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의로운 개의 무덤 '의구총'(義狗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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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입력 2018-0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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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주용 성균관대 초빙교수

2018년은 무술(戊戌)년 개의 해이다. 개는 인간이 길들인 최초의 가축이자 사냥 파트너로서의 역할도 컸지만, 의로움의 상징으로도 등장한다. 무명자(無名子) 윤기(尹愭)의 <의구총>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옛날 어떤 사람이 술에 취해 누워 잠이 들자 그 옆에 개가 지키고 앉아 있었다. 그때 갑자기 들불이 번져오자 개가 짖으며 주인의 옷을 잡아당겼지만 주인은 끝내 깨지 않았다. 개는 강으로 달려가 제 몸을 물에 담갔다가 와서 꼬리로 주인 주위의 풀을 마구 두드렸다. 이렇게 계속 오가며 풀을 적시니, 풀이 축축해져 불이 가까이 타 들어오지 못했다. 한참 지난 뒤에 주인이 잠에서 깨어나 보니, 개가 지쳐 곁에서 죽어 있었다. 주인이 의롭게 여겨 개를 묻어주었다.

경상북도 구미시 해평면 낙산리에 1994년 9월 29일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105호로 지정된 '의구총(義狗塚)'이란 비석이 있다. 무명자는 “개도 주인 위해 목숨 바칠 줄 아는데(狗能爲主死·구능위주사), 사람이 개만 못해서야 되겠는가(人可不如之·인가불여지)”라는 말로 글을 맺고 있다.

<중용>에서 “의는 마땅함이다(義者宜也·의자의야)”라고 했는데 그 주석에 “의는 사리를 분별하여 각기 마땅한 것이 있게 하는 것이다(宜者分別事理 各有所宜也·의자분별사리 각유소의야)”라 풀이하고 있으며, <맹자>에서는 “의는 사람의 바른 길이다(義人之正路也·의인지정로야)”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즉, 의(義)란 사리를 분별하여 마땅한 것이 있게 하는 것이요, 사람이 가야 할 바른 길인 것이다. 

2018년이 밝았다. 올해는 사리를 분별하여 바른 길을 감으로써 다시는 무명자와 같은 지적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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