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4시] 디즈니랜드 입장료 인상과 ‘물가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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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박세준 통신원
입력 2017-12-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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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기업 디즈니랜드 5년간 입장료 인상

  • 정부 돈벌이 치중에 서민들 삶은 팍팍

[박세준 홍콩통신원]

홍콩 디즈니랜드가 내년부터 입장료를 인상하기로 하면서 홍콩에서 때아닌 ‘물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디즈니랜드 측은 최근 운영비용 상승을 이유로 내년 1월 1일부터 성인 전일 이용권 가격을 올해보다 5.1% 인상된 619홍콩달러(약 8만6000원)로, 아동(3~11세) 전일 이용권은 9.1% 인상된 458홍콩달러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홍콩 디즈니랜드는 지난 5년간 꼬박꼬박 입장료를 올려 왔다. 홍콩 디즈니랜드는 규모 면에서 같은 아시아에 위치한 도쿄 디즈니랜드나 올해 개장한 상하이(上海) 디즈니랜드보다 훨씬 작은 수준이지만, 가격은 도쿄 디즈니랜드 7400엔(약 7만1000원), 상하이 디즈니랜드 370위안(약 6만1000원)보다 높다.

디즈니랜드의 주고객층인 어린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홍콩에서는 아이를 키우며 살 수가 없다”며 이번 인상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시민들이 보내는 비난의 화살은 디즈니랜드가 아닌 홍콩 정부를 향해 있다. 홍콩 디즈니랜드가 홍콩 정부(53%)와 월트디즈니(47%)의 합자로 운영되고 있는 사실상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는 도로, 항만, 부동산 등 인프라 영역에서도 다른 국가와 달리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업 활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고 있다. 한편으로는 홍콩지하철(MTR, 홍콩 정부 지분 75%)처럼 외부 출자의 형식을 통해 공공성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러나 각 기업은 정부의 투자를 받은 것일 뿐, 운영은 개별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요금 인상 등 서민들에게 민감하게 다가오는 공기업들의 정책 결정에 있어 홍콩 정부는 뒷짐을 지는 태도를 보여 왔다.

특히 홍콩 시민들의 ‘발’인 MTR 요금의 경우 2009년 이후 누적 인상률은 25.2%에 달하며, 매년 2~3회 요금 인상이 있었음에도 홍콩 정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면적이 좁고 도로 사정이 열악해 자가용 소지자가 적은 홍콩의 특성상 홍콩 직장인의 지하철 이용률은 41%(2016년 기준)에 이르는데, 이러한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서민 경제에 적잖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홍콩 정부는 홍콩의 살인적인 집값 문제 해결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홍콩의 집값은 올 한 해에만 11% 상승했지만, 홍콩 정부는 지난 18일 “이번 연도 신축 가구 공급 수가 정부 예측을 웃돌았기 때문에 3개월간 토지 개발 매각 속도를 늦추겠다”는 현실과 동떨어진 발표를 해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홍콩 정부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공공주택 건설을 제외하고는 모두 토지를 사영 기업에 매각하는 형식으로 택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홍콩 정부가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얻은 수익은 782억 홍콩달러에 달했다.

홍콩 정부는 이렇게 쏠쏠한 ‘돈벌이’ 사업을 통해 지난 10년간 빠짐없이 재정 흑자를 기록해 오고 있다.

정부의 곳간이 두둑해진 반면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홍콩의 1인당 평균 국내총생산(GDP)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올해 홍콩의 최저임금은 34.5홍콩달러(약 4800원)에 불과했다.

홍콩의 물가 상승률은 매월 1~1.5%로 안정적인 편이다. 그러나 임금 상승률 역시 그에 비례하는 낮은 수준이다. 임금 상승률이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살인적인 집값 상승률로 인해 많은 젊은이들이 ‘내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것이 현실이다.

자유로운 기업 환경과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인력들을 제공해 번영을 누려온 홍콩의 현재는 미흡한 사회 복지 시스템으로 인해 번영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젊은 세대의 좌절감으로 가득 차 있다. 서민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갖춰 가는 홍콩 정부의 혜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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