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치] 소송 악용하는 보험사들① MG손보·롯데손보 등 증거 부족해도 고객들 상대로 보험계약 무효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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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기자
입력 2018-01-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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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A씨는 지난 2009년 10월 보험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11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질병을 진단받아 50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에 대해 MG손해보험은 1000만원에 상당하는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A 씨는 시간이 지나 2014년 부당이득금 소송에 피소됐다. MG손해보험이 A씨가 당시 과잉입원을 했고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일부 보험사들이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을 상대로 보험계약 무효소송을 제기하고 있었다. 이들이 보험금 반환을 목적으로 소송을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부당이득 무효확인이나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보험사들이 있는 반면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이 가장 많은 소송(73%)을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을 제기하는 보험사들이 승소하는 확률은 37%에 불과했다. <법과 정치>는 보험사들이 패소했던 다수 재판의 판결문을 입수해 원고와 피고 측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하는 근거는 민법 103조

보험금 관련 소송을 제기하는 보험사가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피고인 고객들의 행동이 민법 103조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민법 103조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를 가리키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지난해 4월 대법원 판례(계약무효확인 소송)에서도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소송을 언급하고 있었다. 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게 되면 계약을 악용해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해 보험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송 과정에서 보험사들은 계약자들의 직업과 재산상태를 토대로 악의적인 의도로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 2016년 보험계약자인 A씨의 행동이 민법 103조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롯데손해보험뿐만 아니라 다른 보험에도 가입해 모두 3억 3800만원에 이르는 보험금을 지급받았다. 이에 롯데손해보험 측은 “보험금에 따른 매월 납부금액은 58만원에 상당했지만 A씨가 2008년 이후 관할 세무서에 신고한 소득금액은 전무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된 것으로 민법 103조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MG손해보험도 보험상품 가입 고객이었던 B씨를 상대로 “피고들은 반복적으로 장기간 입원해서 치료를 받은 후 많은 보험금을 지급받았지만 대부분 불필요하거나 치료와 상관없는 과잉입원이었다”며 “민법 103조에 어긋나며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보험의 무효확인을 구하고 그동안 수령한 1000만원에 상당하는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또 다른 소송을 제기했다.

# 법원은 보험 고객 손 들어

롯데손해보험이 제기한 항소심을 진행했던 서울고등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임성근)는 “피고가 보험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을 갖고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원고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또 수령한 보험금 합계 전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A씨는 남편이 암으로 오랜 투병생활을 하자 장래 질병에 대한 대비로 보험계약의 필요성을 느끼던 중 보험모집인이 권유한 보험상품 설계에 따라 여러 보험계약을 함께 체결한 것으로 보일뿐 보험계약 체결 경위에 특별히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보험모집인을 통해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보험모집인이 보험상품의 내용을 비교해 보험계약자에게 여러 건의 보험상품을 나눠 복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도록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따라 한꺼번에 복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일이 빈번하게 생기며 이러한 경우까지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복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재판부는 보험사가 말한 피고의 보험납입액에 비해 적은 소득에 대해서도 “피고의 소득이 적은 금액이기는 하나 피고 남편이 자영업을 하면서 소득을 올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의 소득 신고액만으로 피고의 재산 수준을 그대로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보험료를 연체하지도 않았고 피고가 납입하는 월 보험료가 피고들의 소득에 비해 과도한 금액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판시했다.

한화손해보험도 “피고의 소득수준이 월 250만원 정된데 700일이 넘게 입원치료를 받으며 2억원에 상당하는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며 보험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에 재판부는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원치료를 받고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받아 보험계약 목적이 의심되기는 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가입 보험 가운데 보장내용이 다른 보험계약도 상당수 존재하고 보험계약 이전부터 혈액과 간 기능의 이상 등으로 질환이 발병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허위로 증상이나 병세의 정도를 과장하기 힘든 질병”이라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 1,2심 모두 패소하는 이유는

대법원 판례에도 △부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액 보험료를 정기적으로 불입해야 하는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보험모집인의 권유에 의한 가입 등 통상적인 보험계약 체결 경위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자의에 의하여 과다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정, △저축적 성격의 보험이 아닌 보장적 성격이 강한 보험에 다수 가입하여 수입의 많은 부분을 보험료로 납부하였다는 사정 등 보험금 부정취득의 간접사실이 인정된다면 보험금 부정취득이 증거가 될 수 있다.

보험사들이 부당이득금 관련 소송을 제기해도 패소하는 이유는 이러한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MG손해보험은 지난 2014년 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을 상대로 “장기입원을 통해 부당하게 보험금을 수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부산지방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전국진)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입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수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MG손해보험은 이에 불복해 항소심을 제기했지만 부산고등법원 역시 “원고는 당심에서도 1심에서와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며 “원고가 일부 보완한 주장과 사유를 고려해 살펴보더라도 피고의 행위를 증명하기 부족하다고 본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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