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의 인더스토리] 5일새 날아간 대우건설 시총 36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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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익 건설부동산부 부장
입력 2018-02-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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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3천억 규모 가상의 손실이 낳은 현실...누구 탓인가

  • - 모르쇠 떤 호반건설, 방관한 대우건설과 산업은행

 

 


기자는 최근 거실 TV를 새로 장만했다. 모델을 고르기까지 가족들이 총동원 돼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온라인을 검색해 최신 유행과 직전 구모델의 가격과 사양을 비교했다.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의 판촉 조건을 알아보고 온라인과 비교했다. 백화점 카드와 카드사의 혜택을 따져서 현대백화점에서 LG TV를 사는 데까지 꼬박 7일이 걸렸다. 하느님이 천지창조에 걸린 시간이다.

대우건설 매각 딜이 깨진 일련의 과정을 반추하면 기자는 지나치게 소심하거나 결정 장애임이 틀림 없다. 3000억원 규모의 해외손실을 반영한 2017년 4분기 실적발표를 한 뒤 24시간 만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매각 철회를 선언했다. 3개월 넘게 검토한 1조6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하룻밤 사이 뒤집은 것이다. 연매출 1조2000억원 규모의 호반건설이 감당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두려웠다고 한다. 틀린 말이다. 연매출 11조원의 대우건설이 그 것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더 이상한 것은 3000억원 규모의 손실반영에 대한 대우건설의 대응이다. 분식회계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대우건설측 해명.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부연설명이 가능했다. 3000억원의 손실은 공기 지연에 대한 보상금의 최악의 경우를 가정한 것으로 지연기간에 따라 상당부분 축소가 가능하다. 또 자재 결함으로 판명이 날 경우 납품 업체에 구상권 청구도 가능하다. 실제 손실은 십중팔구 이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다. 대우건설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설명했다. 

백화점에서 TV를 팔던 LG TV 세일즈맨도 기자가 삼성 TV의 장점을 얘기하며 구매를 망설일 때마다 LG TV의 상대적 단점에 대한 필연적 이유와 삼성 TV보다 좋은 점을 설명하는 데 목에 핏대를 세웠다. 하지만 1조6000억원 거래의 당사자인 산업은행과 대우건설은 하룻밤새 돌아서는 호반건설의 손목을 단한번도 잡지 않았다. 부연설명만 했어도 거래를 깨려는 호반건설의 명분을 깰 수 있었다. 대우건설의 해명은 너무 늦고 호반건설의 결정은 너무 빨랐다. 

딜은 깨지고 12일 종가기준 대우건설의 주가는 실적발표 전인 6일 종가(5680원)보다 890원이 떨어졌다. 발주처와 지체보상금 협상 때문에 적극적인 IR을 하지 않았다는 게 대우건설측 해명이다. 최대 3000억원 규모의 협상 때문에 5일 사이 3560억원의 시가총액이 실제로 날아갔다.

대우건설의 최고경영자(CEO)는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자 최근까지 대우건설의 CFO였다. 1월 초에 발생해 2월2일 4분기 손실 반영이 결정되기까지 전과정을 그는 알았다. 몰랐다면 직무유기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알았을 개연성도 크다. 지난 8일 호반건설이 딜을 깰 때까지의 시간은 6일이다. 기자는 TV 구매조차 결정하지 못했을 시간이지만 하느님은 마지막 하루 쉰 것을 빼면 만물이 창조된 시간이다.

3000억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이 회계처리 상의 불가피한 결과란 사실을 호반건설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몰랐다면 은행출신 전문 경영자가 그 자리에 앉아있을 이유가 없다. 해외건설 경험이 전무한 호반건설이 잠재적 부실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도 한다. 산업은행이 주도하는 매각이란 특성상 돌발 손실에 대한 가격 협상 여지가 제한적이란 점도 작용했다고도 한다. 생각해보면 호반건설은 해외건설 경험이 풍부한 대우건설의 독립경영을 약속했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사실 하루만에 딜이 깨진 것 자체가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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