 중국철도총공사는 춘윈 기간 중 연인원 29억800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객에 동원되는 열차는 4000대가 넘고 항공편은 하루 평균 1만5000회가 편성된다.

춘윈 규모는 중국 개혁개방 이듬해인 1979년 처음으로 1억명을 넘어선 이후 1994년 10억명, 2006년 20억명 등으로 급증해 왔다. 중국 내 고속철 운행 구간이 대폭 확장된 2012년에 30억명을 돌파한 뒤 매년 비슷한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이들이 교통편을 구하고 명절 선물을 사거나 고향에 머무는 동안 소비하게 될 금액도 어마어마하다. 중국 상무부는 "이번 연휴 기간 중 소비 지출은 전년보다 10% 가량 증가한 9000억 위안(153조원)을 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득증대의 영향으로 연휴 기간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3억8500만명의 여행객이 4760억 위안(81조원)의 관광 수입을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설빔은 사절, 해외여행·스마트기기가 대세

베이징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저우숴(周爍·43)씨는 지인들과 5만 위안(851만원)짜리 '춘제 계'를 만들었다. 4년제 대학 졸업생의 초임 연봉보다 많은 금액이다.

하루에 3~4가구를 방문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아 내년 혹은 후년 춘제 때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고향 집에 유명 브랜드의 가전제품을 선물하는 게 목표다.

씀씀이가 커지고 생활방식이 바뀌면서 춘제 선물 목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담배와 술 대신 건강식품, 설빔용 의류 대신 전자기기나 고가의 화장품 등을 선물하는 식이다.

이는 춘제 소비를 주도하는 연령대가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자)와 지우링허우(1990년 이후 출생자)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와도 무관치 않다.

중국의 정보통신(IT) 및 인터넷 기술 발달 역시 춘제 풍속도를 바꿔놓고 있다. 열차의 경우 모바일 등 온라인 예매율이 80%를 넘어서면서 베이징역 등 각지 기차역에서 표를 구하기 위해 장사진을 치는 것은 옛 풍경이 됐다.

공항과 기차역에 안면 인식 검표 시스템이 구축돼 5초 정도면 개찰구를 통과할 수 있다. 중국 전역의 기차 노선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시스템도 새로 도입됐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활성화는 고향으로 향하는 이들의 두 손을 가볍게 만들었다. 온라인으로 구매한 뒤 택배로 발송하기 때문에 봇짐을 짊어지고 귀향길에 오를 일이 없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일 쓰촨성 내 소수민족인 이족(彛族)자치주를 찾아 전통의상을 입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신화사]


◇習, 민생 챙기기·반부패 사정 조치 병행

춘제를 앞두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수뇌부가 민생 시찰에 나서는 관행은 올해도 유지됐다. 시 주석은 지난 10~13일 쓰촨성 내 이족(彛族)자치주와 장족(藏族)자치주, 성도인 청두시를 두루 찾았다.

시 주석은 소수민족 전통의상을 직접 입어보고 청두의 한 시장에서는 160위안을 지불하고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하는 등 소탈함을 드러내는데 주력했다. 주민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인민의 공복(公僕)"이라고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보는 시진핑 2기 체제 들어 핵심 정책 과제인 탈빈곤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쓰촨성 방문 소식을 전하며 "현지 간부들과 빈곤 퇴치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민생 돌보기 행보와 무관하게 전직 고위급 인사를 상대로 한 반부패 사정 드라이브 역시 지속되고 있다.

인민일보 등은 지난 12일 쑨정차이(孫政才) 전 충칭시 서기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전날에는 루웨이(魯煒) 전 중앙선전부 부부장이 부패 혐의로 공직·당직을 박탈당했다.

장기간 이어질 춘제 연휴 기간 중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당과 중앙정부 기강을 다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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