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창업의길]네이버도 18년 전엔 사내 벤처였다, 혹시 지금 저 팀이 나중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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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입력 2018-01-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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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SK·현대차 등 스타트업 발굴·지원 프로그램 운영

  • 선순환 구조 형성하는 건전한 파트너로 산업에 활력

전 세계 검색 사이트 시장을 장악한 구글이 한국에서는 유독 이 기업과의 경쟁에서는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네이버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로 한국경제가 파산에 이르렀던 당시, 각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을 위해 다수의 인력들을 정리했다. 또한 신입직원 채용도 중단 또는 줄였고, 기채용했던 신입직원들의 입사도 중단시키는 등 청·중·장년층 실업이 큰 이슈로 대두됐다.

위기는 기회를 창조한다고 했다. 21세기를 앞두고 전 세계는 인터넷 확산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기업, 즉 닷컴 기업이 대세로 떠올랐다. 더불어 취업을 못했거나 기존 직장에서 역량을 발휘하는 데 한계를 느꼈던 수 많은 청년들의 벤처기업 창업 열풍에 참여했다.

네이버도 이들 기업 가운데 하나였다. 차이점이 있다면 네이버는 1999년 삼성SDS의 사내벤처로 출발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내 정보기술(IT) 담당 계열사였던 삼성SDS는 어려운 회사 사정 속에서도 사내 벤처에 대한 지원을 줄이지 않았다. 이를 통해 탄생한 독립벤처 1호가 네이버다. 네이버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협업 성공사례로 가장 먼저 소개되고 있다.

◆‘채용’ 정의를 ‘창업’으로 확장하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경제 상황이 개선되어 채용시장도 지난해보다 활기를 띌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기업들이 채용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모든 구직자들을 끌어안기에는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본격 도래한다고 해도 자동화·무인화 추세에 따라 사람에게 돌아갈 일거리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각 기업들은 ‘사람을 뽑는다’는 개념의 ‘채용의 정의’를 ‘창업’으로 확장했다. 뛰어난 인재를 기업의 틀 속에 잡아두는 것만큼, 인재들에게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능력과 개성이 다양한 요즘 청년들을 삼성이라는 울타리에 넣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사업 목적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능력만 있다면 그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대기업이 실천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원을 통해 미국과 중국처럼 수많은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함으로써 한국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올해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Creative Lab)’을 통해 스타트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벤처투자 전문 계열사인 삼성넥스트와 삼성캐털리스트펀드, 삼성벤처투자 등을 국내외 스타트업의 지분인수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상생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애정을 갖고 챙기고 있는 ‘사회적기업’ 지원 사업을 올해 더 확대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평소 “대기업의 창년 창업 지원은 단순 자금 지원에서 더 나은 사회를 바꾸는 ‘임팩트 투자’로 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는 ‘사회적 기업 2.0’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SK텔레콤, 한화자산운용 등과 함께 글로벌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3사는 올 1분기 출범 예정인 ‘AI 얼라이언스 펀드’에 각각 1500만 달러를 출자해 총 4500만 달러(한화 약 500억 원) 규모의 투자 회사를 운영할 방침이다. AI 얼라이언스 펀드는 각 업체가 운영 중인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및 기업 벤처캐피탈 전략에 따라 투자 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도 적극 추진한다.

포스코도 벤처기업 창업 지원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한 ‘포스코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는 총 104억원을 투자해 151개 기업 지원을 울린 대표적인 벤처 지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는 벤처창업 희망자·초기 벤처기업·투자자들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아이디어를 공모할 수 있도록 도와, 투자자와 벤처기업을 연결해주거나 직접 투자를 유치의 엔젤투자지원 역할을 하는 포스코의 대표적인 벤처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건전한 벤처 생태계 구축 파트너로 자리매김
대기업들의 벤처·창업 지원은 순수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성장기에 접어든 벤처기업들을 인수해 콘텐츠만 빼앗는 일부 기업들의 부적절한 행위가 대기업 전체의 성향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 들어 벤처기업들 사이에서도 대기업의 지원은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마중물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벤처업계는 국내 스타트업에 대해 관심이 적었던 대기업들이 최근 들어 인수, 투자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민간 투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대기업, 은행, 연기금 등 민간 출자자의 벤처 투자액은 9477억원으로 정부기관, 산업은행 등 정책성 출자자(4686억원)의 2.0배를 기록했다. 2012년 민간 출자액은 정책성 출자액의 1.1배로 엇비슷했지만 꾸준히 늘면서 2016년에는 1.8배를 기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제 대기업의 벤처기업 투자는 ‘상생’ 수단으로 건전한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는 파트너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제2, 제3의 네이버가 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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