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미학]한겨울 회춘탕 먹고 힘 불끈…그윽한 녹차로 몸 녹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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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글·사진 기수정 기자
입력 2018-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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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맛의 1번지' 강진으로 '게미 여행' 떠나자

훌륭한 요리의 8할은 신선한 제철 식재료일 것이다.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고 하는 이들은 그래서 요리에 앞서 늘 '좋은 식재료'를 공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렇다.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갖고 진심을 담아 요리를 하면 그 맛은 감동이 된다. 

남도 음식의 유명세도 '그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식재료를 십분 활용해 정성껏 요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정성과 노력으로 버무려진 남도 음식은 '게미(씹을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 속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을 일컫는 전라도 방언)'가 있다.

남도 각 지역 음식이 그러하겠지만 강진군의 음식은 특히 게미가 있다. 

한반도 끝자락, 강진만 청정해역에서 채취한 싱싱한 식재료로 강진 특유의 향토 음식을 선보이는 덕이리라. 

천혜의 자연환경이 빚어낸 강진의 음식은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게미 뿐 아니라 지역민의 푸근한 인심까지 더해지며 먹는 이로 하여금 오감을 만족하게 한다.

산해진미로 가득한 강진 한정식은 한 상이 모자랄 정도로 그 양이 푸짐하다. 진한 육수와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 회춘탕이 그러하다. 아, 혀끝에 감기는 은은한 차(茶)향도 기운을 절로 북돋운다. 

◆유배음식에 근원을 두다···강진 한정식
 

산해진미 가득 차려진 강진 한정식. [사진=기수정 기자]

강진은 한반도 끝자락에 위치한다. 궁궐과 거리가 멀었고 자연스레 조선시대 사대부나 왕족들의 유배지가 됐다.

강진 한정식은 유배를 따라온 수라간 궁녀가 지역 아녀자들에게 궁중음식의 비법을 하나씩 전하면서 탄생했다고 한다. 

산과 들, 강,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지형을 자랑한다. 그 덕에 강진만 청정해역에서 사계절 생산되는 어패류와 청정 강진평야에서 재배되는 농산물까지 청정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이 재료는 궁녀의 손맛을 거쳐 더욱 풍성하면서도 정갈한 강진 한정식으로 태어난 것이다. 
 

강진에서 나는 식재료를 활용한 강진 한정식은 양과 질이 우수한 강진군 대표 음식으로 손꼽힌다. [사진=기수정 기자]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눈으로 직접 보고 입으로 직접 맛을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한 상 가득 차려지는 강진 한정식을 마주하는 순간 임금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을 만큼 풍성한 양에 놀란다.

젓가락을 들어 어느 음식을 먼저 선택해야 할까도 고민해야 한다. 음식의 색은 물론 깔끔한 맛, 풍미까지 오감을 만족시키는 강진의 대표 음식문화 자원이다.

궁에서는 왕의 수라상으로 한정식 12첩 반상이 차려졌지만 일반인에게는 9첩 이하로 제한됐다. 반찬은 구이와 전, 볶음, 편육, 조림, 지짐, 생채, 취재, 숙채, 튀김, 전골, 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됐다.

시대 변화 등에 힘입어 강진 한정식도 그 메뉴와 음식의 종류, 기법 등이 현대화되기 시작했다. 기존 20여 가지가 넘는 음식이 한 상 가득 차려지던 기존 한정식 상차림도 이제는 전채요리와 주요리 등 순으로 시차를 둔 코스 요리 개념으로 바뀌었다. 

강진 한정식은 기본 반찬인 삼색나물과 마른반찬, 장아찌, 젓갈, 이외에도 광어회와 전복구이, 대하구이, 쇠고기 생고기, 삼색전, 꼬막, 소라, 홍어삼합, 낙지볶음, 떡갈비, 버섯 탕수육, 바지락 회, 간장·양념게장 등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강진 한정식 전문 식당 어디를 가든 푸짐한 음식만큼 넘쳐나는 인심도 함께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먹을 때마다 젊어진다고? 강진 회춘탕
 

먹으면 먹을 수록 젊어진다는 뜻을 지닌 강진 회춘탕[사진=기수정 기자]

이름부터 관심을 끈다. '회춘탕'. 맞다. 먹으면 먹을수록 젊어진다는 뜻을 지닌 강진의 대표 보양식이다. 

회춘탕은 강진 마량항에서 전해져 온 보양식이다. 바닷가 주민들은 싱싱한 문어와 전복이 많은 철에 닭고기와 함께 회춘탕을 끓여 먹었다.

회춘탕의 유래는 어디서부터였을까. 이 역시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499년(연산군 5년), 강진 마량에 설치된 마도진(조세로 바치는 곡식을 실어나르는 배가 통과하는 수군 진영)에는 조세로 바치는 곡식을 약탈하는 왜구가 자주 출몰했고 이를 막기 위해 수군 종 4품이었던 '만호'가 마도진에 주둔하면서 마도진 성을 지었다. 
 

진한 국물과 어우러지는 싱싱한 해산물의 맛이 일품인 강진 회춘탕[사진=기수정 기자]

완도 고금도에서 이순신 장군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왕래하는 양반들이 이곳 마도진 성에 머물었고 만호는 이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일을 직접 지휘했다. 

만호는 바다에서 잡아 올린 귀한 해산물과 고기 등을 넣은 보양 요리를 대접했고 이 요리는 회춘탕의 기원이 됐다. 

엄나무·꾸지뽕·느릅나무·당귀·가시오가피·칡·헛개나무·황칠나무 등 20여 가지 약재로 장시간 끓여 진한 육수를 만든다. 이 한약재를 장시간 푹 고아서 담백하게 우려낸다. 물론 소금 한 톨 넣지 않아 육수 자체의 담백한 맛이 살아 있다.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겨울 보양식 '강진 회춘탕'[사진=기수정 기자]

여기에 단백질이 풍부한 닭(혹은 오리)을 비롯해 문어 한 마리, 전복 등 고급 해산물을 넣고 다시 푹 끓여낸다. 한약재의 좋은 성분과 주재료의 영양소가 어우러지며 식감 좋은 고급 보양식으로 탄생한다. 

이렇게 상에 내어진 회춘탕은 그 모습에서 놀라고 그 맛에서 또 한 번 놀란다.

과연 회춘탕 답다. 국물 한 숟가락을 떠 입에 넣으니 지쳐있던 몸에 생기가 도는 듯하다.

열량이 적고 나트륨 함량 또한 적으니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손색없는 이 음식이야말로 추운 겨울 쇠한 기력을 회복하는 데 제격이다. 

◆그윽한 차(茶) 향이 온몸을 감싸다···강진 녹차
 

월출산 자락에 자리한 강진다원에서 생산되는 녹차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즐겨 마시며 '천하에서 두 번째로 좋은 차'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사진=기수정 기자]

우리나라에서 녹차 밭으로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10명 중 9명은 보성이라 말할 것이다.

하지만 강진에도 다원이 있다는 사실. 바로 월출산 자락에 자리한 강진다원이다. 

바람에 실려 전해지는 찻잎의 은은한 향이 기분을 맑게 하는 이곳 강진다원의 넓이는 330ha로 여의도(290ha)보다 넓다. 이 넓은 대지에 녹차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산비탈에 조성된 보성의 다원과 다른 점이다.

강진다원에서 생산되는 녹차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즐겨 마시며 '천하에서 두 번째로 좋은 차'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월출산 자락에 자리한 강진다원 [사진=기수정 기자]

초록빛 찻잎이 가득한 다원, 맞은편에는 병풍처럼 펼쳐진 월출산이 눈에 들어온다.

한겨울에도 초록빛 생기를 잃지 않는 녹차밭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게 솟아오른 월출산 바위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강진다원은 밭 사이사이에 산책길이 조성돼 있어 사진도 원없이 찍을 수 있고 녹차 밭 중간에 마련된 전망대에 오르면 끝없이 펼쳐진 초록빛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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