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수교 25주년, 韓·中 vs 韓·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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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前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7-12-1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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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파트너 국가를 대하는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지속적인 국익창출이 가능하다 -

[김상철]

[김상철 前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금년은 공교롭게도 한국과 베트남이 공히 중국과의 수교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해를 넘기기 며칠을 남겨두고 중국과 베트남 현지에서 우리의 위상을 찾아가기 위한 모습들이 나타났다. 중국에서는 우리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했고, 베트남에서는 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한·베트남 글로벌 인재 포럼’이 열렸다. 1992년에 시작된 이 양국과의 정상적인 관계가 2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지난 세월의 많은 변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와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뉴 차이나(New China)’의 중국과 중국을 잇는 세계의 공장, 즉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국가가 베트남이다. 향후 이 2개의 중국과 어떻게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가가 우리에게 닥친 중요한 현실적 과제이다.

최근 중국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고자세를 보면서 자업자득(自業自得)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결과를 놓고 보면 우리가 자초한 측면이 강하고, 상대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오히려 중국으로 하여금 우리를 무시하게 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지 않나 하는 점에서 신중하게 되돌아볼 필요성이 있다. 안보적 필요성을 차치하고 경제적 필요성에서 접근해 보면 중국에게 한국의 매력도가 과거보다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중국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이고, 이제는 미국과 더불어 세계를 호령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올라왔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중국의 모습이다. 중국 외교의 근간인 원교근공(遠交近攻)으로 주변국들을 휘하로 끌어들여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밀어붙이려는 행보를 갈수록 가속화할 것이 확실하다.

중국과는 대조적으로 베트남의 우리에 대한 러브콜은 여전히 뜨겁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올들어 24년 만에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1위 국가가 중국을 제치고 베트남이 되고 있다. 제조업 해외 거점으로 중국은 이미 물건너 갔고 베트남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가 영리하고, 손 재주가 좋으며, 부지런하기로 하면 베트남 주민을 따라갈 만한 동남아 국가가 없다. 벌써 베트남인들은 가까운 장래에 일본-한국-중국을 잇는 아시아의 신흥 공업국이 될 것으로 장담하고 있을 정도이다. 1975년 월남전(戰) 종전 이후 미국, 유럽 등으로 탈출한 베트남계 보트 피플들이 각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도 하다. 일례로 미국 LA 오렌지 카운티의 한인 밀집 상권인 ‘가든 그로브(Garden Grove)’ 지역의 절반이 최근 베트남계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다. 한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가 바로 베트남인들이다.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대부분의 파트너 국가들의 경우 우리를 절실하게 필요로 할 때는 온갖 감언이설로 유혹한다. 그러나 일정 시점이 지나 우리의 필요 가치가 떨어질수록 상대의 목소리는 강해지고 우리의 입지는 약화된다. 냉엄한 국제사회의 기본 철칙이며, 인지상정이다. 지나치게 순수한 열정, 순진무구한 아마추어리즘으로는 중국 혹은 베트남과 같은 노련한 상대에게 당하기 일쑤다. 그들은 사회주의 독재국가 체제이고,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인적 구성원들은 철저한 조련에 의해 단련된 인사들이다. 중국 방문 결과 혹은 불상사 등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 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때이다. VIP 해외 순방 때마다 의례 등장하는 전시 혹은 과시형 보여주기식 경제 행사도 이제 그만 할 때가 됐다. 현지인들의 반응도 신통찮은 이런 행사를 무리하게 하다 보니 생겨난 예고된 사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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