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시시각각(時時刻刻)] 평창올림픽과 북한의 남북 고위급회담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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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아주경제 아세아연구소장·단국대 교수
입력 2018-01-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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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아주경제 아세아연구소장·단국대 교수

남북한은 휴전선을 경계로 비무장지대로 대치하고 있다. 공동경비지역인 판문점은 남북한과 중립국감독위원회가 감시하며 소통하는 통로지만, 휴전선을 넘나드는 남북의 자유로운 교류는 현재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백두산 동쪽 두만강 하구의 방천(防川)은 북한과 러시아와 중국이 맞닿는 접경지역으로 북한과 러시아가 연결되는 철로가 있고, 아래 지역은 중국 훈춘(琿春)과 연결되는 나진·선봉지역이 있다. 백두산 서쪽 압록강 하구는 북한의 신의주시와 중국 단둥(丹東)시의 기차와 차량이 오가고 있다.

이처럼 북한과 연결되는 중국과 러시아 지역에서는 북한 사람들과 북한 물품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이 지역 정서는 북한을 그리 멀리하는 분위기는 아니고 단지 대북제재의 정도에 따라 교류빈도에 차이가 날 뿐이라 할 수 있다.

제3국인 이 지역에서 북녘 강산을 처다 보면 우리 마음은 쓸쓸해진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지역에 비해 북한 지역이 너무 낙후해 있고 그들의 삶이 고달파 보이기 때문이다. 남북한이 한민족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북한 동포들의 삶이 너무 안쓰러운 것도 사실이고 북한정권의 비민주적인 것에 분노하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북측에는 남루한 복장의 주민이 말라서 머리만 비대해 보이는 소를 몰고 재래식 농사를 하는 모습도 보이며, 최근에는 많은 자전거와 자동차가 다니는 것도 목격된다. 이러한 변화는 북한 계획경제 정책의 실패로 민간에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던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 중국 샤먼(廈門)앞 대만 진먼다오(金門島)나 홍콩의 뤄후(羅湖)에서 바라보던 중국의 모습도 이와 같았다. 그런데 현재 중국의 샤먼에서 진먼다오로 중국 선전(深圳) 홍콩 뤄후로 들어가면 양쪽이 별 차이가 없을뿐더러 경제 분위기는 중국 쪽이 더 활력이 넘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남북이 분단된 우리나라에서 한강변 통일로를 타고 개성공단으로 향하면 한강주변의 모습과 철조망을 넘어 북한 모습이 대조되는 풍경은 바로 개혁·개방 이전 외부에서 보는 중국 접경지역의 모습과 비슷하다.

현재 동아시아의 분단지역은 서로 교류의 물꼬가 트였고, 심지어 내전을 겪었던 중국과 대만도 여러 통로가 열려있는데, 북한은 북쪽으로만 관문을 열어놓고 같은 민족인 한국과는 대치하고 있는 현상이 특이하다. 분단지역의 교류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발전과 동시에 평화체제 확립에 도움이 된다.

최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어는 정도 개발한 상태라 추측되는 상황에서 남북회담을 추진하려는 데는 그 이유가 있음이 분명하다. 핵 개발을 완성했기에 한국과 대화를 통해 북한의 경제적 안정 및 내부안정을 꾀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고, 연일 계속되는 대북제재에 북한 내부의 경제적 안정을 찾고 지도력 강화를 위한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게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전략에 따른 접근이라는 사실이다. 주위에 잘 살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를 부러워하지 않는 국민은 없는만큼 북한 지도자에게도 민심을 안정시켜 내부 통치력을 강화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또한, 북한이 주장하는 핵무장 완성은 이제 북한이 국제사회와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북한의 국제적 지위를 개선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핵을 포기하겠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기에 우리가 남북회담에서 방심할 수 없는 핵심 과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셈이다.

우리는 북한이 왜 한국을 협상의 목적으로 하고 평창올림픽을 대상으로 했는지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 보는 북·미 관계, 북·중 관계, 북·러 관계, 그리고 남북한 관계 등의 국제 관계와 국내 상황을 보면, 김정은이 이런 전략을 추진하지 않을 경우 국내 경제와 통치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 추진 중인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와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배치 및 중국의 대북정책의 변화가 북한에 위협으로 다가오자 김정은은 그중 약한 고리이자 미국과 소통할 수 있는 한국을 선택해 평화교섭 카드를 내민 것이다. 북한 김정은은 ‘핵과 경제 병진노선’의 최종 성과를 이루기 위해 전략적으로 한국과 회담을 시작한 것이다.

아래는 북한이 남북회담 카드를 선택하게 된 배경을 추측해 본 내용이다.

첫째, 북한이 판단하기에 혈맹의 관계라 주장하던 북·중 관계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고 현재 모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중 관계와 동북아 국제 관계라는 틀에서 북·중 관계를 바라보면서 단지 이데올로기적 관점이나 한국전쟁의 혈맹 입장에 집착해 중국의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의 외교정책을 북한이 파악한 데서 비롯됐다.

시진핑 시대에 대만 문제도 해결하려하는 중국으로서는 미국 혹은 일본과 어느 정도 경쟁과 견제를 해야하는데, 북한 문제로 중국 국내 동북지역의 발전도 저해하며 동북아지역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의 대북관계 시각과 동북아 국제관계에 대한 변화를 감지한 북한은 러시아에 신호를 보내 자국의 출로를 모색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을 계속 힐난하며 북·중 전통관계를 고집해 자국의 경제 및 안보이익을 고집하기는 힘든 상황이라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북한은 중국도 한반도에서의 비핵화를 주장하는 상황이라 중국을 통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받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 최종 협상대상을 미국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이 북핵문제를 미국과 협상해 그 내용을 한국에 전할 수 있다는 입장도 고려했다고 본다.

현재 중국도 남북한 협상과 교류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북한이 중국에 거스르는 행동을 계속 할 수 없다는 판단도 북한이 ‘같은 민족끼리의 문제’라는 말로 한국에 접근해 온 이유라 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은 북한의 적대국으로 미국·일본·한국을 상정하고 있는데, 북한이 추구하는 핵무기 보유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미국과 협상하기 위해 우선 한국과 대화를 시도하려고 하는 것이다. 북한은 한·미가 조율하게 되면 북한이 보다 유연한 협상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미 공조에서 한·미 협력이나 모순이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인데, 여기에는 미·중 관계와 미·러 관계에 대한 고려도 포함됐다. 

셋째, 북한은 미·러의 대립각과 중·러의 모순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기도 했지만, 러시아도 중국 또는 미국과 직·간접적으로 협력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비위를 건들지 않으며 한국과 협상하는 방법을 통해 미국에 자국의 의사를 타진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에는 개별적으로 북·미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본다.

넷째, 북한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의 신 정부가 자신들에게 대화의 창구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즉, 자신들이 급하게 대화 신호를 보내더라도 주위에서 반응해줄 수 있는 창구가 한국이라는 것은 그들에게는 그나마 행운이었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가들도 북한의 진의가 의심은 되지만 회의에 비중을 둘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또 평창올림픽이라는 평화적 무대를 통해 북한이 다자외교를 벌일 수 있으며, 올림픽에 선수와 응원단 참가로 북한이 평화를 애호하는 국가라는 홍보를 벌여 김정은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데도 그 목적이 있으며, 한국과 국제기구로부터 여러 경비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핵 문제와 북한의 경제·민생 문제는 북한 지도부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이기에 그 속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김정은이 이미 핵과 미사일로 내부 안정을 도모하며 국제적 협상력을 강화한 상태에서 한국과의 대화채널을 선택한 것은 북한이 출구전략을 도모하고 있는 현실로 판단된다.

김정은 시대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문제는 주요한 과제로 남아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풀 수 있는 문제는 쉬워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은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회담을 통해 전략적 숨고르기를 하며 협상력을 높이고 협상기회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협상에서도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과거 동서독의 교류처럼 식민지였던 홍콩과 마카오도 중국과 대립되는 사회체제를 갖고 있어도 인적·물적 교류는 가능했고, 양안 관계에서 대만도 중국과 대립하면서도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했다. 즉, 분단지역은 대립과 분쟁이 있더라도 교류와 소통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남북회담이 재개된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냉온탕을 오가듯이 하지 말고 안정적으로 교류를 해나가야 하며, 근본 문제는 북핵문제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남북회담도 단지 평창올림픽을 향한 협력 외에 남북 이산가족 방문 등 남북 교류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목적이 동시에 유지돼야 한다. 회담의 최종 목적은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및 발전에 두어야 함과 동시에 한국정부는 한·미 동맹과 한·중 협력의 구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현재 중국 단동 압록강 양쪽의 대조되는 불빛이나 두만강 투먼(圖們)의 대조되는 양쪽 지역에서도 교류는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우리는 철창으로 서로의 교류가 차단되고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다.

앞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남북회담, 그리고 북·미회담, 북·중회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확한 국제사회의 로드맵이 나와야하며, 최종 북한 지도자의 결정이 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는 회담을 진행하면서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며 남북회담을 하려는 게 자국의 핵무장 지위 획득과 북한체제 안정 및 경제적 문제해결에 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보와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며, 교류와 통합 및 통일이란 대한민국 국민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정치인들은 각인해야 할 것이다. 여하튼, 분단된 국가라도 민족의 교류는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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