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하늘길 전쟁'에 발 묶인 5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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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01-3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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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대만해협 중간선 인접 新항로 개설…대만 양안 전세기 불허로 '맞불'

양안간 '하늘길 전쟁' 일지[사진=대만언론종합]


중국과 대만간 ‘하늘길’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음력 설)를 앞두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승객 5만명의 발이 묶였다. 

대만 민항국은 춘제 연휴를 앞두고 중국 동방항공과 샤먼항공이 신청한 양안(兩岸·중국 대륙과 대만)간 직항 전세기 176편의 운항 승인을 결국 거부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전세기 운항 승인 마감일은 지난 29일까지였다.

동방항공의 경우, 106편의 양안 전세기 운항을 추가로 신청해 이미 2만명의 승객 예약을 받아놓은 상태다. 동방항공은 지난 18일 약 4만명의 승객이 춘제 연휴 기간 해당 전세기를 이용해 양안을 오갈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만 당국이 민의를 존중해 하루 빨리 전세기 운항을 승인해 승객들에게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줄 것을 주장했었다.

대만 당국의 이번 양안 전세기 신청 불허로 약 5만명의 승객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명보는 예상했다.

대만 교통당국은 해당 전세기 편을 예약한 승객들은 다른 항공편으로 갈아타거나 홍콩·마카오를 경유하거나, 혹은 중국 푸젠성 샤먼과 대만 진먼 간 여객선을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진먼에 구비된 민항기나 군용기 편으로 대만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2005년 양안 전세기 운항 개통 이래 설 연휴 전세기 운항이 거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명보는 전했다. 

대만 교통당국이 동방항공과 샤먼항공의 양안 전세기 운항을 불허한 이유는 지난 4일 중국 민항국이 양안간 대만해협에 일종의 군사경계선으로 정해놓은 중간선에 바짝 붙어 지나가는 새 항공노선 M503 항로를 대만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과 관련이 있다. 현재 동방·샤먼항공은 이 M503 항로에서 민항기를 운행중이다. 

대만은 중국이 민항기 운항을 빌미로 대만에 정치·군사적으로 부당한 압박을 가하려는 것이라며 현재 중국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제소한 상태다. 반면 중국은 이는 순수한 민항항로로 이미 ICAO의 허가도 받았다며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하늘길'을 둘러싼 양안간 갈등은 고조됐다. 

대만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대만 행정원 대륙위원회 장샤오웨(張小月) 주임위원은 29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M503 항로 갈등의 원인은 대륙 측에 있다"며 "정치적 조건 없이 양안간 민항문제를 논의할 것을 촉구하며 하루빨리 기술적 협상을 통해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주임은 "M503은 비행안전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에도 우려된다며 대만 정부에게 한치의 타협과 양보는 없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인민일보 해외판은 29일 대만 당국의 전세기 운항 불허에 대해 "남을 해치고 자신도 해치는 '해인해기(害人害己)'라고 꼬집었다. 

이번 대만의 전세기 운항 불허에 대해 중국 대륙에서 사업하는 대만 기업인들의 불만도 커졌다.

중국 관찰망에 따르면 리정훙 상하이 대만기업인협회 회장은 "그냥 우리에게 바다를 헤엄쳐서 고향으로 돌아오라고 하는 게 낫겠다"고 비꼬았다. 

상하이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대만 사업가 에릭은 영국 BBC 중문망 인터뷰을 통해 "양안 관계는 사실 기업인들과 그렇게 큰 상관은 없었다. 그동안 마잉주 총통 시절의 안정적 국면에 익숙해져 있었다"며 "그런데 올해부터는 아무래도 더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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