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에서 한라까지…다시 쓰는 '감동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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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영 기자
입력 2018-02-06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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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단 이후 4번째 남북 단일팀 '여자 아이스하키'

  • 1991년 탁구세계선수권 女 복식 우승·축구 8강

  • 현정화 "가슴 저 밑에서 솟구치던 뜨거운 느낌"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단일팀으로 함께 뛰기 위해 지난달 25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들어온 북한 선수단을 꽃다발을 건네며 환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치 쇼(Show)가 될 것인가, 감동의 드라마가 연출될 것인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남북은 지난달 17일 실무회담을 통해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정부합동지원단 단장을 맡은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우리 팀 선수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고, 감독권에도 피해가 없도록 충분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단일팀 구성은 뜨거운 감자였다. 정부가 선수들과 상의하지 않고, 단일팀 구성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지난 4년 동안 연습해 온 우리 팀 선수들의 경기 출전 기회를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대회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단일팀이 손발을 맞추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결국 아이스하키팀은 정부의 결정을 수용했고,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지난달 26일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단일팀을 이끄는 세라 머리 감독은 “남북 단일팀이 진작에 논의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왕 단일팀이 구성됐다면 단일팀 선수들이 소통하고 하나가 돼야 한다”라며 ”분단된 나라가 하나가 되고 다리를 놓는 위대한 역사의 한 부분이라 뿌듯하지만 선수들이 희생되는 면도 있다. 양가적인 감정이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1950년 분단 이후 남북이 스포츠 경기에서 단일팀을 이룬 것은 이번이 네 번째가 됐다. 1991년 일본 지바세계탁구선수권 대회에서 처음으로 단일팀을 결성한 후, 같은 해 포르투갈 피파(FIFA)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2011년 카타르 피스앤드스포츠컵(Peace and Sports cup) 등 세 차례 단일팀을 통해 남북은 세계 무대에서 한반도기를 휘날렸다.

◆'남북 탁구 에이스' 현정화·리분희, '만리장성'을 넘다
 

[사진=연합뉴스]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된 것은 1991년 4월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였다. 남한의 탁구 스타 현정화와 북한 리분희 선수 등을 비롯해 홍차옥(남측), 유순복(북측), 유남규·김택수(남측), 김성희(북측) 등이 단일팀 선수로 선발됐다.

팀 이름은 ‘코리아’였으며 이들은 가슴에 한반도기를 달고 경기에 임했다. 이 경기는 2012년에 영화 ‘코리아(감독 문현성)’로 만들어질 정도로 유명하다. 배우 하지원씨와 배두나씨가 각각 현정화와 리분희 역을 맡아 열연했다.

당시에도 남북 단일팀 구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다. 대회를 두 달여 앞둔 2월 12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체육 회담에서 단일팀 구성이 확정됐다. 1987년 KAL기 폭파 사건으로 악화된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탁구 교류가 추진된 것이다.

현정화 감독(렛츠런)은 “처음에 거부감이 들었다. 이용당하는 듯한 생각도 들었다”라면서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그 상황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충실하게 임했다”라고 회고했다.

단일팀은 3월 26일부터 46일 동안 일본에서 합숙 훈련을 진행했다. 첫 만남은 어색했다. 그러다 당시 리 선수가 간염에 걸려 훈련에 제대로 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현 선수는 특식까지 사다주며 리 선수를 옆에서 챙겨줬다. 그렇게 가까워진 두 선수는 여자 단체전 결승에 복식조로 출전해 중국을 3-2로 꺾었다. 9연패를 노리던 세계 최강팀인 중국을 상대로 우승한 것이다.

현 감독은 최근 한 언론에 기고한 에세이를 통해 “27년 전 일본 지바에서는 남북이 하나가 되어 중국을 이기는 모습을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보여줬다”라며 “마치 ‘통일이 되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가슴 저 밑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왔었다. 지금도 그때 그 시간은 나에게 평생 잊히지 않는 드라마”라고 전했다.

한편 현 감독과 리분희 조선장애자체육협회 서기장이 오는 3월 평창패럴림픽에서 만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평창패럴림픽에 장애인 노르딕 스키 선수 2명을 파견할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 장애인체육 행정의 실무 책임을 맡은 리 서기장이 선수단을 이끌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그가 방남한다면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은 27년 만이다.

◆청소년 축구 단일팀, 8강 진출 쾌거
 

[사진=인터넷 자료]


1991년 남북체육회담에서는 합의한 단일팀이 또 있었다. 바로 그해 6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제6회 FIFA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남북은 각각 9명씩 총 18명으로 단일팀을 꾸렸다. 이들은 약 한달간 합을 맞춘 후 대회에 출전했다.

당시 단일팀을 맡았던 최익형 코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때는 그냥 하라면 하고, 나가라면 나가고 그랬다. 팀에 남아 있으면 ‘아, 나는 그냥 같이 가나 보다’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단일팀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이겼다. 남한의 강철, 이임생 선수 등이 수비를 책임졌고, 북한의 최철, 조인철 선수 등이 주로 공격을 맡았다. 조 선수가 중거리슛을 넣었다.

어색했던 남북 선수들이 한층 더 가까워진 계기가 됐다. 최 코치는 “아르헨티나를 1-0으로 이기니 남이고 북이고 할 것 없이 서로 부둥켜안고 좋아했다”라며 “그때도 아리랑을 불렀다. 어린 나이에 울컥했다. (북한 선수들과) 더 일찍 가까워지지 못해 아쉽다”라고 회고했다.

2차전에서는 아일랜드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역시 북한의 최 선수가 한 골을 넣었다. 개최국인 포르투갈과 맞붙은 3차전은 0-1로 졌다. 하지만 1승1무1패,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는 축구 강국 브라질을 만나, 최 선수가 유일하게 득점했지만 결국 1-5로 졌다.

◆ 20년 만에 또다시 탁구로 하나 된 남북
 

[사진=연합뉴스]



남북 단일팀은 2011년 중동에서 또 한 번 이뤄졌다. 그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회 피스앤드스포츠컵 탁구 초청 경기 대회에서 남북이 단일팀으로 출전한 것이다.

피스앤드스포츠컵은 전쟁이나 정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가끼리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자는 뜻에서 기획된 친선 대회다. 대회에는 미국·한국·북한·중국·일본·러시아 등 6개국과 국경 분쟁과 종교로 갈등 중인 인도·파키스탄, 그리고 유럽의 프랑스와 주최국인 카타르 등 10개국이 출전했다.

아담 샤라라 국제탁구연맹 회장은 당시 “국제 평화에 기여해온 탁구가 다시 한번 분쟁국 사이의 평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며 “특히 남북한이 단일팀을 이룰 수 있도록 북한을 방문해 설득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남한의 유승민 선수와 북한의 김혁봉 선수는 남자복식 경기에서 우승했다. 남한 김경아 선수와 북한 김혜성 선수 복식팀은 결승에서 미국의 릴리 장-러시아의 아나 티코미르노바 팀에 패하며 준우승했다.

당시 감독을 맡았던 현정화 당시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선수들이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뿐이었는데도 호흡이 잘 맞았다”고 전했다.

유 선수는 “작지만 의미 있는 대회에서 우승해서 기쁘다”라며 “김 선수와는 두 경기만 뛰었는데 짧은 시간에도 서로 잘 맞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남북 선수들이 더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 선수도 “북과 남이 같이 나와 1등을 했으니 지켜본 모든 사람이 기뻐할 것”이라며 “같은 민족끼리 호흡을 맞춰 더 잘 맞았다. 함께 뛰니 든든했다”고 말했다.

◆22위와 25위의 만남···결과는 ?

이번에는 여자 아이스하키다. 세계 랭킹 22위인 남한과 25위인 북한이 만났다. 단일팀 최종 엔트리는 기존의 우리 선수 23명에 북측 선수 12명이 더해져 35명이다. 이 중에서 북한 선수는 경기당 3명이 출전하고, 주로 4조에서 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난 4일 인천선학 국제빙상경기장에서 스웨덴과 첫 평가전을 치렀다. 결과는 1-3으로 남북단일팀이 패했다. 하지만 단일팀이 합동 훈련을 시작한 지 열흘 만이다. 또 스웨덴은 세계 5위로 강력한 상대였다. 머리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북한 선수들이 우리의 기존 시스템 전술을 잘 외웠고 그 결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남북 단일팀과 같은 조에 있는 일본은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 다이도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 친선전에서 세계 8위 체코를 4-1로 이겼다. 일본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세계 랭킹은 9위다. 일본은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메달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남북 단일팀과 일본은 오는 14일 맞붙는다.

한편 단일팀은 오는 10일 스위스, 12일 스웨덴, 14일 일본과 B조 조별리그를 치른다. 이후 순위결정전 등 총 5경기를 이번 올림픽에서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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