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987' 우리 모두가 주인공…그날의 기억, 스크린에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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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12-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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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습니다.”

1987년 1월, 경찰 조사를 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이 사망한다. 경찰은 증거인멸을 위해 시신 화장을 요청하지만 사망 당일 당직이었던 최검사(하정우 분)는 이를 거부하고 부검을 밀어붙인다.

박처장(김윤석 분)을 비롯한 경찰은 단순 쇼크사인 것처럼 거짓 발표를 이어가지만 현장에 남은 흔적과 부검 소견은 ‘고문에 의한 사망’으로 밝혀지고 이를 취재하던 윤기자(이희준 분)는 물고문 도중 질식사임을 알아내고 이를 보도한다.

사건이 커지자 박처장은 자신의 수하인 조반장(박희순 분) 등 형사 두 명을 구속하고 사건을 일단락시키려 한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교도관 한병용(유해진 분)은 진실을 세상에 밝히기 위해 조카 연희(김태리 분)에게 수배 중인 재야인사를 만날 것을 부탁한다.

영화 ‘1987’은 ‘지구를 지켜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를 연출한 장준환 감독의 신작이다. 기존의 문법과는 달리 독창적인 시나리오와 연출 기법으로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장 감독은 실제 사건과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빼곡하게 기록하면서도 특유의 연출 기법으로 영화적 재미와 다이내믹함을 작품에 담아냈다.

앞서 장 감독이 수차례 강조했듯, ‘1987’은 모두가 주인공인 영화다.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 바통을 주고받듯 릴레이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 같은 형식은 한 젊은이의 죽음이 어떻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으로 확장되었는지 생생하게 서술하며 관객에게 충분한 이해와 공감을 선물한다.

모두가 함께 이뤄냈기에 가능했던 그 날의 역사는 되짚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물한다. 실제 사건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하게 때문에 그날의 이야기들을 그대로 담기만 해도 관객들의 감정 동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개 많은 실화 소재의 영화가 이 부분에서 실수하곤 한다. 관객의 감정을 더욱 깊게 끌어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스스로 감상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장 감독은 이를 끊임없이 경계하며 담백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절제는 오히려 더 뜨거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는 평이다.

그 시절의 드라마를 그대로 녹여낸 영상 또한 인상 깊다. 그 시절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이들이 많은 것에 반해 정작 당시의 흔적은 남지 않아 영화적으로 가장 재현하기 어렵다는 80년대 후반의 공간을 완성도 있게 만들어냈으며 인물의 내면을 들여다보거나 사건의 긴박함을 느끼게 하는 카메라워킹 등으로 매 순간 느껴지는 감정과 타이밍을 영화 속에 녹여냈다.​ 흐트러짐 없이 정교한 고증과 더불어 미술·영상·카메라 등을 통해 관객들은 당시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느껴볼 수 있게 됐다. 장 감독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가 어떤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배우들의 열연은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실제 故박종철 열사와 고교 선후배 사이인 김윤석은 그야말로 지독하게 마음먹고 작품에 임했다. 박처장을 통해 극의 중심을 잡고 독재정권이 빚어낸 폭력의 시대, 그 초상을 완성해냈다. 또한 최검사 역의 하정우, 한병용 역의 유해진, 한병용의 조카 연희 역의 김태리, 윤기자 역의 이희준, 조반장 역의 박희순 등 누구 하나 뺄 수 없이 탄탄한 연기력과 작품에 대한 이해력으로 완벽한 앙상블을 이뤄냈다. 거기에 설경구, 문성근, 조우진, 오달수, 강동원, 여진구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 역시 인상적인 부분이다. 27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29분, 관람등급은 15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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