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교 칼럼]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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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교 초빙논설위원, 바른정책연구원장
입력 2018-02-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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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교 초빙논설위원.바른정책연구원장]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혹은 직무수행 지지율)을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선출되기 때문에 국민의 뜻대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는 대표 이론(representation theory)이 있다. 즉,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직접 통치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표를 선출한다. 선출된 대표는 국민의 의사에 따라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의 자율권과 자주성은 제한된다. 단순 대리인(delegate)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철학과 원칙은 중요하지 않다. 이 경우 대통령은 기능적 대변자에 불과하다.

한편 리더십 이론(leadership theory)에 따르면 대통령은 선출된 후 자율권을 가진다. 민주적 정통성을 가진 대통령은 리더이다. 소신과 철학을 구현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해준다. 헌법과 법률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 국민 다수의 반대도 개의치 않는다. 단기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고통이 수반될 수도 있다. 권력의 수탁자(trustee)로서 소신을 펼친다. 평가는 역사에서 받겠다.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사명 중심적 관점이다.

프랑스의 사상가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대표는 인민의 대리인에 불과하며 그 어떤 것도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대표 이론을 주장했다. 한편 영국의 철학자 버크는 ‘유권자의 뜻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지도자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불편부당한 의견, 성숙한 판단, 양심에 따른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리더십을 중요시했다. 현대 대의민주주의, 특히 대통령제에서는 리더십 이론이 부각되고 있다. 두 이론의 변종인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도 있다. 국민의 대표로 선출된 대리인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해서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실패한 대통령의 사례를 종종 발견할 수도 있다.

장황하게 딱딱한 이론을 끄집어낸 이유는 딴 데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촛불 민심에 의해 대통령에 선출되고 이들의 절대적 지지에 기대어 국정운영을 펼쳐온 문 대통령이다. 지지도와 지지 기반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 중요한 시점이다. 향후 운영 기조와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나아가 대통령직의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한국 갤럽의 주간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9개월 만에 20% 포인트(83%→63%) 떨어졌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상당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지역별로 보면 호남에서의 지지율은 소폭(11%) 하락한 반면 PK 지역(25%)과 TK 지역(23%)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수도권에서도 23% 포인트 하락했다. 이념 성향별로 보면 진보 진영의 지지율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보수층(28%)과 중도층(26%)의 하락폭이 크다. 세대별로 보면 진보 성향인 3040세대의 지지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보수 성향인 50대에서 34% 포인트 하락했다. 20대 지지율이 27%나 빠진 것도 뼈아프다. 직업별로 보면 자영업자(35%)와 학생층(27%)에서 대폭 하락했다.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는 법칙화되어 있다. 임기 초 높은 지지율을 보이다가 우하향으로 하락한다. 미국의 대통령 지지율 변화도 유사하다. 단지 임기 후반에 다소 상승하면서 U자 형태를 보여준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간 고공행진을 보여왔다. 임기 초기에는 8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일부 국민들은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사 방법과 기법상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지 않았을까? 탄핵으로 인한 과거 청산과 국정 안정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컸을 것이다.

기대이론(expectation theory)에 따르면 어느 대통령이든 초기에는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모든 기대와 요구 사항을 내민다. 하지만 대통령은 신이 아니다. 모든 기대 충족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실수와 실책의 연발이다. 첫 번째 상처는 인사 과정에서 드러난다. 국정의 두 축인 안보와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역대 정부의 동일한 패러다임의 반복이다. 과거 정부와 다를 것으로 기대했던 지지자들은 실망한다. 특히 문 정부의 핵심 기반은 노조와 진보 시민단체들이다. 이들이 완장 차고 피켓 들고 나섰다. 문 대통령의 부담이고 딜레마이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면서 지지층이 반대하고 이탈했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로 끝났다. 동일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문 대통령은 지지층만은 꼭 잡아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다. 그들의 요구는 무엇이든 들어준다. 그들이 반대하는 정책은 실행하지 않는다.

집권 여당 의원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정책의 우선순위와 성과를 판별하는 기준은 지지 기반을 흩뜨리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를 넘어 그 이후까지 진보 정권을 유지하려면 지지 세력을 약화시키는 선택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역사의 사례를 보면 정반대다. 소수의 지지기반을 갖고 정권은 성공할 수 없다. 특수 이익 집단(special interest group)의 요구에 매몰되면 국가는 결국 망하고 만다. 그들의 요구는 한계가 없고 지속적이다. 수단이 제한된 임기 5년의 대통령으로선 감당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편협한 지지기반을 넘어 국민을 위한 일반 의지(general will)를 실행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턴 어라운드해야 할 시점이다. 지지자들의 단순 대변자에서 전 국민의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 그 길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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