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권병현 초대 주중대사 "한정 상무위원은 상해 임시정부 지켜낸 친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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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 기자
입력 2018-02-0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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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병현 초대 주중 한국대사 [아주경제 자료 사진]


"평창동계올림픽에 중국을 대표해 한국을 찾는 한정(韓正) 상무위원은 사실 알려지지 않은 친한파다. 한국에서는 한 상무위원의 방남을 의외라고 보지만, 우리나라와 상당한 숨은 인연이 있다."

7일 권병현 초대 주중 한국대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상무위원은 상해임시정부(이하 임시정부)와 깊은 인연이 있고, 우리한테는 은혜가 있는 인물"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권 전 대사와 한 상무위원의 첫 만남은 1992년 8월 25일로, 한·중 수교가 이뤄진 다음날이다.

권 전 대사는 중국과의 공식관계 열리자마자 이상옥 당시 외교장관과 함께 상하이로 떠났다. 상하이에 있는 우리 정부의 법통인 임시정부 청사를 찾아 한·중 수교 사실을 고하고 참배하기 위해서다. 

이때 중국을 대표해 이들을 안내한 사람이 바로 한정 상무위원이다. 

당시 한 상무위원은 임시정부 청사가 있는 상하이시 루완(盧灣, 2011년 황푸(黃浦)로 개칭)구의 대리 청장이었다. 우리로 치면 부청장에 해당하는 직급이다.

권 전 대사는 "한 상무위원은 임시정부 청사를 관할하는 구청장으로서, 우리를 데리고 가서 안내하고 함께 참배하며 한·중 간 공식관계를 열어준 장본인"이라고 설명했다. 

한 상무위원과 임시정부의 인연은 또 이어졌다. 
 
이후 1998년에 주중대사로 중국으로 간 권 전 대사는 그 다음 해인 1999년 4월 13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주재하고자 했으나, 상하이시의 반대에 부딪혔다. 중국 측에서는 한국의 법통을 세운 날이라고 해도 임시정부 터가 중국 영토 안에 있기 때문에 중국에서 주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상하이시 부시장을 지내던 한 상무위원은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 주최자를 둘러싼 이 논쟁을 중재, 한국 대사관과 상하이시가 공동 주관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고 권 전 대사는 전했다. 

한 상무위원은 재개발될 뻔한 임시정부 청사를 지켜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권 전 대사는 한 상무위원을 '임시정부를 살려준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권 전 대사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임시정부 청사가 있는 터가 완전히 재개발됐다. 임시정부 청사까지 거의 부동산 업자 손에 넘어갈 뻔했다"고 회고했다. 

루완구가 관할하는 임시정부 청사가 위치한 지역 일대는 옛 상하이시 구도심으로, 외국 조차지도 있는 '노른자위땅'으로 평가된다.

권 전 대사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는 임시정부 청사가 걸림돌이었다"며 "그래서 (당시 개발업자들은) 임시정부 청사까지 한꺼번에 국제 입찰에 넘기려고 했다"고 말했다. 

국내에 머물고 있던 권 전 대사는 당시 고건 총리의 호출을 받고 급히 총리실로 불려갔다. 임시정부 청사는 홍콩계 외국인 개발업자 손에 넘어가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임시정부 청사를 찾도록 하라는 고 전 총리의 명령을 받은 권 전 대사는 곧장 상하이로 넘어가 한 상무위원을 찾았다. 한 상무위원이 상하이 시장직을 맡고 있을 때다. 

한 상무위원은 국제 룰을 깨야 하는 상황에 난색을 표했지만, 권 전 대사의 절절한 설명을 들은 후 공시까지 넘어간 국제 입찰을 취소시켰다.

권 전 대사는 "한 상무위원을 찾아가서 '정식절차로는 안 되니까 한·중 관계의 큰 틀에서 결심을 해줘야겠다'고 했다"며 "상하이시가 국제 룰도 무시하고 어려운 결단을 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임시정부 청사를 제외하고 재개발이 이뤄져 탄생한 곳이 '상하이의 가로수길'로 불리는 신천지(新天地)다. 한 상무위원의 도움이 없었다면 현재의 임시정부 청사도 패션과 유흥의 거리로 바뀌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중국에서 한 상무위원과 한국의 인연은 이미 알 사람은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의 방한 역시 이 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권 전 대사는 "중국에서는 한 상무위원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일을 많이 했다는 것, 친한파라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며 "한 상무위원은 임시정부 청사를 둘러싼 특별한 인연 때문에 굉장히 친한(親韓)적인 인사였고 상하이에서도 한국에 대한 호의적인 조치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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