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가상화폐, 門만 빼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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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8-01-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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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들, 금융당국 눈치보며 신규 계약에 신중

[사진=연합뉴스]


합법적인 가상화폐 투자의 문이 열렸지만 아무도 그 문을 열고 들어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는 30일부터 가상화폐 실명확인 시스템이 가동되지만 신규 투자자 유입은 불투명한 상태다.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있는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신규 계약을 외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8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있는 신한은행 등 3개 은행은 기존 계좌 보유자들만 실명으로 전환하고 신규 계좌는 "추후 시장 상황을 보면서 발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KB국민·KEB하나·광주은행 등도 실명제 시스템은 구축했지만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은 하지 않고 있다. 30일부터 실명확인 시스템이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신규 투자자는 투자의 길이 막힌 셈이다.

은행권은 당국의 눈치만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시장을 투기는 물론 범죄의 온상으로 연일 지적하는 상황에서 대놓고 가상화폐 거래소와 계약을 맺었다가는 미움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부여한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섣불리 계약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자금의 용도와 출처 확인은 물론 1일 1000만원, 7일 2000만원의 금융거래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하는 등 엄청난 양의 자금세탁 방지 확인 의무가 주어져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루에 수십만건의 입출금이 움직이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은행이 자금의 목적이나 출처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은 수수료 수익 대비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그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이 질타를 받을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어떤 은행이 나설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은행이 거래소와 신규 계약을 맺는다고 하더라도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계좌 개설은 힘들 전망이다. 거래소가 거래하는 은행에 계좌가 없는 거래자는 해당 거래은행에 계좌를 신규 개설해야 한다. 그런데 이들 6개 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을 금융거래 목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은행은 대포통장 방지를 위해 고객의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하는데, 소득증빙이 어려운 주부나 학생·취업준비생 등이 계좌를 개설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자 투자자들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신규 투자를 하는 편법을 커뮤니티에서 공유하고 있다. 중소형 거래소에서 법인계좌로 가상화폐를 구입해 업비트 계정의 지갑으로 보내 투자를 하는 방식 등이 그렇다. 업비트는 지난 24일부터 신규 투자자의 가상화폐 입금을 재개했다.

업비트에서는 현재 신규 투자자의 원화 입금은 불가능하지만 가상화폐 입금은 가능하다. 따라서 원화 입금이 가능한 중소형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입해 업비트 계정의 지갑으로 보내면 투자를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로 인해 거래소의 '옥석가리기'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4개 주요 거래소에서만 신규 투자자 유입이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P2P(개인 간 대출) 금융 업체에 고객의 투자금을 은행 계좌에 분리 예치토록 했었다. 당시 은행과 계약을 못한 일부 업체는 시장에서 퇴출되는 등 은행을 통한 우회적 규제가 옥석가리기에 영향을 미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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