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여군 전차 조종수' 임현진 하사 사연.."남자들처럼 35㎏ 포탄을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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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규 기자
입력 2018-01-1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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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유일·최초 탱크 조종수 임현진 하사. 출처=유용원의 군사세계]


“전장에서 단숨에 적 전차를 파괴해버리는 전차의 강력한 전투력과 그 웅장함에 반했습니다”

우리 군 최초·유일 여군 전차 조종수 임현진(24) 하사는 처음 전차의 매력에 빠지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임 하사는 중학생 때부터 군인이 꿈이었다. 대학도 관련 학과에 진학할 정도로 열성적이었다.

하지만 2015년 9월 육군부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임관하기 전 그는 전차가 무엇인지도 잘 몰랐다고 한다. 그랬던 임 하사는 현재 전차장을 꿈꾼다. ‘탱알못’에서 전차 조종수가 되기까지 그의 사연을 들여다봤다.
 

[그건 너 바로너. 출처=giphy.com]
 

◆ 운명처럼 최초라는 수식어가 그를 따라 다녔다

약간의 과장을 보태면 운명이었다. 임 하사가 임관하기 바로 직전 해 기갑·포병·방공·군종병과가 여군에게 개방됐다. 자연히 임 하사에게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는 기갑병과 최초 임관 여군 5명 중 한 명, 여군 최초 수도기계화보병사단 K1A2 전차 포수였다.

"처음에는 목표를 잘 맞히지 못하고 실수만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전차 전문가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차근차근 꼼꼼하게 훈련을 했더니 명중률이 높아졌습니다."

포탄이 표적에 명중했을 때 임 하사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다고 한다. 1년여 동안 훈련과 연습으로 기량을 닦으며 조금씩 능력을 인정받았다. 드디어 2016년 9월 조종수로 보직이 변경되면서 임 하사는 여군 중 유일한 전차 조종수가 됐다.

임 하사의 전차 조종 기록은 약 2000㎞에 이른다. 전차 조종은 조금만 실수해도 큰 부상이나 최악 상황에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훈련에 나설 땐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력을 최대로 발휘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임 하사는 지칠 수가 없다. 육군에선 임 하사 등 5명에 대해 임무 수행능력을 평가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기갑병과에 여군을 추가 선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탓이다. 실제 육군은 지난 2년간 여군 부사관을 기갑병과로 뽑지 않았다.
 

[전설의 '원래 여자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 전차 조종수라고 단순히 조종만 하는 게 아니다

여군이라서 주어지는 특별대우 따위는 당연히 없었다. 조종수라고 전차장의 지시를 받아 단순히 조종만 하는 것도 아니다. 임 하사를 비롯한 모든 전차 승무원은 약 35㎏ 무게의 포탄과 무거운 공구, 부속품을 다뤄야 한다. 6~8시간 연속으로 기동훈련을 할 때도 있다.

특히 조종수는 전차를 잘 관리해야 한다. 일일정비나 주간정비, 월간정비 연간정비 등 정비병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매일 전차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빠듯한 할 일과에도 남성 병사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임 하사는 하루 2시간씩 체력 운동을 한다.

“전차에 냉난방시설이 없어 겨울엔 많이 춥고 내부도 비좁아 임무 환경이 좋지 않지만 전차장과 포수, 탄약수, 조종수 등 ‘4인 1조’로 협동하다보면 어떤 상황이든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습니다."

임 하사의 노력과 끈기는 빛을 발했다. 육군은 여군 5명 모두 임무 수행성과가 양호하다고 판단하고 올해 여군 14명을 기갑병과로 뽑을 예정이다. 그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임 하사의 마지막 꿈은 후배 기갑 여군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멋진 여군이 되는 것이다.
 

[국방부가 불곰사업으로 도입한 러시아 T80 전차의 점프 샷. K-1A2 전차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나 현대 전차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다. 출처=Ruptly TV]


◆ 임 하사가 조종하는 K-1A2는 어떤 전차인가

임 하사가 화제가 된 이유는 최초라는 것도 있지만 육군 핵심전력인 K-1A2 전차의 조종수가 된 점도 적잖게 작용했다. K-1A2 전차는 미국 에이브럼스 전차를 기반으로 1987년 실전 배치된 K-1 전차가 개량에 개량을 거듭하며 완성된 세계 최고 수준의 전차다.

먼저 K-1 전차를 개량한 K-1A1 전차는 2000년에 등장했다. 1990년대 초반 육군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T-72를 도입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에 대항할 수 있도록 주포를 ‘KM-68’ 105㎜ 강선포에서 KM-256 120㎜ 활강포로 교체하고 포탑도 약간 변경했다.

기존 K-1 전차의 공격력으론 정면에서 T-72 전차를 격파할 수 없었다. 그러나 K-1A1의 화력이 강화되면서 유효 사거리가 3.5km에 이르고 국산 신형 복합장갑(KSAP)을 적용해 방호력도 크게 향상됐다.

K-1A2 전차는 2012년 등장했다. K-1A1에 포수·전차장용 디스플레이, 양압장치. 에어컨, 내비게이션 등 개선된 사격통제장치와 데이터링크를 이용한 통합적 전장관리 능력이 강화됨에 따라 3.5세대 전차로 분류된다. 전 세계에서 11개국만 3.5세대 전차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최신형 전차는 K-2 흑표다. 하지만 현대로템에서 개발 중인 국산 파워팩(엔진 및 변속기)개발이 지연되면서 전력화 시기가 무한정 늦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탓에 K-1A2 전차가 여전히 육군의 주요전략으로 활용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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