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산업-중]금융논리로 자금 끊으면 다 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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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8-01-04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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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해 STX조선해양 조선소[사진=STX조선해양 제공]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2018년을 보릿고개보다 더 고통스러운 ‘깔딱고개’라고 부른다. 그만큼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다는 의미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운용된 금융논리에 기반한 조선산업 구조조정 정책은 경쟁력을 향상시킨 것이 아니라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무너뜨렸다고 항변한다.

대형 조선사 고위임원은 “정부나 정치권이 대형·중견 조선사를 망라해 최근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주산업은 ‘일감’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수주산업이 수익을 내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수주 물량을 쌓아두어야 한다. 모든 수주물량이 수익이 남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이에 기업들은 전체 수주물량의 손익을 따져서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한다.

또 일감이 줄면 당연히 고정비 부담이 증가한다. 여기에 선주들이 선박을 인도 받은 뒤 계약금의 대부분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비용을 자체 보유 현금으로 해결하거나 금융권에서 융자받아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조선산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금융권들이 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미 대출한 자금도 조기 회수에 들어가 자금난을 부추겼다. 설상가상으로 조선사들이 수익이 보장된다고 해도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왜 주가 하락 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상증자에 나섰는지를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며 "글로벌 1위, 3위 대형 조선사지만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유상증자는 자금 마련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채권단은 삼성중공업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자체 해결하라고 외압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부실 지원은 정부가 금지하고 있는데, 불법을 저지르라고 독촉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형 조선사들조차 상황이 이러니, 중견 조선사들이 처한 현실은 더 살인적이다. 자산매각, 인력감축에 더해 수주중단을 담보로 한 채권단의 자금 지원은 사실상 기업의 생명줄을 끊어버리는 처사라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중견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멍을 모두 막아버리고 대출금을 갚으라고 하면 어떤 기업이 가능하겠느냐"면서 “우리만 죽는 것이 아니라 기자재를 생산하는 협력사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진다. 이미 많은 협력사들이 퇴출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금융권 지원만 이뤄진다면 여전히 메이저 선사들은 한국 조선사에 건조를 맡기려고 하고 있다"며 "이웃나라 중국 조선사만 해도 자국 금융기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고 있는 상황을 왜 우리 금융권만 외면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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