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자살률 대한민국이 1등이라고? 그 원인은 '우울증'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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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진 기자
입력 2018-01-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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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축성장한 이 나라에서 사회참여 나선 그녀들은 지금, '워라밸 리스크'에 내몰려 있다

한국의 높은 자살 사망률은 오늘내일 이야기가 아니다. 자살로 사망한 한국인의 수가 시리아 내전 사망자와 맞먹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4년 처음으로 '세계자살리포트'를 만들었다. 해당 자료(인구 10만명당 남,여 자살률)에서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리투아니아, 벨라루스를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눈여겨서 봐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한국 여성의 자살률 수치다.

해당 링크를 클릭하면 인터랙티브 차트를 확인할 수 있다. https://plot.ly/~okaybuild/2/_10/ 데이터=세계보건기구(WHO)[그래픽=윤경진 기자]

차트의 29개 국가 중 여성 자살률은 한국이 16.2명으로 1위다. 그 뒤로 가이아나가 13.6명, 일본이 10.8명이다.

한국 여성이 유독 자살을 많이 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 견해는 대개 8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1. 일반적으로 자살자 수는 여성보다 남성이 2배 많다

자살을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로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다. 남성은 생물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더욱 충동적이고 폭력적 환경에 노출돼있다. 가령 남성은 입대가 의무인 한국에서는 살상 무기나 살상방법을 배우기 쉽다. 남성들은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방법으로 자살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자살자의 상당수는 약물을 과다복용하거나 독극물을 사용하는 방식을 쓴다. 한국도 자살자 수를 비교해보면, 여성보다 남성이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볼 때 우리나라의 여성 자살자가 눈에 띄게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대체 왜?


2. 하지만 자살 충동은 여성이 더 많이 느끼며, 시도 또한 더 많이 한다

김영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자살 현황 및 정책방안'에서 "자살 생각이나 자살 시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자주한다"고 밝혔다. 실제 자살충동을 느낀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여성 68.5%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31.5%만 예스를 표현한 남성보다 두배 이상 많았다. 자살 시도도 남성 23.8%에 비해 여성은 76.2%로 3배 이상 많았다.
 

[사진=픽사베이]


3. 자살을 부르는 병 우울증, 여성이 남성보다 2배 많다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새 환자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을 포함해 아팠던 사람의 비율)은 남성이 약 10%인데 비해 여성은 약 20% 정도로 두배 가량 높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주 연속되는 우울감을 경험한 한국 여성 중 64.5%가 자살 생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은 임신과 출산, 월경 전후와 폐경기 등과 같은 생식주기에 따라 호르몬 변화가 신체와 정신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경우 아직도 우울증을 병이라 생각하지 않는 관행이 있으며, 예방이 허술한 편이다. 

4. 가사일만 도맡아 하는 무급 가족종사자는 자살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전업주부 같이, 보수를 따로 받지 않고 노동을 하는 무급 가족종사자는 남성보다 자살 생각을 더욱 많이 한다고 한다.(국민건강영양조사 기준 여성 24.0%, 남성 7.8%) 특히 자살예방에는 인간관계가 중요한데 사회 활동이 적은 전업주부는 상실감이나 외로움을 달래줄 또래지지집단을 만들기 어려워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진=픽사베이]


5. 양육문제는 여성을 우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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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문제는,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이거나 전업주부 모두에게 상당한 짐이거나 핸디캡이다. 한국 사회에서 자녀 교육문제와 양육문제의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이 지는 경우가 많고 자녀와 관련한 문제가 생길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더 쉽게 우울증에 빠진다. 

6. 관계 의존성이 높으면 위험하다.

관계 의존성이 높은 여성일수록 자살 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경향은 20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남에게 맡겨버리거나 남이 시키는 대로 따라 해야 안심이 되거나, 의존상대가 없으면 불안해지는 것은 모두 관계 의존성이 높기 때문이다., 관계가 깨지면 안절부절못하고 두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픽사베이]


7. 경제적 능력

자식이 없는 경우 여성이 이를 비관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핵심적인 의무라고 생각하는 오래된 관념이 마음 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능력이 없어 고통받는 경우라도 여성은 자식이 있으면 악착같이 살아내려는 본능적 의지를 지닌다. 하지만 고령화로 자식을 출가시킨 이후의 긴 시간은 여성의 정신적 그늘을 늘려놓는다. 한국 여성의 기대 수명은 91살로 한국 남성인 84살보다 많다.(세계보건기구(WHO) 기준)

8. 그런데 왜, 한국여성들이 유독 더 많이 자살?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단기간에 물질적 풍요를 이룬, 세계에서 유례가 드문 나라다. 거기에다 여성 인권 신장과 사회활동 참여 또한 빠른 속도로 증진되었다. 이런 숨가쁜 전환 과정에서 여성은 오히려 전시대의 '근대적 주부' 역할과 새로운 시대의 '사회 노동 활동자'를 함께 떠맡았다.

사회생활의 '후발참여자'로서 마이너리티(소수자)의 설움과 고통을 이겨내야 했고, 남성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했다. 여성의 가치관이 상당히 변모함에 따라 사회적 욕망이 커지는 환경을 맞았지만,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전시대의 질곡 또한 존재한다. 그런 가운데 다채로운 내면적 고통이 축적되고 폭발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지고 가정적 권력구도의 변모를 거치면서, 삶의 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상황이 한국만큼 극적인 나라도 찾기 어렵다. 여전히 육아와 자기 성장 양쪽을 신경쓰면서도 사회적 약자가 아닌 '평등자'로 거듭나야 하는 경쟁이, 그들을 쉬 지치게 하고 우울에 빠뜨리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사회적 실패자로서의 '우울'이 대한민국 여성들의 자살률을 높이는 까닭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워라밸(일과 삶의 밸런스)'라는 말이 있지만, 여성들에겐 저 일과 삶(육아)의 이중적 부담이 스트레스의 핵심이다. 일에 올인했던 것을 덜어서 삶에 쓰라는 취지이지만, 이제 가정적 삶에서 자신의 사회적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달려나온 그들에겐 '워라밸'이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며 리스크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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