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염력' 연상호 감독 "세 번째 '부녀' 이야기…왜 아빠와 딸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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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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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의 메가폰을 잡은 연상호 감독[사진=NEW 제공]

연상호(40) 감독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한국을 집어삼킨 전대미문의 좀비 바이러스(영화 ‘부산행’)와 평범한 남자에게 주어진 특별한 능력(영화 ‘염력’)까지. 그는 ‘현실’로 상상력을 불러냈고, 그 상상력은 곧 ‘현실’이 되었다. 그가 빚어낸 상상력이 영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민낯과 다양한 인물 군상을 바탕으로 빚어낸 상상력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는 물론 공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영화 ‘염력’은 2016년 천만 관객을 싣고 달린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실사 영화다. 갑자기 초능력이 생긴 아빠 석헌(류승룡 분)과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빠진 딸 루미(심은경 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리얼리티와 주제의식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오락적 쾌감을 극대화해 언론의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언론의 호평과는 달리 대중들은 이 작품의 호오(好惡)를 두고 설왕설래를 거듭하는 중. 작품에 대한 끝없는 이야기를 꺼내놓고 있다.

‘염력’을 둘러싼 호오(好惡)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연 감독의 일문일답이다.

'염력'의 메가폰을 잡은 연상호 감독[사진=NEW 제공]


영화 개봉 후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 그럴 수도 있다. 뭔지 모르겠다는 분들도 있고.

실사영화인 ‘부산행’보다는 작업했던 애니메이션들과 더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단편 애니 ‘사랑은 단백질’을 많이 떠올렸다
- ‘사랑은 단백질’과 비슷한 부분도 있고, ‘부산행’과 닮은 부분도 있다. 독특한 방식의 작업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호오(好惡)가 갈리는 것 같기도 하고. 한국영화에서 블랙코미디라는 장르가 잘 안 됐으니까. 사회문제는 진중하게, 코미디는 가볍게 가야 하는데 두 개를 아우르는 것에 낯섦을 느끼시는 것 같다. 저도 ‘사랑은 단백질’과 비슷하다는 말에 동의한다. 결과가 이렇게 나와서 아쉽지만, 작업한 결과는 마음에 든다. 제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처음 ‘염력’을 구상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 아저씨 초능력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러나 철거민의 이야기가 들어간다는 점에는 우려를 표하셨다. 저도 우려하는 지점을 잘 알고 있었고. 사회적 문제보다 철거민에 관련한 것, 도시 개발 이슈가 (이야기를 풀기에) 더 어려운 것 같다. 사회적으로 공감을 못 얻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수의 이익에 의해 벌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여러 이슈보다도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기 힘든 것 같다. 그걸 메인으로 이야기를 만든다고 했을 때 위험성에 관해 이야기를 했었다.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었지만 한번 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생각보다 그 위험성이 더 컸구나 싶고.

그런데도 상업영화로 밀어붙이고자 한 건?
- 투자배급사에서도 동의해줬다. ‘잘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제 이야기를 존중해줬다.

'염력'의 메가폰을 잡은 연상호 감독[사진=NEW 제공]


그럼 반대로 상업영화기 때문에 밀고 나가지 못한 것은?
- 개인적으로는 편집을 거치고 나서 보니 아쉬운 장면이라고 할까? 화염병 만드는 장면이 있는데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나온다. 아주 자세하게 나와 있었는데 어차피 안 될 걸 알았으면 넣을 걸 그랬다. 어쨌든 조금이라도 언급이 되는 데다가 이 정도면 충분히 의도한 바가 전달된다고 생각해 편집했다. 화염병에 대한 고뇌를 더 가느냐, 가지 않느냐의 문제였는데 편하게 볼 수 있는 방향으로 간 거다. 생각보다 많은 분이 제 의도를 이해해주셔서 기분이 좋기도 했다.

영화는 일반 초능력 영화와 많은 갈래를 달리한다. 딸과 아버지의 화해 과정 같은 부분도 담백하게 처리되었고
- 석헌이 염력을 쓰는 방향성이 중요했다. 딸과의 관계보다는 ‘10년 만에 딸을 만난 석헌이 왜 그를 도와주는가?’가 더 중요했다. 제 생각에 석헌은 딸을 안 보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생각은 패배주의적인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힘이 생기니까 우쭐한 마음이 생기는 거다.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이 드니 대학에 가야 한다는 둥, 자기가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쏟아내는 거다. 철거민 사이에서 추대 받고 나서 조금 더 정체성이나 드라마가 생겼던 것 같다. 이를 홍 상무(정유미 분)가 지적하자 위축이 되기도 하고. 아주 단순하게는 딸의 목숨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석헌이 생각한 여러 가지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계기 같은 거로 생각했었던 거다. 그제야 진심으로 딸과의 관계, 딸이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해 생각한 게 아닐까.

그렇다면 왜 아버지와 딸인가? ‘사이비’부터 ‘부산행’, ‘염력’까지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로 서사를 풀고 있는데
- 아버지인 이유는 분명하다. 아버지가 가진 이미지 자체가 애증이 섞이지 않았나. 그런 게 이미지적으로 사용하기에도 좋았다. 어머니와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니까. 실망스러우실 수도 있겠지만 ‘왜 딸이냐’고 한다면 심은경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그랬다.

영화 '염력' 스틸컷 중, 석헌(류승룡 분)[사진=NEW 제공]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부모와 자식을 그리려고 성별이 다른 아버지, 딸을 사용한다고 짐작했었다
- 그런가? 가풍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 집은 아들만 셋이다. 그 세 아들은 아빠를 이해하지 않는다. 저는 사이좋은 아버지와 아들이든 사이가 나쁜 아버지와 아들이든 그려낼 자신이 없다. 부녀 관계를 번복한 건 완벽한 우연이었다. ‘사이비’는 부녀(父女)인 이유가 있었지만 ‘부산행’은 시나리오 당시 부자(父子)였다. 지금 사회 문화가 그런 부분에 대해 고찰을 많이 하는 분위기기 때문에 이야기를 더 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 연상호 감독의 작품에 부녀 이야기는 없는 건가?
- 딸에 대한 시나리오가 몇 개 더 있긴 한데 아버지와 딸은 아니다. 남편과 아내의 이야기,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 오빠와 동생의 이야기다. 심지어 오빠와 여동생의 이야기는 ‘겨울왕국’에 맞춰 자매 이야기로 바꾸었다. 하하하.

‘염력’은 비극적 결말이 아닌 꽉 닫힌 행복한 결말이었다. 연상호 감독의 작품이기에 중간중간 많은 의심을 했었다
- 반전이 있을 것 같았는데 없었다. 그래서 잘 안 됐나? ‘부산행’까지는 그런 고민을 했었다. 서사 폭탄, 감정 폭탄을 설치해서 터트리는 것 등을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자주 하다 보니 지겹기도 하고…. 밍밍한 맛이라고 하나? 소소한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위로받는 느낌이라 좋았다. ‘용산 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그에 대한 위로 같기도 하고
- 인간적인 부분에서 판타지가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잘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구조적인 부분에서까지 바꿀 필요는 없었지만. 리얼한 생태로 남는 것 같고, 인간적인 부분에서는 잘 끝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가 긍정적인 느낌을 풍기는 건, 악역 캐릭터의 도움도 있었다. 모든 캐릭터들이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나
- 처음 기획할 때부터 인간 대 악한 인간의 구도가 아니라 인간 대 시스템의 싸움이라고 생각했었다. 괴물 같은 악역이 나오길 바라진 않았다. 시스템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했고.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악역 캐릭터는 어떻게 잡아나갔나?
- 홍 상무의 경우 유미 씨와 촬영하면서 느껴지는 걸 많이 담았고 김민재 씨나 태양호 씨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태양호 씨는 원래 대사가 없는 캐릭터였는데 캐스팅을 하고 나서 김민재 씨와 둘이 가지고 있는 가벼운 시너지를 만들며 대사들도 늘어났다.

'염력'의 메가폰을 잡은 연상호 감독[사진=NEW 제공]


배우들이 모두 현장을 칭찬하더라. 특히 심은경 배우가 정말 즐거워 보였다
- 현장이 강박적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은경 씨는 노력파고 프로의식이 강해서 현장을 찾을 때 어떤 강박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있는 그대로 한다고 생각하라고. 은경 씨는 앞으로도 더 잘 될 거다. 배우로서 더.

원하는 바가 명확한 타입인데도 불구하고 배우들이 하고자 하는 건 다 열어주시더라
- 다 받아주는 편이다. 촬영 감독님 이야기까지 다 들어본다. 시간만 있으면 다 해보는 거지. 보고 아니면 빼면 되니까. 남의 것까지 잡아먹으면서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적당한 수준에서 할 건 다 해보는 편이다.

심은경, 류승룡을 비롯해 정유미까지. 배우들과 여러 차례 작업하는 편인데
- 새로운 관계를 넓히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영화를 찍다 보면 그 배우를 잘 알게 되는데 ‘이런 걸 해도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작품으로도 이어지고. 독특한 이미지가 필요하지 않은 한 아는 배우 내에서 하는 편이다.

‘염력’을 딱 10분만 보여준다면?
- 유미 씨가 취조실에서 이야기하는 거랑 진압하는 장면이 교차로 되어있는 부분을 보여주고 싶다. 그 장면이 가진 박력이 있다. 홍상무는 편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영상들은 어마어마한 박력이 있고 석헌이 느끼는 압박이 그대로 담겨있다. 석헌과 젊은 여성이 이야기하는 느낌이 아니라 거대한 힘이 석헌을 짓누르는 느낌이 드는 게 좋았다.

차기작은? 이번에도 실사영화인가?
- 몇 개의 시나리오를 두고 이야기 중이다. 아마 실사영화가 될 것 같다. 애니메이션은 만들기가 어려운 상황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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