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개막식은 지상 최대 패션쇼"...정치&산업 '올림픽 단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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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8-02-09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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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 자존심' 선수단복에 담긴 나라 별 정치와 산업, 스포츠

  • 남북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으로 단복 긴급 변경

[아주경제 DB]


9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개막한다. 올림픽에선 선수들만 금메달을 두고 경쟁하는 게 아니다. 세계를 대표하는 선수단이 자국을 대표하는 패션브랜드의 옷을 입고 개회식에 등장하는 순간 패션브랜드들의 총성 없는 전쟁도 시작된다. 특히 이번 평창올림픽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92개국이 참가한다.

올림픽 국가대표팀의 단복을 보면 그 나라의 ‘국민브랜드’, ‘전통’, ’철학‘ 등을 알 수 있다. 올해 역시 랄프로렌(미국), 조르지오 아르마니(이탈리아), 아디다스(독일), 라코스테(프랑스), 아식스(일본), 노스페이스(한국)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자국 대표팀 단복 제작에 적극 참여했다. 각 나라의 스포츠 정신과 정체성을 담은 공식 유니폼을 살펴보는 것은 동계올림픽의 또 다른 재미이자 관전 포인트다.

올림픽 선수단 패션은 크게 개·폐회식 공식 단복과 경기장에서 입는 유니폼으로 나뉜다. 각 브랜드들은 누구의 디자인이 더 혁신적인지, 더 기능적인지를 가리기 위한 진검 승부를 겨룬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림픽에서 얼마나 이슈가 됐는지, 얼마나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는지가 향후 브랜드 정체성과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올림픽은 살아있는 하나의 거대한 패션쇼"라고 말했다.

1976년 몬트리올림픽 선수단 모습. [사진 = 대한체육회 제공]


◆일장기부터 태극문양까지···한국 단복은 역사의 '축소판'

한국 대표팀들의 역대 올림픽 단복은 한국사의 압축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림픽 선수단 단복에는 성공을 기원하는 국민들의 염원과 정치·경제적인 상황에 부합하는 의미가 담겼다. 한국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처음 출전했는데 당시에는 마땅한 단복도 태극 마크도 달 수 없었던 혹한의 시기였다. 마라톤 선수였던 손기정, 남승룡 선수가 일본 선수 자격으로 출전해 각각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현재 대표팀 단복처럼 정장에 가까운 디자인은 1960년대 말 처음 제작됐다. 그전까지는 마땅한 단복 규정이 없어 옅은 파란색 상의에 ‘백의민족(白衣民族)’의 상징인 흰색 바지 정도를 공통으로 맞춰 입고 갔다. 1964년 도쿄올림픽 때는 옅은색의 바지와 스커트, 베레모(남성선수), 하이힐(여성선수) 등이 눈에 띈다.

1972년 뮌헨올림픽 때는 금메달에 대한 열망을 담아 노란색 단복이 등장하기도 했다. 당시 대한체육회 위원들은 노란색 단복이 ‘칙칙해보인다’며 반대했지만 고 김택수 대한체육회장은 이를 고집했다. 그는 “온 국민들이 금메달을 목마르게 기다린다”며 대표팀 단복에 금메달 색을 재현해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도 한국대표단은 붉은 바탕에 노란색이 배합된 단복을 입었다. 실제 1976년 레슬링 국가대표 양정모는 건국 이후 첫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1980년대부터는 선수단 단복에 태극문양이 적극 활용되기 시작했다. 1984년 LA올림픽 때는 선수단이 개막식 때 태극선(태극문양이 새겨진 둥근 부채)을 흔들면서 입장해 세계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역시 하늘색 상의와 흰색 하의를 입고 태극선을 소품으로 활용했다. 이후 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하늘색과 남색, 흰색 등은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색상으로 대표단 단복에 활용됐다.

국내 대표단 올림픽 단복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 시기는 2010년대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6년 리우올림픽 단복은 디자인과 기능적 측면 모두 세계에서 인정받았다. 모두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이 맡아 디자인했는데, 한복과 태극기에서 얻은 영감을 현대적인 디자인과 신소재로 재해석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특히 2012년 런던올림픽 단복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베스트 유니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대표단 단복은 대한민국 이름을 달고 참가했던 최초의 올림픽인 ‘1948년 런던올림픽의 재발견’이라는 모티브로 제작됐다. 더블브레스트(단추를 두 줄로 단 상의) 형태의 남색 재킷과 태극기에서 착안한 흰색 바지, 빨간색 스카프 등으로 구성됐다.

올해 평창올림픽 단복엔 우여곡절이 많다.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 구성이 급작스럽게 확정되면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아닌 남북 단일팀으로 단복과 유니폼이 새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노스페이스가 제작한 대표팀 단복에는 태극기의 4괘를 모티브로 한 한국적 디자인이 반영됐다. 흰색 컬러를 바탕으로 하되 북한 대표팀을 고려해 기존 태극기는 한반도기로 교체했다. 오른팔에 새겨진 팀코리아 로고와 패딩 안감에 새긴 애국가 가사도 삭제했다.

[사진=2018평창동계올림픽, 스위스(좌) 이탈리아(우) 선수단 공식 단복]

 

[사진=한국 대표팀 공식 단복, 런던올릭픽(위), 리우올릭핌(아래)]


◆모국이 사랑한 세계적 브랜드···미국은 '랄프로렌', 이탈리아는 '아르마니'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의 디자이너들도 모국 대표팀 단복 제작에 적극적이다. 올해 가장 주목받는 단복은 미국 대표팀의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랄프로렌은 자국 대표단을 위해 성조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흰색, 파랜색을 기반 삼아 발열파카를 만들었다. 파카 안쪽에는 얇은 배터리팩이 장착돼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평창의 혹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이탈리아 대표단도 자국의 유명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제작한 의상을 입는다. '고급 수트(정장)'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르마니는 2012년 런던올림픽 때부터 이탈리아 대표단의 공식 단복을 제작하고 있다.

올해는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스포츠라인을 통해 단복을 제작했다. 심플한 컬러와 실루엣으로 운동선수들의 활동적인 성향을 드러내면서도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수단복 소매에 이탈리아 국가의 일부 소절을 새겨 넣어 정체성을 살렸다.

스웨덴 대표팀의 공식 단복은 독특하게도 SPA(제조·유통일괄)브랜드 H&M(에이치앤드엠)이 제작했다. H&M은 스웨덴 국가대표단 의견을 적극 반영해 개·폐회식복, 선수촌 연습복, 일상복 등을 모두 직접 만들었다. 

디자인은 스웨덴의 다양성을 나타내는 국기의 스트라이프 문양을 바탕으로 국가 상징색으로 노랑, 파랑, 금색 등을 사용했다. H&M 관계자는 "스포츠의 기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패션과 스웨덴의 문화유산을 모두 담아내 디자인했다"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능이 곧 디자인···스포츠 브랜드 손잡은 프랑스·일본·독일

프랑스 대표팀의 단복은 프랑스 국민브랜드 라코스테가 맡았다. 라코스테는 호주 오픈에서 한국인 최초로 4강에 오른 테니스 선수 정현이 입어 최근 화제가 된 브랜드다. 라코스테는 속도를 상징하는 사선형 패턴 디자인과 프랑스 국기 색상(블루,화이트,레드) 등을 활용해 프랑스 스포츠의 우아함을 단복에 담았다.

이밖에 일본의 단복은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가 맡았다. 열정과 생동감이 느껴지는 오렌지색을 메인컬러로 활용했다. 독일 대표팀 단복은 자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아디다스가 맡았다. 아디다스는 최대한 색을 배제한 심플한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움과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표현했다.

삼성패션연구소 관계자는 “올림픽 선수들의 단복은 국가이미지를 대표하는 상징성이자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드러내는 자원"이라며 "특히 개막식은 각국의 단복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세계 패션의 흐름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각국의 패션 경쟁력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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