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대진단] 반도체에 기댄 한국경제…고용·가계부채 해결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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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군득 기자
입력 2018-02-0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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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대희 KDI 연구위원 "반도체 호황기 오래 가지 못할 것"

  • 수출·내수 균형발전 위한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 절실

 

정대희 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

 

새해가 밝았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해 아침이지만 올해만큼 한국경제의 성장 둔화에 대한 걱정이 덜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세계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어 우리 경제에도 따스한 온기가 찾아오진 않을지 기대가 높다.

2018년을 맞이하는 한국경제, 성장세가 확대되며 열기를 되찾을 것인가? 한국 경제의 향방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최근 우리 내부의 흐름을 되짚어보자.

지난해 우리 경제는 오랜만에 3%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서비스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제조업 생산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건설업의 둔화 추세를 보완하는 모습이었다.

수요 측면의 모습도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설비투자는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민간소비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하반기부터는 나름대로 견고한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3% 성장에 있어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수출이었다. 글로벌 경기 호전으로 대외 수요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반도체 사이클이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체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던 것이다. 반도체 호황이 없었다면, 3% 성장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성장률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체 취업자 증가폭은 연간 30만명 내외 수준에 정체됐다. 실업률도 3% 후반의 비교적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이처럼 성장과 고용 간 동조성이 떨어진 것은 반도체 편중이 심화된 데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과 고용 간 동조성은 이미 2000년대 이후부터 약화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실질성장률과 취업자 증가폭 간 상관계수가 2005~2009년 중에 0.78이었지만, 반도체 호황기를 포함하는 2015~2017년 기간 중에는 0.19까지 하락했다.

최근 성장률 개선이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에 편중됐고, 제조업 취업계수가 상대적으로 낮다 보니 성장률 상승에도 전반적인 고용은 가시적인 개선을 나타내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해 3% 성장률 달성이라는 경제적 성과를 평가하자면 총량적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세인 것은 분명하지만, 내용적 측면에서는 반도체 편중 심화로 아직까지 균형 잡힌 경기회복이라고 보기 힘들다.

사실 반도체 경기는 고용과 수출뿐 아니라 생산 및 설비투자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성장률 개선을 견인하는 제조업은 반도체 생산에 편중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수 지표 중 가장 견실한 증가세를 나타낸 설비투자도 반도체 기업의 제조장비 확충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제조업 가동률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기업이 신규 설비투자를 확대시킬 만한 여력이 없었다.

반면 반도체 생산기업은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와 가격상승에 반응, 큰 폭으로 설비를 확충했다. 그 결과 설비투자 증가율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올해에도 반도체에 편중된 성장이 지속될까? 산업별 성장률 전망을 살펴보면 세계경제는 당분간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산업의 성장을 기반으로, 경기회복이 진행된 지난해 구도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세계경제 회복 전망은 한국경제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반도체 편중 심화로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 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경제 회복이 ICT 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이에 따라 한국경제도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 의존하는 모습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올해도 성장률 상승효과가 경제 전반에 파급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 된다는 것이다.

다행히 대외 여건은 올해에도 개선 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일부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통상정책과 한반도 및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하방위험 요인이 잔재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달러화 표시 대외채무 증가, 자본유출 등으로 일부 신흥국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세계경제는 지난해와 비교할 때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실제 교역량이 꾸준히 확대되고, 산업생산도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기 선행지수도 기준치(100)를 상회하면서 세계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전망기관도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소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내외 경제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우리 경제는 올해에도 3%에 가까운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다만 높은 반도체 의존도로 인해 고용개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우선 경제 성장률은 세계경제 성장률의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작년과 유사한 수준(2017년 3.1%→2018년 2.9%)이 예상된다.

투자부문은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이 설비투자(14.7%→3.0%)를 확대할 유인이 없다. SOC 예산 감축과 주택시장 규제 강화의 영향을 받은 건설투자(7.2%→0.4%)도 부진해지면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민간소비(2.4%→2.7%)는 소비심리 개선 및 정책효과에 따른 가계소득 증가의 영향으로 다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소비가 내수 개선을 주도하게 된다는 점에서 성장률은 비슷하지만, 총 수요 개선양상은 다소 달라질 전망이다.

한편 고용개선이 지연되는 등 경기가 견실하게 회복된다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한국경제가 반도체 수출에 의존, 불균형적인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한국경제 성장에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반도체 경기의 불확실성이다. 당분간 반도체에 편중된 성장추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직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만, 중국 정부가 반도체 자급률을 현재 20%에서 2025년에 70%로 올린다는 목표하에 반도체 굴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가격 등 수출단가 하락과 관련 산업에서의 경쟁력 및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경우,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생각보다 단기간에 빠르게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외 충격에 따른 수요부진을 완충할 수 있는 거시경제 정책이 필수적이다.

외부 충격이 발생하는 즉시, 통화 및 재정정책 등 거시경제 정책을 적절히 사용하도록 정책 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 한국경제가 대외 충격에 더 큰 회복력을 갖출 수 있도록 구조개혁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 △부실기업 구조조정 문제 등은 대외 충격이 발생할 경우, 여파를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내부의 구조적인 취약점은 하나하나 해소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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