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칼럼] 지금은 전 국민 크리에이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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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 시청자미디어재단 서울센터장·경제학박사
입력 2017-12-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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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희칼럼]

 

[사진=장영희 시청자미디어재단 서울센터장·경제학박사]



지금은 전 국민 크리에이터 시대

최근 세계 미디어시장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초대형 거래가 성사되었다는 특급 뉴스가 날아들었다. 월트디즈니가 루퍼트 머독의 '21세기 폭스사' 영화와 TV사업 등 4개 부문을 524억 달러, 우리 돈으로 57조1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모름지기 거래는 양쪽 다 이득이 되어야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혈관에 (뉴스를 만드는) 잉크가 흐른다”는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은 언론에 집중해 ‘뉴폭스’를 건설할 실탄을 얻었다. 디즈니는 당장 캐릭터 제왕 자리를 굳히는 등 콘텐츠 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 플랫폼 경쟁력을 등에 업고 콘텐츠 제작에도 손을 뻗치고 있는 아마존과 페이스북, 구글, 애플 같은 IT 기업들도 견제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메가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영화나 TV 사업이 아니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스트리밍) 업체인 훌루(Hulu)다. 이미 세계 최대 영화사인 디즈니가 뭐가 아쉬워 스트리밍 업체 지분 30%를 더 가지려고 몸부림을 쳤을까(이로써 디즈니는 총 60%의 지분을 가진 훌루의 최대주주가 된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업계의 최강자 넷플릭스(Netflix)를 겨냥한 조치로 해석한다. 미국 시사잡지인 '뉴스위크'는 "디즈니와 폭스의 빅딜은 영화계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업계도 뒤흔드는 일이다”라고 분석했다.
세계 영화산업의 간판주자인 디즈니조차 스트리밍 업체와 진검승부를 펼치겠다고 나선 이유는 사실 간단명료하다. 미디어 소비의 패러다임이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재생시키는 스트리밍으로 변모한 탓이다. 이제 미디어 이용자들은 영화관에 덜 가고 TV 본방사수도 적게 한다. PC나 모바일로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동영상을 본다. 동영상에 접속할 뿐 소유하려 들지도 않는다. 폭스와의 메가딜을 성사시킨 직후에 나온 로버트 A 아이거 회장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훨씬 매력적인 방법으로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것, 이것이 현재 우리의 최대 역점 사업이다.”
이처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가 대세가 된 지금 ‘찾아가는 서비스’는 덩치가 큰 미디어기업에조차도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전략이 되고 있다. 흔히 OTT(Over The Top)로 불리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는 범용 인터넷망을 통해 방송프로그램이나 영화, UCC 같은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기존의 방송국 같은 이른바 레거시 플랫폼에 비해 시장진입 장벽이 거의 없는 데다 시간과 공간, 디바이스의 제약을 해체한 탓에 미디어 산업의 지형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는 콘텐츠와 플랫폼의 결합이 복잡한 양상을 띠면서 여러 서비스로 분화되어 왔는데, 우선 넷플릭스와 훌루 같은 가입자로부터 월정액 이용료를 받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가입자 기반의 서비스가 가장 많은 인터넷 트래픽을 일으키는 스트리밍 시장의 대세가 되고 있다. 다음tv팟과 네이버tv캐스트 같은 인터넷 포털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제휴 기반의 서비스 사업자들도 이 시장의 한 축을 이룬다. 마지막으로 광고에 기반을 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인데, 유튜브가 대표주자다. 최근 들어서는 유튜브의 아성에 도전하는 소셜네트워크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 특히 페이스북은 신예 강자로 등장하고 있다.
같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이지만 넷플렉스·훌루와 유튜브·페이스북이 크게 다른 점이 있다면 콘텐츠 공급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스스로를 방송하라(Broadcast Yourself)’는 슬로건에 걸맞게 유튜브는 전 세계적으로 동영상을 생산하고 업로드(유통)하는 창작자를 뜻하는‘크리에이터(Creator)’를 엄청나게 만들어내고 있다.
일반인이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 대열에 진입한 것에는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고 스마트미디어가 생기면서 동영상을 만들기가 쉬워진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 좀 거칠게 말하면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동영상 제작에 굳이 화려한 편집기술이나 비싼 방송기자재를 동원하지 않아도 되지만 동영상 촬영·편집기법을 배우거나 기자재를 빌리고 싶다면 시청자미디어센터 같은 무료 교육기관을 찾아가면 해결된다. 결국 관심과 의지의 문제인 셈이다.
이런 미디어환경에다 일반인 크리에이터가 폭증하게 된 데는 역시 돈이 결정적이다. 유튜브나 아프리카TV를 비롯한 광고기반의 동영상 플랫폼들이 수익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물론 웬만한 콘텐츠로는 광고수익을 얻기 쉽지 않지만, 이미 시장에서는 충성도 높은 독자를 거느린 억대 크리에이터가 생겨나고 있다. 일종의 기획사 구실을 하는 MCN(Multi Channel Network) 사업자도 출현했다. 크리에이터는 비록 1인 미디어이지만 콘텐츠사업에서 새로운 수익모델과 가능성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에이터는 이제 당당한 직업이기도 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미디어콘텐츠 창작자(크리에이터)'와 '창작자에이전트(MCN)'를 ‘미래에 함께할’ 직업으로 소개하며 한국직업사전에 올렸다.
20~30대가 주활동층이라고 하지만 크리에이터 세상에는 연령은 물론 학력도, 어떠한 제한도 없어 보인다. 최연소 신서은양(3)부터 최고령 박막례 할머니(71)까지, 바야흐로 전 국민 크리에이터 시대가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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