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을 만나다] 금기를 금지하는 나라, 네덜란드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상훈 기자
입력 2017-12-21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 | 인생의 깨달음

밀린 집안일, TV리모콘과의 손가락 씨름, 아이들과 놀아주기 등 주말·휴일엔 '의외로' 할 일이 많아 피곤해지기 일쑤다. 그렇지만 책 한권만 슬렁슬렁 읽어도 다가오는 한 주가 달라질 수 있다. '주말, 책을 만나다'에서 그런 기분좋은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 '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  김선영 지음 | 에이엠스토리 펴냄
 

'물론이죠, 여기는 네덜란드입니다' [사진=에이엠스토리 제공]


네덜란드라는 나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풍차, 튤립, 히딩크… 어쩌면 이게 다일지 모른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개인의 자유, 평등, 관용 등이 폭넓게 보장되는 '금기가 없는 자유의 나라'로 불린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로 안락사와 동성애를 인정한 나라이자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존엄사와 낙태 또한 허용하고 있는 나라이다. 마약과 성매매도 일부 합법이다.

프리랜서 홍보 전문가이자 네덜란드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객원 기자로 활동 중인 저자 김선영은 지난 2013년 항구도시 암스테르담에 정착했다. '네덜란드와 연애 중'이라는 그는 네덜란드와 네덜란드 사람들의 가치관 그리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에세이로 써 냈다. 

동성 결혼뿐만이 아니라 안락사까지 허용하고 있는 네덜란드에서는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이 자신의 장례식 초대장을 직접 만들기도 한다. 네덜란드의 공중파 TV에서는 남자 혹은 여자가 알몸으로 자신의 성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암스테르담 시민'인 저자는 비혼주의자들이 많은 네덜란드의 결혼관부터 프리랜서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의 직업관, 길고양이가 없는 네덜란드의 동물관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네덜란드의 속살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이렇듯 32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에게는 꽤 낯선 네덜란드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네덜란드는 존엄사가 아닌 안락사를 2002년 세계 최초로 합법화했고 낙태는 훨씬 더 앞선 1984년에 합법화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이자 금기시되는 마약(마리화나)은 1976년에, 성매매는 2000년에 합법화했다. 2001년에는 동성 결혼과 동성 커플의 입양도 허용했다.

저자는 "네덜란드를 가장 네덜란드답게 만드는 관용 정신은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거나 개인의 선택을 획일화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한 이를 최대한 허용하고 인정한다"며 "개방성과 수용성이 개인에게 행복감과 만족감을 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네덜란드는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자 세계 행복지수 7위인 나라 네덜란드가 어떻게 개인의 행복과 사회 전체의 경쟁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는지 가늠케 한다. 

292쪽 | 1만4500원

◆ '인생의 깨달음' 현수진 지음 | 렛츠북 펴냄
 

'인생의 깨달음' [사진=렛츠북 제공]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보고, 거기에서 적지 않은 깨달음을 얻는 것은 성인·군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그런 행위를 통해 자신을 얼마큼 더 성장시킬 수 있느냐는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범인(凡人)들도 얼마든지 자신을 반추할 수 있다. 
   
저자 현수진도 여느 직장인들처럼 바쁘게 살아 왔다. 대기업에서 무역 업무를 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으며, 오랜 시간 직접 회사를 경영하면서 막중한 책임감도 느꼈다. 그러다 문득 세상을, 자신을 돌아봤다. 
 
그는 "부모님의 보호 아래 성장했던 어린 시절과 스스로의 인생을 꾸려나가게 된 청년 시절을 거쳐 장년기가 되면서 점차 인생과 세상의 깊은 맛을 느끼고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일찍부터 사업에 뜻을 두고 여러 회사를 창립·운영하면서 많은 성공과 실패를 체험했던 그이기에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배웠을지도 모른다.

그가 그동안의 인생살이에서 가장 큰 깨우침으로 꼽는 것은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뼈저리게 느낀 것'이다. 그는 "참으로 감사한 것은 자신의 교만의 틀을 깨고 더욱 커다란 세계를 알게 되고 스스로 더욱 겸손하게 인생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점"이라며 "세상의 모든 일은 언제나 양면이 있는 것 같다. 좋은 일의 뒷면에는 안 좋은 일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눈에는 좋은 면이 보이나 실제 뒷면은 안 좋은 일이 있기에 시간이 지났을 때에 안 좋은 면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고 술회한다. 

저자의 말처럼 안 좋은 일의 뒷면에는 좋은 일이 숨어 있는 경우도 많다. 당장은 안 좋은 일인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그것이 귀중하고 좋은 일로 다가오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아마도 좋은 일에 처하면 이를 탐닉하게 되어 스스로의 능력이 떨어지고 문제가 발생해 결국은 안 좋은 처지가 되는 반면, 안 좋은 일에 처하면 이를 극복하고자 많은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능력이 길러지고 문제를 해결해 감에 따라서 결국은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받아들인다. 

새삼스럽거나 특별한 깨달음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어떠한 상황이 발생해도 언제나 평정심을 갖고 침착하고 담대하게 대응하는 법을 깨치게 됐다. 

개인적인 깨달음과 생각들에 그치지 않고 역사·사회적인 주제까지도 연결시켜 성찰하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216쪽 | 1만2000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