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법 개정 논란 ②] 투자은행 대형화를 위한 지배구조 고민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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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병희 아주인터내셔날 대표
입력 2018-02-1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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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대형화가 대안이 될수 있다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회사가 더 이상 산업발전에 필요한 자본공급자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미국과 유럽처럼 투자은행을 통한 자본공급을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보수적인 상업 은행보다는 리스크를 보다 짊어지고, 자기책임하의 투자원칙이 적용되는 투자은행이 더 적합하다는 견해다.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요구하는 주요 논리 중 하나이다.
한국은 정부가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회사만을 고집하고 있으나, 보다 전향적인 시각에서 투자은행 활성화를 위한 지배구조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병태 교수(카이스트· 경영학)는 "사실 획일적인 금융지주회사를 강요하기 보다는 스스로 잘 할 수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투자은행을 잘 할 수있으면 투자은행, 보험을 잘 할 수있으면 보험중심, 소매은행을 잘 할 수있으면 소매은행 등 선택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은행의 보수적 행태의 역사적 배경 = 과거 경제개발 시대에는 자본시장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았다. 조선, 철강, 화학 등 자본집약적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개입된 은행 대출이 절실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계기로 부실기업에도 대규모 대출이 이뤄지는 관치금융의 폐해가 드러나면서 은행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쳤으나, 그 과정에서 은행 임직원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정부도 10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기업대출을 장려하는 것은 더 이상 어렵게 됐다. 글로벌 저금리 상황을 맞아 은행은 담보가 확실하고, 안정적 이자수익이 가능한 가계대출에 집중했고, 그 결과 꾸준히 연간 1조~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벌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에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성격이 강한 기업금융 강화를 주문하는 것은 무리다.

■ 투자은행이 나서야 할 때다 = 지금의 기업은 과거처럼 건물과 대규모 설비가 아니라 독특한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혁신성장이 주를 이룬다. 담보 중심 대출을 선호하는 은행이 감당하기에는 벅찬 현실이다. 미국을 보더라도 혁신기업의 자금공급은 투자은행이 맡고 있다.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의 기술기업 투자 1위는 골드만 삭스이며 GE, 씨티그룹, 디즈니가 뒤를 잇는다. 이처럼 혁신성장 기업에 대한 투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리스크를 구조화해서 인수하고 이를 투자자에게 재분배하며 분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투자은행의 대형화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혁신 기업 투자는 10개 기업에 투자해 2~3개만 성공해도 7~8개 기업의 손실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 평상시 손실 감내를 위한 자본력이 충분해야 한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골드만 삭스의 자기자본은 105조원, UBS 64조원, 노무라 31조원으로 국내 상위 5개 증권사(평균 4.6조원)와는 비교가 안 된다. 해외시장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와 인수합병(M&A) 중개에 한국의 투자은행이 끼지 못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 투자은행 대형화를 위한 지배구조 고민해야 할 때 = 정부는 아직도 금융지주회사를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정답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이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생각한다면 은행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명예퇴직으로 인력을 줄이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 그보다는 투자은행의 사업원칙에 집중하면서 여기에 필요한 계열사를 늘려나가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가 은행지주로 전환했으나 이는 미국 중앙은행(FRB)의 자금지원을 받기 위한 일시적 조치였을 뿐, 이들은 여전히 투자은행 DNA에 충실하며 확고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제 한국에서도 은행이 없는, 글로벌경쟁력을 지닌 투자은행이 탄생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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