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적폐청산 복수극(復讐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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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함원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입력 2018-0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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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수사가 MB(이명박)의 본격 등장으로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MB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뇌관을 먼저 들고 나오면서 저항했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분노"와 "모욕"이라고 규정, 긴장도가 한층 높아졌다.

MB는 '정치 보복', '보수 궤멸을 노린 기획수사'라고 상투적인 여론전을 펼치려 했으나 국민들은 이번 검찰 수사를 거대한 '복수극(復讐劇)' 한 편을 감상하는 심정으로 보지 않을까.

적폐 청산으로 시작됐고 적폐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계속 높을 테지만 이번 드라마는 캐스팅, 스토리 등 흥미 요소가 역대급이다. 현직 대통령과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주인공(박근혜는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으나 이제 소품 정도로 밀려난 느낌)이고 스토리는 10년을 거슬러 올라가며 여기에 MB의 여러 해묵은 비리 혐의까지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20여년 전 YS(김영삼)의 전두환-노태우 단죄는 어쩌면 화끈한 단막극이었던 것 같다.

소설이나 영화 중에 복수극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주인공이 온갖 고생을 하며 힘을 길러서 아버지나 아내와 자식 혹은 스승을 죽인 원수를 시원하게 갚는 복수극은 무협지나 서부극 등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흥미진진했다. 또 복수극은 대개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인류의 오래된 가르침을 잊지 않아 살인의 피냄새를 없애곤 했다. 이번에도 '적폐 청산'이라는 징악(懲惡)이 동원될 것이 틀림없다. 

보복(報復)이나 복수(復讐)에서 報나 復은 '되갚다'는 뜻. 報는 원한(怨恨)을 갚으면 復讐이고 은혜(恩惠)를 갚으면 報恩이다. 復은 의미가 여럿이지만 復讐라고 할 때는 '되돌려보내다'라는 뜻. 복수는 인간역사만큼 오래된 것이었다. 구약은 율법의 범위 내에서 복수를 제한적으로 허용했을 정도다. 그러나 70여년 짧은 헌정 경험에서 우리는 너무 자주, 너무 처절한 결말의 복수극을 보아왔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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