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남북 대화제안 美 고립정책 시험대"…미국 정부 신중한 입장 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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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8-01-0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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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南北대화, 좋은뉴스일수도 아닐수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새해 첫날 밝은 회색 계열의 양복과 이에 어울리는 넥타이를 착용하고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이러한 복장과 머리카락도 세심하게 정리한 헤어스타일 등을 언급하며 이런 연출은 철저히 계산된 선택으로, 평창동계올림픽 대표단 파견 용의와 남북회담 가능성을 밝힌 신년사 메시지를 잘 포장하면서 북한의 이미지를 세련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AP ]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백악관은 기존의 대북 정책에 변화가 없음을 밝혔으며, 국무부 역시 한·미 동맹은 굳건히 이어질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러나 미국 현지 언론에서는 남북 대화의 시작이 미국이 시도하고 있는 북의 고립정책을 시험대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이하 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남북대화 제안에 대해서 “좋은 뉴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면서 다소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금 로켓맨(김정은)이 처음으로 남한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다”면서 “이게 아마 좋은 뉴스일 수도, 아니면 아닐 수도 있다. 지켜보자”고 말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책상 위에 핵 버튼이 있다고 말했는데, 힘이 고갈되고 음식이 동난 정권의 누군가가 나도 핵 버튼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려줬으면 좋겠다”면서 “내 핵 버튼은 훨씬 크고 더욱 강력하며, 잘 작동한다!”고 밝혔다. 

◆WSJ "대화 제안, 미국의 고립정책과 향후 충돌할 수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남한의 대화 제안이 미국의 고립정책을 시험할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은 북한이 내민 대화의 기회를 재빨리 잡아 동계올림픽과 핵문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북한을 고립시키고자 하는 미국의 정책과 향후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신문은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 문제에 대해 군사적 공격을 비롯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강조해오면서도 한편으로는 국제사회에서 주도적으로 북한을 고립시키면서 제재를 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북한 김정은이 신년 연설을 통해서 대화를 제안하기는 했지만, 이와 동시에 북한이 핵 보유 국가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과 이미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는 핵 무기 능력을 갖췄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내보냈다. 그러나 미국은 장기간 북한의 비핵화를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강조했다. 

결국 핵무기 포기에 대한 의지 표명이나 혹은 타협의 여지도 없는 북한에 대해 남한이 대화를 제안한 것은 미국의 정책 방향과 대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보스턴 칼리지의 정치학 교수인 로버트 로스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대화 제안은) 남한이 미국을 군사적 옵션으로부터 멀어지도록 하려는 노력의 일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대화 제안이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유안 그레이엄 로위국제정책연구소 국제안보연구부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남한에 평화적 제스처를 보낸 것은 매우 두드러진 변화"라면서도 "그것이 핵문제의 끝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평창에 사절단을 보낸 뒤에 지속적으로 미사일 실험을 한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백악관 "한·미동맹은 굳건하며, 공동 목표 향해 갈 것"···국무부 "김정은 진정성 회의적" 

백악관은 남북대화에 대해 분명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으면서 다만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악관의 세라 샌더스 대변인은 "미국은 여전히 북한의 변화를 위해 최대한의 압력을 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우리의 목표는 동일하며, 남한과 이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책과 절차는 이 안에서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명확히 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남한의 대화 제안이 대미 정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고 답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의) 책임자들과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우리는 우리가 공유하는 목표를 위해서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력을 남한과 함께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백악관이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여를 지지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한편 국무부는 2일  남북 간의 대화 결정은 양국의 몫이지만, 북한의 대화 진정성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만약 두 나라가 대화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그것은 분명히 그들의 선택"이라면서도 "김정은은 아마도 미국과 한국 사이의 관계를 틀어지게 만들려고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관계가 틀어지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대화에 나선 김정은의 진정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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