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오재용 세븐일레븐 상품부문장…“편의점은 도심 속 오아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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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18-01-1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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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의점 3만개 시대, 살길은…핵심 한가지만 집중 차별화

  • 요구르트젤리 PB 등 발상의 전환으로 유행 선도…ATM선점 ‘은행 틈새’ 노려

지난해 말 오재용 코리아세븐 상품부문장(상무)이 회사 집무실에서 편의점 경영 전략에 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 코리아세븐 제공]


편의점 3만개 시대. 불황을 이어가는 경제상황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편의점의 개수는 늘어만 간다. 평범한 상품과 서비스만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진 이 시점에 편의점의 미래를 기획한 유통전문가가 있다. 25년 외길 유통인생을 살아온 오재용 세븐일레븐 상품부문장(상무)이 그다.

오 상무의 사무실 한편에는 재미있는 글귀가 하나 있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는 말자, 핵심 한 가지에만 집중하자”이다. 언뜻 보기엔 효율적 업무방식을 지적한 것처럼 보이지만 글귀의 내면에는 차별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의미가 담겨있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접어든 이 시점에 상품의 본질적 가치는 기본이라는 게 오 상무의 생각이다. 식품이면 ‘맛’, 생활용품이면 ‘기능성’ 같은 상품의 기본 성능이 보장되지 못하면 아예 가치가 없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상품이 기본적 성능을 담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상품을 압도할 차별성이 있어야 된다는 게 오 상무의 철학이다. 세븐일레븐의 히트 상품은 그런 과정에서 모두 출발했다.

◆요구르트젤리, 동원참치라면···맛은 기본, 편의점의 상품은 재미도 있어야

편의점 한 점포당 다루는 평균적인 상품수는 2500여 가지다. 이 많은 상품 중 과거에는 제조사에서 바로 납품받는 식품‧냉장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업계의 경쟁이 과열되고 소비자의 니즈가 까다로워지면서 편의점은 상품의 차별화와 서비스의 다양화를 자연스럽게 고민해야 했다. 오 상무는 세븐일레븐에서 유행을 선도한 3가지 상품을 언급하며 개발 비화와 업계의 변화 양상을 털어놨다.

세븐일레븐에서 선보인 요구르트 젤리는 2016년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제조사인 롯데제과의 실적까지 견인할 정도로 대히트를 쳤다. 개발은 단순한 발견에서부터 시작됐다.

오 상무는 “요구르트 젤리를 처음 발견한 곳은 대만이었다”며 “막상 상품을 보니 너무 성의가 없어서 이걸 좀 제대로 만들면 대박을 치겠다는 발상이 떠올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오 상무는 “요구르트 젤리의 크기를 적당한 수준으로 바꾸고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게 모양도 요구르트 병으로 만들었더니 인터넷에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들이 인증에 재미를 붙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 자연스럽게 인증을 하면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는 게 오 상무의 전언이다. 인기를 등에 업은 요구르트 젤리는 세계적 젤리 상품인 하리보까지 누르며 세븐일레븐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

시크릿쥬쥬 립캔디도 세븐일레븐의 자랑거리다. 화장놀이를 좋아하는 여아를 공략해 만든 이 상품은 누적 판매량 200만개를 돌파하며 세븐일레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이 상품 역시 글로벌 브랜드 츄파춥스를 따돌릴 정도로 판매고가 높았다. 재미에 착안한 제품 개발이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동원참치라면의 경우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이다. 오 상무는 상품의 질이 좋고 가격이 저렴한 것도 중요하지만 편리함을 주는 것도 큰 가치라고 설명했다. 그런 과정에서 동원참치라면이라는 재미있는 상품이 탄생한 것이다.

오 상무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보면 라면과 참치를 같이 먹는 경우가 많은 것을 발견했다”며 “이를 한 상품으로 묶으면 편리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동원지주사와 컵라면 합작품을 만들자고 설득에 나서 결국 완성했다”고 당시 과정을 공개했다. 특히 제조를 망설이는 동원지주사를 설득하는 데 3개월이나 소모됐다고 어려웠던 과거를 떠올렸다.

이 같은 히트상품은 편의점의 빨라진 트렌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초기 편의점 PB의 포지션이 단순히 저렴한 상품에 국한될 때 오 상무는 재미와 편리함 등 다양한 가치를 덧붙이는 발상을 한 것이다.

지금도 과포화 상태로 지적되는 편의점 시장에서 얼마나 더 성장의 가능성이 남아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 상무는 상품이 차별화되는 한 한계는 없다고 단언했다.

오 상무는 “예전에는 편의점이 택배회사를 대체할지 몰랐다. 또 세븐일레븐에서 디저트나 커피를 팔지도 몰랐다”며 “가치 있는 상품과 서비스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면 얼마든지 편의점 업계에도 성장 동력이 남아 있다”고 답했다.

◆세븐일레븐의 빅 픽처, ATM(자동입출금기)로 고객 잡는다 

세븐일레븐에는 업계 내 경쟁사와는 차원이 다른 전략이 하나 있다. 바로 시중은행과 맞먹는 규모의 ATM(자동입출금기)의 확보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편의점을 이용하는 고객들 눈에는 세븐일레븐에만 유독 ATM이 많이 갖춰져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바로 ATM과 CD기(현금지급기)를 구분하지 못해서다.

일반적으로 ATM은 입출금이 모두 가능하지만 CD기는 출금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업무의 폭도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현금만 출금할 수 있는 CD기에 비해 ATM은 입출금이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공과금 납부와 송금 서비스도 가능하다.

오 상무는 “세븐일레븐에서는 일본시장의 변화과정을 참고해 2009년부터 ATM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었다”며 “은행에서는 비용이 많이드는 지점의 ATM을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인데 고객의 불편함이 증가되다 보니 자연스레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이 ATM을 떠안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리아세븐에서는 현재 입출금이 가능한 ATM기를 약 4000대 정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편의점업계 전체 ATM의 80%가 넘는 규모며, 평균적으로 5000대 이상 ATM을 운영하는 시중은행과도 큰 격차가 나지 않는 수치다. 이러한 대규모 오프라인 인프라를 갖춘 덕택에 세븐일레븐은 최근 카카오뱅크, KB국민은행 등과 잇따라 업무협약을 맺으며 금융서비스의 판도를 넓히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한발 빠른 ATM전략은 집객 효과는 물론, 편의점을 노린 강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오 상무는 “세븐일레븐의 ATM 사용 트래픽을 분석해보면 은행의 영업시간이 마감된 오후와 새벽에 높게 나타난다”며 “금융서비스를 위해 편의점을 방문한 고객들의 추가적인 상품구매가 매출에 보탬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ATM이 편의점 내에 있으면 점주 역시 일일 정산을 은행 방문 없이 편리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며 “현금을 바로바로 송금해버리면 편의점을 노리는 강도의 예방효과도 있다”고 다양한 장점을 설명했다.

생활금융 서비스의 편입 등으로 편의점은 그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포화시장으로 비쳐지는 편의점 업계에서 오 상무는 서비스의 다양화로 돌파구를 마련해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상무는 “과거에는 편의점이 상품의 단순 소비 공간에 국한됐다면 지금은 생활편의 서비스의 제공처로 플랫폼이 진화되고 있다”며 “지금은 택배나 은행, 세탁소의 업무까지 영역을 넓혀가며 다양한 생활문화의 제공 장소로 변모했는데 궁극적으로 세븐일레븐은 도심 속의 오아시스 같은 '행복충전소'를 지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재용 상무 프로필
△1969년년생 
△1993. 7~2010. 6 바이더웨이 상품부
△2010. 6 코리아세븐 서비스팀 팀장
△2011. 10 코리아세븐 음료주류팀 팀장
△2013. 5 코리아세븐 비식품팀 팀장
△2014. 10 코리아세븐 상온식품팀 팀장
△2015. 1 코리아세븐 상품 2부문 부문장(상무)
△2016. 7 코리아세븐 상품 1부문 부문장(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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