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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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근 기자
입력 2017-1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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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올인하는 중국 정부 부럽다… 한국은 총체적 난국”

  • 美도 두려워하는 中 'AI 굴기'

  • 정부는 흐름 제대로 파악 투자

  • 창업 열풍 맞물려 시너지 효과

  • 韓, 실패의 길 걸을까

“중국은 인공지능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다고 봅니다. 2030년이 되면 온 세상이 인공지능 세상이 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그 흐름을 정부 차원에서 파악하고 인공지능에 모든 것 다 쏟아붓기로 결정했다는 점에 대해서 중국 정부를 존경합니다.”
 

중국의 인공지능 굴기(崛起)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 [사진=지능정보기술연구원 제공]



지난 1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지능정보기술연구원에서 본지와 만난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연구원장은 중국이 인공지능(AI)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혜안(慧眼)’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인공지능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날 인터뷰는 중국의 AI 굴기(崛起)를 살펴보고 우리의 현실 진단 및 발전 방안을 모색해보기 위해 마련됐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에서 디지털 혁명, 디지털 변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이라는 용어를 썼었는데 이것을 중국이 그대로 받아들여서 인공지능 강국이 됐다”며 “앞으로 2030년이면 인공지능 분야에서 제일 앞서가는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심지어 인공지능 강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미국이 두려워할 정도”라며 “최근 MIT 저널에 ‘중국 인공지능적 굴기(中國人工知能的崛起)’라고 큼지막하게 시커면 글자로 제목을 단 글이 게재됐을 정도로 중국이 두려운 존재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중국의 목표는 인공지능을 통해 혁신을 일상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스마트 도시, 스마트 금융, 스마트 교통 등 모든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시켜 일상에서 혁신을 느끼도록 만들겠다는 발상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인공지능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부정적인 측면도 있고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고 판단한 겁니다. 중국은 방향을 잘 잡았습니다. 계획도 잘 짠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으로 급격한 사회변화가 예상되고, 직업도 없어진다고 하고 일자리도 없어진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런데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하는데까지 깊이 있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을 군사목적으로도 쓰겠다고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김 원장의 말에는 중국에 대한 부러움과 두려움이 함께 녹아들어 있었다. 김 원장은 “중국은 정부의 정확한 판단력과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 인재 확보, 데이터 확보 등 인공지능과 관련된 모든 부문에서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며 “이에 비해 우리의 현실은 너무나 초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실제로 AI 분야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18조원을 쏟아붓고 있으며, ‘천인계획’을 통해 인재를 영입 및 육성하며, 7억명이 넘는 인터넷 인구에서 나오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는 등 글로벌 인공지능 강국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정부 특유의 추진력과 ‘인터넷+ 전략’, 젊은이들의 창업열풍이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며 ‘AI 광풍’이 불고 있는 것이 중국의 현실이다. 김 원장의 말은 이 모든 것이 부럽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총체적 난국입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공감하는데 너무 느립니다. 인재 확보를 위한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우리는 인공지능 분야 박사가 1년에 50명 정도 배출 됩니다. 많아야 100명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2만명이 동시에 이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게임이 안 되지요. 대학교에 정원 정해주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기계과 300명, 조선과 200명, 인공지능과 50명, 이런 식입니다. 적다고 아우성치면 정원 5% 늘려줍니다. 외국은 사회 트렌드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과별 정원이 정해집니다. 그나마 최근 포항공대가 이런 식으로 된 것 같아 다행입니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며 개탄스러워 했다.

“우리 정부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공지능에 대한 가치를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 블록체인하고 같은 수준인 줄 압니다. 블록체인은 정말 작은 기술입니다. 공무원들이 깊이 있게 알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인식에서 중국에 훨씬 못 미칩니다. 답답할 뿐입니다. 우리나라 1년 연구비 예산이 20조원 정도 되는데 인공지능에 쓰는 게 기껏해야 200억원, 300억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인공지능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암울한 느낌이 들었다.

김 원장은 “지금 성공하지 못하면 과거의 성공은 의미가 없다”며 “과거에 굶었으면 죽자고 달려들 텐데 과거의 작은 성공 때문에 실패의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크다”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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