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시시각각(時時刻刻)] 한중 정상회담을 보는 한국의 시선과 중국의 속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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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아주경제 아세아연구소장·단국대교수
입력 2017-12-14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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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아주경제 아세아연구소장·단국대교수

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13일부터 16일까지 중국을 국빈 방문하고, 14일 제3차 한중정상회담을 개최한다.

한국과 중국의 언론도 이미 정상회담과 관련된 보도를 시작했는데, 중국은 이 정상회담 외에도 여러 국내외 사건으로 한·중 정상회담이 언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하자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환영을 뜻을 양쪽 국민들에게 전했다.

한국 언론은 중국 정부의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처우에 대해 정부가 일부러 한국을 홀대하는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는데, 얼마 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의 제재를 받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비판은 당연해 보인다.

우리가 중국이 한국을 깔보는 모습으로 느끼는 것도 중국을 역지사지하며 거울을 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앞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이 하늘을 찌른다. 이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우리가 그만큼 한·중 정상회담과 한·중 관계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근 만나는 중국인마다 필자에게 한국인이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즉, 중국은 한국 언론이 한·중 정상회담에 갖는 관심도 국내에서 보도하며 중국 언론의 수준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라는 국가는 영토가 한국(대한민국의 현재 영토)의 96배이며, 인구만 약 13억8000만명에 달한다. 인구의 8%나 되는 소수민족의 문제도 있고, 삼농(三農, 농촌·농민·농업) 개선 문제와 빈부 격차를 줄이는 문제 등 여러 내부 문제가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웃사촌의 입장에서 중국 정부의 어려움도 이해는 된다.

또한, 시진핑 제2기 집권 시기를 맞이해 정부가 인민의 행복을 증진하고 ‘중화민족의 역사적 사명’을 이뤄야 한다는 새 시대 사명의 부담, 중국 정부가 국제적 문제보다 국내 정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한국인 마음의 앙금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도 중국 지도부가 충분히 이해했으면 한다.

현재 중국의 고민을 간단히 말하면, 중국 상황은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는데, 이것이 중국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일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 있어 강대국 관계, 주변국 관계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중국 인민의 행복이고 국가의 안보이며 정부와 국민의 관계라는 것도 이해가 된다. 우리가 우리의 희망을 한·중 정상회담에서 보려 하는 것과 같이 중국인도 중국의 꿈을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안위를 위주로 시진핑의 새로운 대내외 정치로 보려한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양국 정부의 어려움이 이해가 되기에 양국 정부는 서로 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중국 매체에서 국제문제를 다루는 언론은 국영중앙(CC)TV 13 채널, 신화망,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 극히 제한적이고, 다른 언론들은 이 언론 보도 내용을 따라 보도한다. 관영 언론의 보도 내면에는 중국 정부의 속내가 묻어있다. 우리는 여기서 최근 중국 특사 방북 이후 중국 외교의 '공격수'인 환구시보가 한국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있는 것과 관영언론의 방향이 한국에 대한 비판보다는 북한에 대한 실망으로 변하는 흐름을 눈 여겨 봐야할 것이다.

아래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입장과 이에 대한 분석을 필자의 개인적 경험에 근거해 설명하며 독자와 같이 한·중 관계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국의 행위는 문화우월주의나 패권주의의 모습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가지 많은 나무”를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첫째,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현재 사회주의 국가 정부에게는 국제사회주의라는 목표보다는 국내정치가 더 중요한 변수다. 그 이유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사회주의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않기에 변화하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중국특색 사회주의로 자국 국민들에게 공산당이 선택한 정책이 성공하고 있다는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언론 보도의 대부분이 중국 국민들에게 정부 정치 행태를 보여주고, 국민들로부터 대한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면 중국 정부의 언론 방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중국의 한국 대통령에 대한 의전 문제도 중국이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의전 문제나 공동기자회견 등의 문제도 그것이 서로 의견을 조율하지 못해서의 문제일 수도 있으나, 중국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국·미국·러시아·북한·일본의 입장과 정치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즉,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은 조율하기 어렵기에 양국이 공동성명을 한다는 것은 북한을 더욱 크게 자극하여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감안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 조율 내용은 이미 중국인이 보는 CCTV 13 채널(국제신문)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진솔한 대화가 보도되었다는 것으로 양국 정부의 조율이 있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셋째, 한국과 중국의 사드 관련 이슈로 벌어진 경제와 민간교류를 포함한 양국의 모순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서로 어느 정도 보합이 되는 분위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에 중국 친구와 싸우고 화해하기 위해 다른 친구의 알선으로 자리를 한 적이 있다. 필자는 한국식으로 나의 잘못을 얘기하고 앞으로 잘 하자고 하면, 그도 나와 같이 할 것이라 생각하고 먼저 잘못했고 앞으로 잘 지내자고 했다. 그런데 그 중국 친구의 반응이 의외였다. 지난 일은 마음에 담아두고 앞으로 잘 지내자는 것이다. 즉, 마음에 서로의 실수와 잘못된 것은 역사적 기억처럼 남겨두어 이것을 거울삼아 잘 지내자는 것이다. 즉, 현실적 타협에서도 자신의 체면은 구기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러한 중국인의 관습적 체면과 역사 중시 현상은 현실에 대한 적용에도 자주 나타났는데, 양국이 서로 화해하는 과정에서도 우리는 이런 내용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양국이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기에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문턱은 이미 넘었다고 할 수 있다.

1년 이상 불을 지피지 않은 방에 온기를 넣기 위해선 여러 점검과 수선 과정을 거치고 나서도 다시 약한 불에서 강한 불의 순서로 불을 세기를 조절해 나가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발 벗고 뛰는 모습에 우리는 박수를 보내야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든다. 한·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그 무게만큼 한·중 관계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부담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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