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PK 출신 약진…'부금회' 바람 다시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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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8-01-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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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출범 뒤 속속 발탁

부산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인 '부금회'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도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23일 금융 및 정치권에 따르면 청와대 내부 라인의 보이지 않는 힘 겨루기로 인해 부산 출신 금융인들의 모임인 '부금회'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을 둘러싼 일련의 행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부산 출신인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 동기다. 오는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3연임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큰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던 지난해 12월 김 회장이 본인을 둘러싼 음해성 발언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시 회사 측은 "근거 없는 음해성 소문을 낸다"며 소문의 배후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측을 지목했다.

노동조합에서도 김 회장의 연임에 반대하고 나섰다. 조합은 박근혜 정부 1호 창조기업인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KEB하나은행의 부실 대출과 하나은행의 중국 특혜 투자 의혹, 하나금융 사외이사 및 김정태 회장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와의 부당거래 등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우선이라며 금융감독원과 검찰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금융당국은 '셀프연임'으로 대표되는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를 문제삼고 나섰다. 금감원은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운영 등을 지적하며 경영 유의 조치를 내렸다. 이 때까지만 해도 일각에선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이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지난 12일 금감원이 차기 회장 후보 선출 절차를 진행 중인 회추위에 후보자 면접을 보류하라고 요구했다. 하나금융을 둘러싼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예년에 비해 일정을 앞당겨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회추위는 일정 강행 의사를 밝혔고, 금감원이 추가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회추위는 지난 22일 하나금융 차기 회장 최종후보로 김정태 회장을 단독으로 선정했다. 

이를 둘러싸고 권력 핵심의 키를 쥐고 있는 청와대 내부 인사들이 신경전을 벌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고, 이로 인해 김 회장의 3연임에 다시 힘이 실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승유 전 회장이 포함된 청와대 라인이 전남북 출신 인사를 적극 기용하자 또 다른 라인의 실세가 이를 견제하고 나섰다"며 "이후 부금회가 다시 부각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사기업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하나금융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부금회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부산과 경남 출신 금융인들이 사교 목적으로 만들었다. 이번 정부 출범 전 만들어졌지만 새 정부 출범 후 금융권 주요 요직에 부산 출신이 인선되면서 주목받았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동빈 SH수협은행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모두 문 대통령과 같은 부산 출신이다. 실제로 BNK금융과 한국거래소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선이 이뤄졌다. 은행연합회의 경우 유력 후보를 제치고 깜짝 인사가 단행됐다. 정지원 이사장을 제외한 대부분 인사들은 현재 부금회의 존재를 모르거나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정권 초기 잠시 주춤했던 PK(부산·경남) 출신들이 다시 약진하는 모습이다. 이는 은행권 인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허인 KB국민은행장(경남 진주)을 비롯해 윤경은 KB금융지주 자본시장부문장(부사장·부산), 우영웅 신한금융지주 부사장(부산대 졸업), 이창호 NH농협은행 마케팅부문 부사장(경남), 배용덕 IBK기업은행 개인고객그룹 부행장(경남 김해), 전귀상 KB국민은행 경영지원그룹총괄 부행장(부산대 졸업)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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