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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I의 중국 대중문화 읽기㉕] 한·중 시청자들, 왜 ‘판타지적 사랑’에 빠질까?

백해린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 박사) 입력 : 2017-12-14 11:00수정 : 2017-12-14 15:25
中 '삼생삼세십리도화'·韓 '사랑의 온도' 인기 현실에선 불가능한 사랑 이야기 삶이 팍팍한 젊은이들 끌어들여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사진=SBS 홈페이지]

올 하반기 방송가의 가장 핫한 이슈는 SBS 드라마 ‘사랑의 온도’일 것이다. 하명희 작가의 소설 ‘착한 스프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를 원작으로 한 멜로드라마 ‘사랑의 온도’는 방영 내내 ‘2049 시청률 1위’, ‘화제성 지수 1위’를 기록했다.

이 드라마는 남자주인공 온정선을 국민 연하남으로, 신인 양세종을 2017년 대세 배우로 만들었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러닝 동호회에서 처음 만난 정선과 현수는 사랑을 느끼는 타이밍이 달라 이별하게 된다. 5년 후 재회한 그들은 현실적인 문제들로 인해 상처받고 어긋난다.

하지만 다시 실패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사랑의 온도’를 맞춰가는 스토리로 감정변화가 사건이 돼 극을 이끌어 간다.

빠른 스토리 전개, 복잡한 플롯, 자극적인 소재 등이 주를 이루는 드라마들 사이에서 사랑에 빠진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묘사가 서정적인 영상으로 표현된 잔잔한 사랑 이야기가 시청자의 눈길을 끈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랑’이라는 주제 때문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에서 사랑은 새로운 소재가 아니다. 특히 한국 드라마는 ‘법정 드라마는 법정에서 연애하는 드라마’, ‘의학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라는 말이 있을 만큼 사랑에 집중한다. 사랑을 하지 않으면 ‘썸’이라도 타야 하기 때문에 인물들은 항상 복잡한 멜로라인으로 연결돼 있다.

물론 최근 케이블방송을 중심으로 ‘시그널’, ‘듀얼’, ‘구해줘’ 등 장르 드라마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긴 하지만, 시청률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생을 넘어선 신과 인간의 사랑이야기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는 케이블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지상파 드라마도 넘기 힘들다는 시청률 20%를 넘은 것을 보면 역시 시청자들은 ‘사랑’, 그리고 ‘판타지적인 사랑’을 원한다.

중국 드라마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 [사진=바이두]


신과 인간의 사랑을 다룬 판타지 ‘도깨비’가 한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중국에는 ‘삼생삼세십리도화(三生三世十里桃花)’가 있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세 번의 생과 세 개의 세계를 이어가는 변함없는 하나의 사랑 이야기 ‘삼생삼세십리도화’는 중국 드라마 시청률 10위 내에 자리매김했으며, 드라마 촬영장소를 순례하는 애청자들도 나타났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도 중화 TV를 통해 방영된 후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이는 소설과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중국에서 2016년 가장 핫한 드라마로 꼽히는 ‘미미일소흔경성(微微一笑很傾城)’ 또한 풋풋한 20대의 사랑을 간질간질하게 묘사하며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했다.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남녀가 알고 보니 대학 선후배 사이이며, 이들이 현실세계에서도 사랑을 하게 된다는 캠퍼스 로맨스 드라마 ‘미미일소흔경성’은 한국 대중에게 중국 드라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일조한 작품이다.

남자 주인공 양양(楊洋)은 2017년 포브스 선정 중화권 스타 랭킹 5위로 꼽히며 대세 배우임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꽃미남 배우들이 넘쳐나는 한국에서도 팬덤을 확보했다.

주선율 드라마에 치중하던 중국 드라마는 점차 시청자가 원하는 현실적인 소재와 다양한 장르로 범위를 넓히며 시청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역시 ‘판타지적 사랑’이야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사랑의 결실을 결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중국의 결혼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일본에서 유행하던 혼밥, 혼술 문화는 이제 한국에도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으며, 중국 또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사랑·결혼·출산을 포기하는 20~30대를 지칭하는 ‘삼포 세대’란 말이 있다.

현재 한국의 젊은이들은 취업난과 고용불안, 저임금과 높은 생활비용 등으로 젊은 시절 누려야 하는 많은 것들을 포기한 채 살고 있으며 사랑 또한 사치로 생각한다. 결혼율과 출산율 또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는 유럽의 ‘1000유로 세대’나 사회적 성공을 체념하고 살아가는 일본의 ‘사토리 세대(さとり世代)’와 같이 경기침체와 청년실업 문제는 세계적인 것이다.

조금 다른 이유에서이긴 하지만 중국 또한 최근 결혼과 출산율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중국 공산주의청년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이 올바른 결혼관과 연애관을 수립하고 배우자를 찾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며 ‘중장기청년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사랑은 인류의 공통적인 관심사임이 틀림없다. 누구나 가슴 설레는 사랑을 꿈꾸지만 사랑하며 살기에 우리가 처한 현실은 너무 팍팍하다.

‘상대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사랑’, ‘생을 뛰어넘는 사랑’, ‘죽음도 두렵지 않은 사랑’ 등 드라마에서는 가능한 이야기들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상대방의 조건을 따지고 머리로 사랑하는 빛바랜 사랑이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보며 나의 일상 속 사랑을 꿈꾼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판타지적인 사랑’에 감정을 이입한다.

고통스러운 현실, 희망 없는 미래에 대한 암울함을 견뎌내기 위한 판타지가 결국 우리가 포기한 진정한 사랑은 아닐까? 소중한 가치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백해린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한국외대 문화콘텐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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