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매직-히딩크 매직' 평행이론...2002년 월드컵 후 굴곡진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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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8-01-24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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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이 카타르를 꺾고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결승에 오르는 기적을 일궜다.사진은 지난해 10월 기자회견하는 박항서 감독. [사진=연힙뉴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결승까지 이끈 박항서 감독의 옛 인터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터뷰를 보면 굴곡진 축구인생이 드러난다. 히딩크 감독이 우리나라에서 4강 신화를 쓰기 전 모습과 맞닿아 있다.

박 감독이 베트남에서 또 하나의 한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바로 축구다. 그가 이끄는 23세 이하(U-23)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결승에 진출했다. 우리나라 네티즌들도 이를 두고 ‘바캉스 매직’이라며 환호하고 있다.

박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수석코치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이름을 알렸다. 당시 그는 감독과 선수를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고, 이는 월드컵 4위라는 성과로 이어져 일약 축구계의 스타로 떠오른다.

하지만 그의 축구인생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을 맡았으나 동메달이라는 이유로 해임됐고, 2005년 신생팀인 경남 FC의 초대 감독으로 취임해 팀을 4위까지 끌어올렸으나 구단과의 마찰로 그만두게 된다. 이후에도 전남 드래곤즈 감독과 상주 상무 감독, 창원시청 축구단 감독 등 프로팀과 실업팀을 두루 거쳤지만 상처뿐인 영광이 더 많았다.

그중 누리꾼들은 상주 상무를 떠난 이유가 부대장과의 갈등 때문이었다고 밝힌 인터뷰를 발굴해내 국내 스포츠 문화 전반에 깔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박 감독은 2015년 스포츠전문지 베스트일레븐과의 인터뷰에서 “한 부대장은 선수들을 전투병 비슷하게 만들었다. 세계 군인 선수권 대회가 있다며 선수들을 숙소가 아닌 운동장에서 쉬라고 시켰다”며 “시즌 중에도 아침마다 4~6㎞씩 구보를 시켰고, 리그 경기 하루 전에 (선수들을) 산에 올려보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선수 선발에 권한이 없었다”면서 “2015년 유독 문제가 많았다”라고 말해 윗선과의 불편했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의 최근 행보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걸어온 길과 맞닿아있다. 히딩크 감독은 PSV 아인트호벤의 우승 이후 잇따른 프로팀에서의 실패로 쓴맛을 본 뒤 한국대표팀 감독을 맡아 자신의 전성기를 누린 역사가 있다. 즉 두 감독 모두 내리막이라는 지적을 타국대표팀 감독을 맡아 일순간에 불식시킨 공통점이 있다.

박 감독은 이슈의 중심에 있어도 겸손함을 잊지 않았다.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한 번만 이기면 우승인데 어떻게 내다보느냐는 물음에 “이때까지 한 경기, 한 경기만 보고 해왔지 앞을 내다보고 하진 않았다”면서 “한 경기 남았으니까 한 경기 차분하게 준비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23일 승부차기 끝 결승진출이 확정되자 베트남은 축제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트남 현지 언론도 박항서 감독에 대해 “베트남 축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면서 찬사를 보내고 있다.

베트남 인터넷신문인 VN익스프레스는 다양한 독자들의 반응을 신문에 실었다. 반 훙 호앙(Van Hung Hoang)은 “그는 베트남 축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박항서 감독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다른 독자인 응우 엔 티엔 닷(Nguyen Tien Dat)은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진 관심이 승리의 열쇠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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