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故김주혁, 영화 '흥부'에 남다…풍자와 해학 담은 '뉴타입'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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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2-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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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부' 스틸컷 중, 조혁 역의 김주혁(왼족) 흥부 역의 정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헌종 14년. 붓 하나로 조선 팔도를 들썩이게 만들던 천재 작가 흥부(정우 분)는 어릴 적 홍경래의 난으로 헤어진 형 놀부(진구 분)를 찾기 위해 분투한다. 수소문 끝에 형의 소식을 알고 있다는 조혁(김주혁 분)을 만나게 된 그는 양반들의 권력 다툼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을 돌보고 그들의 정신적 지도자로 존경 받는 조혁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한편, 백성을 생각하는 동생 조혁과는 달리 형 조항리(정진영 분)는 권세에 눈이 멀어 백성들을 괴롭히기 일쑤. 흥부는 전혀 다른 두 형제를 보며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 두 형제의 이야기는 순식간에 조선 전역에 퍼져나가고 조항리는 흥부전과 흥부를 이용, 조선을 삼킬 음모를 계획한다.

영화 ‘흥부’(제작 ㈜영화사 궁 ㈜발렌타인필름·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 있는 그녀’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백미경 작가가 집필을 맡고 영화 ‘26년’, ‘봄’을 통해 언론에 호평을 얻었던 조근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영화는 작자 미상의 소설 ‘흥부전’을 쓴 이가 바로 흥부라는 설정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흥부전이지만 누구도 모르는 흥부전의 작가와 그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을 밝히는 확장된 스토리로 이어지는 것. 친숙한 스토리를 비틀어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영화 ‘흥부전’의 매력이다.

또한, 실제 역사와 영화적 상상력을 봉합, 그 이음새를 살펴보는 것도 ‘흥부’의 재미 중 하나. 세도 정치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일으킨 민란인 ‘홍경래의 난’과 과도한 세도정치로 힘을 잃은 왕 ‘헌종’, 조선 후기 최대 금서이자 대표적 예언서 ‘정감록’ 등이 등장, 조선 후기의 사회상을 여실히 반영하며 가상의 인물들과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나간다.

하지만 이 새로운 이야기가 관객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지는 미지수. 흥부전을 통해 민초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과정이 다소 억지스럽다. 흥부가 ‘흥부전’의 작가라는 설정은 흥미로우나 그 흥미 이상을 전달하지는 못한다. 고전 소설 ‘흥부전’의 형태마저도 지키지 못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거기에 많은 이야기가 범람, 조각난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해 아쉽다. 실제 흥부와 놀부의 관계, 소설의 모티브가 된 조혁과 조항리, 헌종과 민초들의 관계 등은 매끄럽게 표현되지는 못했다.

많은 관객이 기대하는 故김주혁의 모습은 영화 곳곳에 생생하게 담겨있다. 조혁 역을 통해 강렬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남긴 그는 안정적이고 진중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이어 실제 여러 상황과 맞물리는 조혁의 신들은 관객들의 마음을 동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극의 화자이자 주인공인 흥부 역의 정우, 악역으로 강렬한 맛을 남긴 조항리 역 정진영의 연기도 인상 깊다. 영화 속 많은 이야기를 담백하고 간결하게 전달하기 위해 애쓴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오는 14일 개봉. 러닝타임은 105분,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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