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중국의 窓] 중국은 원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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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외교학 박사)
입력 2017-12-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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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 성균중국연구소 연구교수(외교학 박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방중(放中) 전에는 우려와 비판이 공존했으나, 방중 당일부터 방중이 끝난 지금까지도 방중 성과보다는 방중 당시에 발생한 사건들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도한 해석이라든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든지  하는 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비판의 핵심은 문 대통령 방중을 대하는 중국의 ‘홀대론’에서 비롯됐다. 공동성명, 기자회견이 없는 국빈 방문이라는 점을 시작으로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문 대통령의 팔을 쳤다는 점은 물론 경호원의 기자단 폭행 사건까지 외교적 결례가 난무한 굴욕 외교였다는 평가였다.

문 대통령의 방중 당일 최고지도자들이 베이징(北京)에 없었고, 리커창(李克强) 총리와 오찬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대통령이 국빈 방문에서 연일 ‘혼밥’을 했다는 비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정을 감안해서까지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목적이 과연 무엇인지를 한 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3불(不) 원칙’ 이행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중국의 국내 일정이 빡빡한 상황에서 대통령이 방중을 추진한 이유가 과연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일까?

북핵 문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그리고 이로 인한 경제보복 등 직면한 사안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모멘텀은 무엇일까를 고려했을 때 가장 파급력이 큰 이벤트는 대통령의 방중이 아니었을까 싶다.

해결을 위한 만남이 늦어질수록 피해를 받는 대상은 결국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에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요청했고, 중국 정부가 기존 일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수용해 준 것이라고 한다면 과연 이를 ‘홀대론’이나 외교적 결례로 봐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문 대통령의 일정이나 한·중 정상회담의 내용만큼 많이 보도된 내용이 중국 경호원의 기자단 폭행 사건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져보자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중국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 온 개인적인 시각에서 보면, ‘중국은 원래 그렇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게 느껴진다.

문재인 정부의 경호 원칙은 ‘친근한 경호·열린 경호·낮은 경호’로,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가까이 다가가 인사하고 악수하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예정된 퍼포먼스가 아닌 상황에서 중국 국민들이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다가간다면 경호원들이 이를 좌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중국에서 학위 과정에 있던 시절,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대학에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학생 중 하나가 후진타오 주석 곁으로 다가가 꽃다발을 건네며 같이 사진을 찍었다.

이를 본 다른 학생 서너명이 후진타오 주석에 다가가려 하자, 누군가가 그들의 목덜미를 잡아 운집한 관중들의 뒤쪽으로 끌고 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꽃다발을 건네는 것은 예정돼 있던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이를 알 리 없는 다른 학생들은 경호원의 거침없는 제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었다.

또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은 중국은 언론의 통제를 받는 국가라는 점이다. 언론 활동에 대한 제약이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국가의 국민이기에 한국 언론인의 취재 활동을 자신의 기준에 반하는 행위로 간주하고 무분별한 폭행을 가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만일 ‘중국은 원래 그렇다’라는 사실을 감안해서 조금 더 조심했더라면, 이러한 불상사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왕이 외교부 부장의 외교적 결례도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왕이 부장은 이미 지난 주요 20개(G20) 정상회담에서도 문 대통령의 팔을 쳤고,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을 만났을 때에도 팔을 치는 모습을 연출한 바 있다.

친근감을 표시한 행동일 것이라 짐작한다. 그러나 학교에서조차 외교를 할 때 갖춰야 할 기본적인 매너와 소양을 배운다. 한 국가의 외교부 장관이 기본적인 소양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된다. 중국은 원래 그렇기 때문이고, 따라서 중국의 외교부 부장도 그러한 행동밖에 하지 못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중국은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면 중국이 결례를 저질렀다느니, 대통령이 홀대를 받았다느니 하는 논쟁과 비판은 무의미하다.

‘중국은 원래 그렇다’는 한 마디가 모든 의미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국에 바꾸라고 한다고 해서 바뀔 일도 아니다. 물론 가능성은 있다.

한국이 중국보다 국력이 강해지거나 혹은 한국이 중국에 진정으로 필요한 국가가 될 때 원래 그런 중국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중국이 이러한 태도를 보인 적 있는가?

대통령 방중 동안 발생한 소소한 이슈들이 전부인 것처럼 득달같이 달려들 필요도 없다.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우리의 주권을 이야기하지 못한 것도 아니고, 우리의 입장이 변한 것도 아니다.

원래 그런 중국을 앞에 두고 취약한 한·중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정부가 어떠한 단계적 대응책을 마련할지, 중국을 이용할 수 있는 어떠한 레버리지(Leverage)를 확보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랄한 비판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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