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홍열 초빙 논설위원·정보사회학 박사
입력 2018-01-02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사진=김홍열 초빙 논설위원·정보사회학 박사]


작년 어느 순간부터 가상화폐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이 촉발한 투기 열풍은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아이오타, 리플 등 여러 가상화폐로 이어졌다. 투기를 조장하는 기업들이 단기간 내 고수익을 내세우면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20대와 30대의 청년층이 적극적으로 이 광풍에 뛰어들었고 40~50대의 참여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세대가 이 열풍에 뛰어들었다. 과도하게 유행하는 가상화폐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전면 폐쇄 조치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언한 것이다. 국내 가상화폐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영향을 받아 세계 가상 화폐 시장도 잠시 요동쳤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조치가 장기적으로 계속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 정부의 단호한 조치와는 달리 미국 시카고 상품거래소와 시카고 옵션 거래소는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시작했고, 일본 금융거래소 최고경영자는 가상화폐 선물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는 기본적으로 무국적이다. 국가와 상관없이 유통된다. 특정 법정 화폐와의 교환을 위해서는 거래소가 필요하지만 그 거래소가 한국에 소재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거래소가 국내에 없다면 국내 투자자들은 불편하겠지만 가상화폐의 생존과는 별 상관없다. 가상화폐는 특정 국가의 제도를 돌파하거나 우회해서 유통된다. 비트코인의 창시자가 의도한 대로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는 처음부터 탈국가를 선언하면서 탄생했다.

가상화폐는 21세기 초반에 일어나고 있는 급진적 디지털 패러다임 중에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가상화폐가 국가의 화폐 발행 독점권에 대한 도전이라면, 공유경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에어비앤비나 우버는 독점적 소유에 기반한 자본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버가 서비스를 시작하자 몇몇 나라에서는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한국에서도 불법으로 판결 났지만 전 세계 72개 국가 400여 도시에서는 우버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기존 제도와 갈등하고 타협하면서 서비스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카풀 공유 서비스를 둘러싼 논쟁도 유사한 사례다. 출퇴근 시간에 한해 자가용 승용차가 카풀 형태의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을 확대 해석해 24시간 영업을 선언한 스타트업 풀러스가 고발당하면서 혁신기술과 기존 제도와의 충돌이 일어났다. 이런 갈등과 충돌은 드론,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인간복제 등 신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과학 기술은 기존 제도와 갈등하고 타협하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최종적으로 기존 패러다임을 대체한다. 우리는 그 한가운데에 와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가 일상화하기 전까지 모든 것은 개별적으로 존재했다. 국가와 제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신성불가침이었고 지식은 지식인의 독점물이었다. 국가나 사회가 모순으로 가득차 있어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많은 희생이 필요한 혁명과 대변혁 외에는 다른 솔루션이 없었다. 우리는 지금 기존 패러다임으로 설명하기 힘든 새로운 현상들을 목격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국가를 부정하고, 공유경제 플랫폼 서비스가 자본주의에 저항하고, 인공지능이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천지창조 전 카오스와 같은 상태다.

그러나 기존 질서의 붕괴가 바로 새 하늘과 새 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그 사이에는 인간의 집단적 의지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이 할 수 있는 일은 두 개의 길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난다. 선택은 우리들의 몫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했다. 핵무기, GMO, 생물학적 테러 등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서 맴돌고 있다. 잘못된 선택은 이제 끝나야 한다.

다행히 우리에겐 좋은 경험이 있다. 세계 최초로 합법적 시위를 통해 국가 권력을 임기 중에 교체한 역사적 사실이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람들이 정보를 만들어 유통시키고 광장에 모였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고 혁명적 성과를 만들어냈다. 과학기술이 인간의 집단적 의지로 의미 있게 사용된 사례다.

많은 것이 갈등과 혼돈 속에 있는 시대다. 점점 더 소용돌이가 커지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와 본격화된 패러다임의 전환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 끝이 어디인지는 아직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사람들의 의지에 따라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18년은 문재인 정부가 조각(組閣)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국정을 펼치는 첫해다. 적어도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서는 메가 패러다임의 전환을 염두에 둔 정책과 실행이 필요하다. 기존에 만들어진 국가의 법과 제도에 구속되면 창의적 도전이 불가능해진다.

까치발을 해서라도 멀리 바라봐야 한다. 그래야 새 하늘과 새 땅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