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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정치] 로스쿨은 '젊은 피' 좋아해?…커지는 의혹에 혼란 '가중'

손인해 기자입력 : 2018-01-17 16:00수정 : 2018-01-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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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로스쿨 합격자 86%가 31세 이하 '편중' '의혹'에 그치는 나이 차별…지원자 불안 더해 인권위 자료 제출 요청에 서울대·연대 '모르쇠'
로스쿨 도입 10년. 로스쿨이 나이 어린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실제 '나이 차별'이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 통계는 부족했다. 이 때문에 로스쿨 지원자·재학생·졸업자·교수 누구도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사법시험 제도가 최종 폐지되면서 이제 한국 사회에서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로스쿨만 남았다. '다양한 법조인 양성'이란 취지를 내세운 로스쿨이 특정 연령을 차별한다면 국민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 로스쿨 입학 과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내실 있는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법과 정치는 로스쿨 도입 10년을 맞아 로스쿨 '나이 차별' 논란의 현주소와 문제점,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2017년 로스쿨 합격자 86%가 31세 이하 '편중'
 

지난해 로스쿨 전체 합격자 2116명 가운데 22~31세가 1814명으로 86%에 달했다. 35~40세는 126명(5.95%), 41세 이상은 26명(1.23%)에 그쳤다. [출처=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로스쿨이 나이 어린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로스쿨 합격자 연령대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17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2017년 로스쿨 전체 합격자 2116명 가운데 22~31세가 1814명으로 86%에 달했다. 35~40세는 126명(5.95%), 41세 이상은 26명(1.23%)에 그쳤다.

지난해만의 일이 아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전체 로스쿨 입학생 1만439명 가운데 8598명인 82.4%가 30세 이하로 집계됐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30세 이하 편중 현상은 극심했다. 같은 기간 서울대 로스쿨 전체 합격자 768명 가운데 무려 751명(97.8%)이 30세 이하였다. 고려대·연세대 로스쿨 역시 30세 이하 합격자 비율이 각각 99.5%, 96.2%에 달했다.

하지만 로스쿨 측은 '결과적으로' 나이 어린 지원자가 합격률이 높은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나이 어린 지원자일수록 학점이나 영어 성적, 법학적성시험(LEET) 등 정량적 스펙 관리를 잘해왔기 때문에 합격률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대 로스쿨 관계자는 "나이 어린 사람을 선호한다는 건 전혀 사실과 맞지 않는다"면서 "반대로 사실은 어떻게 하면 나이가 많은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하고 찾아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학점이나 영어 성적, LEET 점수 차이가 확연하게 날 경우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며 "외부에서 보는 시각과 실제 선발하는 과정에서 직면하는 공정성 문제는 다르다"고 말했다.

◆ '의혹'에 그치는 나이 차별··· 지원자 불안 더해
 

마지막 사법시험이 시작된 지난해 6월 신림동 고시촌의 한 책방 계단에 사법시험 관련 광고물이 붙어 있다. 로스쿨 제도로 사법시험은 지난해 6월 24일까지 치러진 2차 시험이 마지막이었다. [연합뉴스]


로스쿨의 '나이 차별' 의혹이 말 그대로 '의혹'에 머무는 동안 지원자들의 혼란과 불안은 더해지고 있다.

지난해 로스쿨 선발 과정을 거친 A씨는 "학점이나 영어 성적·LEET 같은 경우는 객관화돼 있지만, 서류나 면접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알 수 없다"며 "서류도 블라인드라고 하는데, 성적표에 학번과 학교 마크가 다 찍혀있기 때문에 나이와 출신 대학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또 학교마다 경향이 다르다. 어떤 로스쿨은 어린 지원자를 선호하는 게 티가 확 나는 반면, 서울 안 대학에서도 30대 이상 합격자가 꽤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서 정량적 스펙을 더 올려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 B씨는 "일단 나이가 많고 사회적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데 시험만 오래 준비한 사람을 선호할 수 없는 환경인 건 맞는다"면서 "문제는 이것이 객관적 기준에 의해 걸러지느냐, 아니면 교수 재량으로 걸러지느냐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인이나 평가받는 입장에선 이 부분에 대해 알기 어렵고, 평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만 확인 가능한 부분"이라면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지원자 나이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재 로스쿨 교수 C씨는 "우리 학교에서 나이 차별은 절대 없다"면서도 "제가 겪은 건 저희 학교에 한해서만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 대해서는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인권위 자료 제출 요청에 서울대·연세대 '모르쇠'

로스쿨의 '나이 차별'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선 합격자 나이뿐만 지원자의 나이 등 보다 풍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지원자의 △LEET 성적 △학부 성적 △외국어 성적 등 로스쿨 합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도 들여다봐야 한다.

그러나 로스쿨은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이 같은 사안을 철저히 비공개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국가기관이 요청한 자료 제출도 거부하고 있다.

국가인권위법 제22조는 인권위가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관계기관에 필요한 자료 제출이나 사실 조회를 요구할 수 있고, 요구를 받은 기관은 지체 없이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015년 11월 고려대·연세대·서울대 로스쿨에 대해 '나이 차별' 의혹이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인권위는 3개 로스쿨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고려대만 자료를 냈고, 서울대와 연세대는 거부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인권위 조사총괄과 관계자는 "'로스쿨이 합격생을 나이로 거른다'는 이야기는 로스쿨생들 사이에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며 "로스쿨에서 연령 차별 의혹을 부인하니 관련 증거 확보가 중요해 자료를 요청했지만, 서울대와 연세대는 끝까지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려대에서 제출한 자료를 통계 분석했더니 나이 차별에 대한 의심이 상당히 강하게 들었다"면서도 "해당 자료만 가지고 나이 차별 사실을 인정하기엔 부족했고, 피해자들이 신분 노출을 꺼려 더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3월 2일 각하됐다.

서울대 로스쿨 관계자는 "법적 검토를 통해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모든 입시 자료는 명확한 법원의 명령이 있기 전에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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