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窓]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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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완 국제뉴스국 국장
입력 2018-01-0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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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이 다가왔다. 그는 취임사에서 "오늘부터 오로지 미국이 우선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16분동안 진행된 짧은 연설이었지만 무려 16번이나 '아메리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는 1980년 대통령 선거 때 로널드 레이건 후보가 사용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매번 외치고 있다. 트럼프는 과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있는가?

트럼프의 대선 출사표로 잘 알려진 책이 있다. 제목은 '절름발이 미국(Crippled America)'이다. 미국의 위상이 수세미처럼 구겨져 있고 이젠 한물 간 국가로 전락했다는 내용이다. 미국을 최고의 자리로 되돌릴 것이라는 트럼프의 주체할 수 없는 자신감도 묻어 있다. 하지만 '막말'과 좌충우돌의 이미지에 갇혀 있는 트럼프의 속내가 이책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1년간 트럼프의 마이웨이식 행보로 인해 지구촌 곳곳은 불확실성과 혼란이 가중되었다.    

그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유는 단순히 소외된 백인 보수 중하위층의 불만 또는 잃어버린 일자리가 다시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여기저기 물이 새고 있는 '세계 최강' 미국호(號)의 침몰 부터 막아야 한다는 그의 호소가 표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었던 그의 '막말' 폭풍과 인격적 비호감은 실제 대통령이 되면 차차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변하면서 미국 유권자들은 '이단아'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1년이 지났지만 트럼프의 충동적이고 때론 거친 언어와 경멸적 표현에 대한 논란은 끝이 없다. 안타깝지만 그로부터 초강국 미국 대통령다운 품격과 언행을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지 모른다. 트럼프에 대한 국정지지도는 40%대로 저조하다. 건강보험부터 이민정책, 무역협정과 환경규제, 세제개편 등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전면 손질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해를 보냈다. 그의 낮은 지지도는 잘못된 정책 때문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독설적이며 보복적이며 인종 차별적 언어를 서슴치 않는 그의 캐릭터에 기인한다.

트럼프는 '트위터 정치'를 펼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구잡이로 '모닝 트윗'을 날린다. 전혀 정제되지 않은 생각과 표현들로 인해 쓸데없는 분쟁이 유발되면서 그의 보좌진은 어쩔줄 몰라 한다. 미국의 국익과 대통령의 품위를 해친다는 비판에도 아랑곳 없다. 특히 최근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의 '핵 단추' 언급에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을 내세우는 트윗으로 응수한 것은 그가 극도로 엄중한 안보문제에까지 무책임하고 무신경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CNN은 이번 트윗을 '내 것이 네 것보다 크다'는 어린 학생의 '유치한 힘자랑'에 비유한 뒤 "지난 70년간 세계 평화를 보증해온 미국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으로, 자신이 총지휘권을 가진 군사력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해본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트위터가 세계 지도자들의 소통 수단으로 금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리는 분열과 경쟁의 트럼프 시대에 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가 구축했던 국제적 합의에 의한 다자주의 외교의 틀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각종 무역 협정들이 파기되고 군사적 충돌에 대한 위험이 냉전시대 이후로 사상 최고조에 이르렀다. 또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동맹국들까지 코너에 몰고 있다. 

지난 달 트럼프는 취임 후 첫번째 국가안보전략 문서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안보를 위해 번영을 거래하는 모든 국가들은 안보와 번영 둘 다 상실하게 될 것"이라면서 "허약함은 분쟁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며, 경쟁상대가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힘이 가장 분명한 방어수단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고 가장 강력한 국가로 남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미국이 더 약해지면 그 자체가 세계 평화의 위협이라는 것이다. 이제 동맹국은 미국에 기대지 말고 막강한 미국 건설에 힘을 보태라는 것이다. 트럼프 취임 후 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우방들마저 그가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트럼프 외교정책의 '키워드'는 힘을 통한 평화다. 그러나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힘을 통한 미국의 이익 방어일 뿐이다. 세계는 자기 중심적이며 오만한 미국을 위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2017년은 평화의 한 해가 될 것을 강조했지만 불행하게도 여러가지 근본적인 면에서 세계는 그와 반대로만 돌아갔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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