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정부 규제에 맷집 커진 강남 집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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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입력 2018-01-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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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영관 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차장

최근 서울 강남의 부동산중개업소를 돌아보면 대부분 이런 말을 한다. "찾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없다." 강남뿐 아니라 마포·용산·양천구 등을 다녀봐도 비슷한 의견이 나온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품고 있고, 간혹 매물이 거래되면 이 후 출시되는 매물은 수천만원 오른 가격에 나오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0.43% 올랐다. 이달 11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0.575%)과 18일 기준(0.53%)보다는 상승폭이 줄긴 했지만, 작년 7월 중순(27일) 0.57%를 제외하곤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지속적인 가격 상승세를 결정하는 지표인 거래량도 늘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아파트 거래량은 30일(신고일 기준) 현재 8556건이나 된다. 1월 한 달간 거래량은 9000건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년 8월(1만4686건)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또한 서울시가 거래량을 집계한 2006년 이후 1월 거래량 중 가장 많은 것이다. 직전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15년으로 6823건 수준이었다.

매물보다 수요가 많아 시장에 출시되는 매물은 빠르게 팔려나간다. 강남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선 "매물이 워낙 귀하다 보니 나오기 무섭게 몇 시간 안에 계약이 체결된다"고 말한다. 정부의 규제로 투기 수요가 줄긴 했지만 서울 요지를 향한 실수요는 여전히 많고, 그에 비해 해당 지역의 공급은 과거보다 더 많이 줄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재건축연한 연장 등은 '공급 부족'이라는 시그널을 더 강하게 줄 것으로 보인다. 역설적으로 강남과 서울 도심 아파트 선호 현상은 더 높아진 셈이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줄어든다면 좀 더 기다려 더 높은 가격에 팔려는 집주인이 많아지는 게 오히려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대출규제와 세금 등 규제에 따른 부담이 적고 덜 민감한 '부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하기 위해 선별적·집중형 투자를 하고 있고, 그 대상은 강남 재건축 시장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추가 규제 시그널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대출규제를 해봐야 부자들은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금이 비축돼 있고, 세금 부담 역시 며칠 새 집값이 1억원씩 오르는 상황에서 무서울 리 없다.

오히려 떠들썩한 정부 규제로 인해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송파 잠실주공5단지,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 가격을 온 국민이 실시간으로 전해듣고 있는 통에 지방 자산가들도 강남 아파트 구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일각에서 나오는 "규제만 하다가는 강남 집값이 3.3㎡당 1억원씩 가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의견이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이다.

강남 집값은 역대 정부마다 이슈가 됐다. 이 때문에 오르면 규제하고 내리면 해제하는 정책 변동성이 반복됐다. 그래서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주택시장을 그냥 놔두는 것이 상책"이라는 의견에 귀기울일 만하다. 강남과 서울 집값이 당분간 더 상승할 수 있겠지만 시장이 소화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상승하면 결국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 아닌가.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숙제를 시장이 자연스럽게 해결해줄 수 있다.

정부는 강남 집값을 잡는 데 많은 힘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강남에 몰린 수요를 해소할 수 있도록 다른 지역의 인프라 개선에 노력을 쏟아야 한다. 저소득층의 주거복지와 더 많은 서민들의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에 힘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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