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칼럼-중국정치7룡] "인맥? 실적?" 최연소 상무위원의 출세비결―자오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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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7-12-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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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⑨ 시진핑 집권2기 상무위원-자오러지

[사진=신화통신]

상하이 vs 칭하이
7인자는 상하이, 6인자는 칭하이

상하이(上海) 하면 으레 그 지명(윗 상, 바다 해)에서 푸른 물결 넘실대는 망망대해를 연상한다. 상하이에 거주한지 몇 달이 지났을 때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필자는 눈물이 날 지경으로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어느 주말 짬을 내어 한 시간 이상 남쪽 끝 바닷가로 급히 차를 몰았다. 이윽고 낯익은 갯내음이 물씬 코끝을 습격하자 필자의 가슴은 옛 애인을 만나는 것처럼 두근거렸다.

그러나 두 눈에 비친 바다, 동중국해는 끝없이 광활한 무논에다 싯누렇고 붉은 흙탕물을 마구 퍼질러놓았다고 할까. 탁하고 싯누런 동중국해에 비하면 우리 황해는 '黃海'가 아니라 ‘청해’(靑海)라 불러야 할 것처럼 맑고 푸른 편이었다.

맑고 푸른 바다다운 바다 ‘청해’를 필자는 서북부 깊숙한 내륙 칭하이(靑海)성 시닝(西寧, 칭하이성 성도) 여행에서 만났다. 중국 최대의 짠물 호수 칭하이호(靑海湖, 면적 4456㎢ )는 글자 그대로 맑고 푸른 물결이 파도가 치는 바다였다. 막힌 것 없이 탁 트인 바다, 하늘도, 물도, 바람도 맑고 푸르렀다.

중국의 31개 광역행정구역(22개 성, 5개 자치구, 4개 직할시) 중 바다 ’해‘(海)가 붙은 곳은 상하이와 칭하이 단 두 곳이다. 그러나 둘은 지명에만 바다가 붙었다는 게 같을 뿐, 거의 모든 게 정반대라고 할 만큼 극명하게 대비된다.

21세기 뉴 뉴욕(New New York)이라고 자처하는 상하이는 중국 최고로 번화한 최대 경제도시이다. 반면 서울 면적의 7배가 넘는 칭하이호를 품고 있는 칭하이성은 남한 면적의 7배가 넘는 광활한 72만㎢ 이지만 인구는 500여만명에 불과하며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광역 행정구역에 속한다.

앞서 이야기한 한정(韓正, 1954) 정치국 상무위원(서열7위)은 상하이에서 태어나고 자라나고 상하이에서 시장 당서기를 역임한 반면 지금부터 이야기할 자오러지(趙樂際, 1957년생) 최연소 정치국 상무위원(중앙기율검사위 서기, 서열6위)은 칭하이에서 태어나고 자라나고 칭하이에서 성장 당서기를 역임했다. 1957년 3월 칭하이성 시닝에서 태어난 자오러지의 원적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이다.

중국 서부 대표 빈곤지역 칭하이 태생의 자오러지가 '중국정치 7룡'으로 대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자오러지 개인의 탁월한 실적도 실적이지만, 그의 원적지 산시성의 지연과 큰 할아버지 (종조부) 자오서우산(趙壽山,1894~1965)의 음덕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1)*

칭하이성과 산시성 성장을 역임한 자오서우산은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習仲勋, 1913~2002)과 같은 산시성 동향이다. 국공내전때 서북야전군에서 각각 부사령관, 부정치위원으로 많은 전공을 낸 전우다. 특히 시중쉰은 1962년 반당집단으로 몰렸을 때 자신의 구명운동에 필사적으로 도왔던 자오저우산의 은혜를 자주 회고했다.

행운인가? 특혜인가? , 인맥인가? 실적인가? 그의 출세 비결

'사인방'이 활개를 치던 문화대혁명 후반기인 1974년, 17세의 자오러지는 칭하이성 시닝 서부 근교인 구이더(贵德)현 허동(河東)향의 궁바(贡巴) 인민공사에 이른바 ’지식청년(知靑)’으로 배치되었다. 문화대혁명때는 지식청년들을 벽촌오지로 보내 몇 년 동안 고된 육체노동을 시키는 게 상례였다. 시진핑 주석도 15세부터 21세까지 황토토굴에서 무려 7년간이나 인고의 지식청년 세월을 보내야 했다. 한데 자오러지가 단 1년간 지식청년으로 머물렀던 구이더현은 ‘고원의 작은 강남’, ‘배(梨)의 고향’ 시닝의 꽃밭으로 불리는 칭하이에서는 보기 드문 풍요로운 지방이다. 행운일까? 특혜일까? 특혜라고 할 것까지는 없는 행운일 것 같다.

비교적 안락하고 짧은 지식청년 시절을 보낸 자오러지는 칭하이성 성업청의 통신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마오쩌둥이 죽은 이듬해 1977년, 문화대혁명으로 10년 넘게 닫혔던 대학 문이 열렸다. 자오러지는 베이징대 철학과에 공농병 추천이라는 무시험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그 중국 최고 명문대학을 3년 만에 조기졸업(?)한 자오러지는 1980년초 칭하이성 상업청 정치과로 배치받는 것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행운일까? 특혜일까? 이번에는 행운보다 보이지 않는 특혜, 큰할아버지의 음덕(?)이 없지 않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그후 자오러지는 칭하이성 상업학교 교사 겸 교무과 부과장, 상업청 공청단 서기, 칭하이 금속화공회사의 당위서기와 사장 등 10여년간 주로 상경계 관리자 경력을 쌓았다. 1994년 37세에 칭하이 부성장, 1997년 40세에 칭하이 성도인 시닝시의 제1인자 서기를 맡는 등 초고속 출세 가도를 달렸다.

자오러지가 국내외의 주목을 받게 된 시점은 21세기 원년인 2000년도 정월. 43세의 나이로 칭하이 성장에 선출된 때이다. 그는 당시 전국 최연소 성장이었다. 3년후 후진타오 집권 1기 2003년 46세의 자오러지는 서기로 승진했다. 역시 전국 최연소였다. 그의 최연소 행진의 초고속 출세는 인맥 덕일까? 실적 덕일까? 아래 그의 업적을 보면 100% 인맥 덕만은 아닐 것 같다.

자오러지는 칭하이성의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발전을 지향했다. 중국 '부모의 강'인 창장(長江), 황허(黃河)와 인도차이나 반도를 관통하는 메콩강의 상류 란찬장(瀾滄江, 메콩강)이 발원하는 칭하이는 ’중국의 물탱크‘라는 별명이 붙여진 곳이다. 자오러지는 공해를 유발하는 산업 유치를 극력 피하고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는 수력발전, 태양광, 풍력, 신재생에너지 산업 및 관광업에 역점을 두었다.

2006년 7월 시닝과 시장(西藏·티벳)을 연결하는 ’칭장철도‘를 개통, 물류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시켰다. 그는 최연소 성장으로 부임했던 2000년 263억 위안이던 칭하이성의 GDP를 4년 후인 2006년 641억 위안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자오러지는 시진핑이 차기 후계자로 낙점된 2007년 중국 서부지역 중추 대성(大省), 산시(陝西)성 서기로 영전했다.

그는 시안 근교 푸핑에 위치한 시진핑의 부친 시중쉰 묘와 생가를 대대적으로 확장, 마오쩌둥 기념당에 필적하는 시중쉰 기념관을 조성했다. 더 나아가 시 주석이 15세때부터 7년간 ’지식청년‘ 생활을 한 옌안시 황토토굴 마을 량자허(梁家河)를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성역화에 앞장섰다.

그런데 말인데, 국내외 일각에서 보도하는 것처럼 과연 자오러지가 ’중국판 능참봉’이 되어 시진핑 숭배에 앞장선 것만으로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었을까? 만일 그렇다고 답한다면 이는 'G2'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거나 지나치게 유치찬란하게 희화화 것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마오쩌둥 시대 중국에서는 공산당 이념에 얼마나 충실한가의 당성과 출신성분이 공직자 인사고과에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덩샤오핑 개혁·개방 이후 출세에는 “첫째도 실적, 둘째도 실적, 셋째는 관시(關係·인맥)다”라는 말이 회자될만큼, 맡은 일에 얼마나 성과를 내었는가의 실적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자오러지는 산시성을 규모의 '대(大)성’에서 실력의 ‘강(強)성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당 서기로 부임한 2007년 경제총량 전국 20위에 불과한 산시성을 2011년에는 전국 6위로, 경제발전 속도는 전국 1위를 차지할 만큼 급성장시켰다. 아무리 낙후한 지역이더라도 그가 가는 곳곳마다 격앙가가 울려퍼지는 눈부신 실적으로 인하여 2012년 11월 시진핑 집권 1기, 자오러지는 당의 인사를 총괄하는 중앙조직부장에 발탁됐다. 중앙조직부장은 국장급 이상의 당정고위직, 중앙국유기업, 언론, 대학 등 중앙간부들에 대한 인사를 총괄하는 핵심 요직 중의 핵심요직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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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1)*  국내 뉴스 일각에서는 아래와 같이 홍콩언론 앵무새처럼 자오서우산을 자오러지의 ’조부‘라고 적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자오서우산은 자오러지의 조부가 아닌 종조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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