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TV, 한국·베트남 합작 '전쟁 치유 프로젝트' 공개…30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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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12-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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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 티 탄-1966 빈안 학살 생존자[사진=아리랑TV 제공]

베트남 국영TV 다큐상을 수상한 타오 PD와 아리랑 TV가 만났다.

오는 30일 아리랑TV에서는 한국과 베트남 수교 25주년을 맞아 베트남 국영방송국(VTV)과 공동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한다.

2016년 12월, 베트남 국영방송(VTV) 방송대상에서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마지막 자장가’가 다큐멘터리 부문 장려상을 수상했다. 연출자인 타오 PD는 이날 수상 소감에서 “한국 연출자와 함께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밝혔다.

타오PD는 미국군의 베트남 밀라이 학살을 세상에 널리 알린 종군기자이자 민족해방전선 투사인 베트남 국민시인 탄 타오의 아들. 대를 이어 베트남 전쟁의 비극을 기록하고 있는 그의 제안에 한국의 국영방송국 아리랑TV가 응답했다.

공동 제작의 필요성엔 공감했지만 언어도, 개성도, 시스템도 다른 양국 방송사의 합작 프로젝트는 의욕만큼 쉽지 않았다. 수개월에 걸친 긴 조율 끝에 베트남은 한국으로, 한국은 베트남으로 가서 전쟁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촬영하는 것에 합의했다.

그동안 베트남 피해자들은 한국 방송사들이 몇 차례 조명했지만 한국 참전군인에 대한 취재는 거의 전무했다. 그런데 한국 참전군인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듣고 싶다는 타오PD의 소망이 극적으로 이뤄졌다. 타오 PD와 베트남 방송팀이 전쟁 후 최초로 한국의 참전군인들과 조우한다.

쩐 반 무어이-베트콩 인민해방전선 참전 군인[사진=아리랑TV 제공]


베트남전쟁은 냉전시대 최대의 이데올로기 전쟁이자 최장 기간 지속된 국지전쟁이었다.

공산주의 확산을 막으려는 미국은 반공산주의 우호국에 군사협력을 요청했고,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목 아래 1964년 의료진 파견을 시작으로 32만 여명의 전투 병력을 베트남에 파병했다.

긴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고 그중 다수는 무관한 베트남 민간인들이었다. 불행히도 그 죽음에는 당시 냉전 이데올로기에 밀려 참전한 한국군인들도 연관되어 있었다.

전쟁에선 의도하지 않은 무고한 희생이 불가피하다지만 이 비극은 수많은 베트남인들과 참전했던 32만 한국군인들에게도 지워지지 않는 상흔으로 남아있다.

지난 2015년 4월, 베트남 학살 생존자 2명이 최초로 학살을 증언하러 한국에 왔다. 1966년 빈안 학살 생존자 런, 1968년 퐁니·퐁넛 학살 생존자 탄의 역사적인 방문이었다. 당시 수많은 참전군인들은 학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었다.

국회에서, 전국 각지에서 학살을 증언하고 그들은 베트남으로 돌아갔다. 그들에게 한국 방문과 증언은 어떤 의미였을까? 그리고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 그들은 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학살 생존자들은 여전히 아파하고 심지어 증오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비극을 파헤치는 것은 한국과 베트남 양국에서 사실상 금기시되어 왔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그들만의 아픔. 어디에도 전할 수 없었던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치유하기 위해 한국과 베트남 양국의 국영 방송사들이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함께 나섰다.

베트남 전역의 학살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사연과 한평생 가슴에 담아온 질문을 비디오에 담았다. “왜 힘없는 내 아기, 내 형제, 내 부모를 그렇게 참혹하게 죽였나요?” 그리고 한국 참전군인들에게 이 영상편지를 전달한다.

이에 50년 만에 한국이 응답한다. 국가의 명령을 받아, 가족을 위해, 외국에 나가보고 싶어서. 그렇게 베트남에 간 한국참전군인들은 거의 모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영혼의 상처를 안고 돌아왔다.

가장 친한 동료가 바로 옆에서 산산이 찢겨 죽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전쟁터에 나갈 때마다 제발 나를 제일 먼저 쏴 죽여 이 고통을 끝내달라고 기도했다는 참전군인들. 한국참전군인들이 50년의 세월을 두고 찾아온 베트남의 질문에 처음으로 답을 한다.

아리랑TV와 VTV의 합작 다큐멘터리 ‘Send & Receive : The Video’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들의 비극을 통해 가해와 피해를 떠나 전쟁이 인간에게 얼마나 끔찍한 상처를 남기는 지 조명해 본다. 더불어 진정한 평화와 화해의 길을 영상을 통한 소통으로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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