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도청도설(道聽塗說)할 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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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호 전통문화연구회 회원
입력 2017-12-26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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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제자 자로는 성미가 좀 거칠었으나 소박하고 용기가 있었다. 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천진난만한 면도 있어 덩치는 어른이지만 생각은 재롱을 떠는 듯한 키덜트(kidult) 기질이 없지 않았다.

“자로는 들은 것을 아직 실행하지도 못했는데, 또 좋은 말을 들을까 두려워했다(子路有聞 未之能行 唯恐有聞·자로유문 미지능행 유공유문, <논어> '공야장'편 13장)”는 것이 그런 예다. 좋은 말과 그 실천은 어느 공사장 작업 과정처럼 계량화되거나 차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쪽 진도가 아직 안 나갔으니 저쪽 건 말도 꺼내지 말란 투여서 웃음이 나온다. 개그맨의 우스개라면 가능하지만.

자로가 약간 과장되고 튀는 스타일이라서 그렇지 그의 말이 그른 건 아니다. 공자는 “길에서 들은 것을 길에서 바로 말해버리는” 도청도설(道聽塗說)을 경계했다. 무슨 말을 들으면 깊이 생각해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금방 옮기는 경박한 태도가 바로 자신의 인격을 해친다고 했다. (雖聞善言 不爲己有·수문선언 불위기유, <논어> '양화'편 14장)

“말보다 행동 우선”은 자로뿐만 아니라 인간이면 누구든지 지켜야 할 덕목이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자로는 그걸 지키기 위한 결심을 외부로 드러낸 것 같다. 금연을 결심한 사람이 주위에 알려 중도 포기를 방지하려 한 것처럼.

그러나 그런 자로도 요즘 SNS 메신저에 들어가면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감동적이고 훌륭한 말과 글이 넘쳐나는데 소화하고 말고 할 틈도 없다. 좋은 말도 어느 정도지 이건 홍수와 산사태다. 매몰되거나 익사하지 않으면 실신하고 말 것 같아, 도청도설은 아예 꿈도 못 꿀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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