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트 이상화 "고다이라 비교 마! 난 金보다 전설로 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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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8-0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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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오른쪽)와 고다이라 나오가 평창동계올림픽 최고의 명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전설적인 선수로 남을 것이다. 그렇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빙상 여제다운 답이다. 앞으로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 지에 대한 질문에 이상화는 당당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이상화는 금메달을 넘어 전설의 탄생을 꿈꾼다.

이상화는 오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 출전한다. 이상화와 고다이라가 하나뿐인 금메달을 놓고 불꽃 튀는 한 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상화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듣는 질문이 고다이라에 관한 것이다. 반복되는 질문에도 이상화는 “열심히 할 테니, 그 선수와 더 비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답했다. 고다이라보다는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있는 이상화다.

오래된 인연이다. 두 선수는 중학교 때부터 가까이 지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이상화가 몇 발 더 앞섰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2연패에 성공했고, 2013년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세계기록 36초36도 세웠다.

고다이라도 앞서가는 이상화를 목표로 열심히 달렸다. 500m에서 7~8위에 오르며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고다이라는 2014년 자비로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다녀온 후 확 바꿨다. 악바리다. 연습량이 남자 선수들보다 많다. 체력이 좋아지다 보니 약점으로 지적됐던 초반 100m 기록이 월등히 좋아졌다. 이상화가 지금껏 만났던 라이벌 중 가장 강력한 상대다.

하지만 고다이라에게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올림픽 DNA’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상화의 경험은 지구상에서 이상화 한 사람만이 갖고 있는 것이다. 고다이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레이스에 집중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험이 없는 선수는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많은 관심은 득이 아닌 독이다. 이상화는 다르다.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올림픽 즐기기’가 가능한 그다.

“이번 올림픽에서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좋지만, 평창에서 열리는 의미 있는 대회이기에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즐기면서 하다 보면 좋은 결과는 당연히 따라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금메달을 목에 건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소치 동계올림픽이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무수히 많았다. 빙상 위에서 수많은 세월을 보낸 이상화는 성숙했다. 그는 “운동을 하면서 힘든 순간은 많다. 하지만 세상에 힘들지 않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힘들 때는 그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노력하며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최고의 명승부는 이상화와 고다이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순간을 위해 4년 내내 굵은 땀방울을 흘린 두 선수 모두 뜨거운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누가 금메달을 땄는지 누가 몇 위를 한지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이상화는 이미 전설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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