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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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전통문화연구회 회원
입력 2018-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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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외국 학자가 국민소득이 아닌 신뢰도로 국가수준을 가늠하는 방법을 제안한 적이 있다. 가벼운 의견 정도였는데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그 주장에 따르면 첫째, 국민이 정부(위정자)를 믿고 정부 역시 국민을 믿는다. 국민들끼리도 서로 믿고 산다. 이것이 선진국이다.

둘째, 국민과 정부가 서로 믿지 못한다. 정부 시책을 따랐더니 하는 일마다 실패했다는 냉소와 비난이 낯설지 않은 사회다. 그래도 국민들끼리는 서로 믿고 생활하므로 아쉬운 대로 견뎌 나갈 수 있다. 중진국 수준이다.

셋째는 최악의 상태로 국민과 정부가 서로 믿지 못하고, 국민끼리도 서로 의심하는 철저한 불신사회다. 정치, 언론, 종교, 교육 등 각 분야 제도와 기능에 대한 신뢰도가 완전 바닥으로 불신과 혼란이 판치는 후진국이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했다는 우리는 지금 어디에 속하는가. 근래 각종 국내외 보고서에 따르면 하나같이 한국의 사회신뢰도는 OECD 하위권이다.

굳이 이런 통계나 지표를 끌어댈 것도 없다. 현재 우리 개개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신의 체감온도만으로도 설명이 되고 남는다. 정치를 비롯한 각종 기능과 제도, 개인의 일상생활, 환경 등 무엇 하나 마음 놓을 수 없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공자는 경제발전, 튼튼한 국방, 국민의 신뢰가 정치의 요체라고 했다. 그중에서도 신뢰를 가장 중시해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국가는 존립할 수 없다(民無信不立, 민무신불립. <논어> '안연편' 7장)”고 했다.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모두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고통스러운 세상이라는 말이다. 지나친 이상이거나 현학적 수사가 아니다. 바로 우리의 현실이자 오늘의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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